죽기 싫어 떠난 30일간의 제주 이야기
임기헌 지음 / 커리어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며 우울증이 찾아왔다고 했다.
약물도 점점 임계치를 넘어가고 감정 제어가 힘들어질 무렵 제주도로 도피 아닌 도피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번아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도 한계치를 넘어가면 사람은 제어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럴 땐 어디론가 방향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이 선택한 제주도행이 굉장히 궁금해졌다.

한 달간의 일정을 일기처럼 담아낸 책이었다. 제주도를 도착한 순간부터 떠나오는 날까지, 어떤 것을 경험하고 느꼈으며, 그날그날의 우울의 정도를 숫자로 표기하고 있었다. 

애월 앞바다 해안가를 하염없이 걸었던 날, 이날은 제주도의 생활을 호기롭게 시작한 날이자 우울을 조금 낮춰준 날로 기억이 난다. 제주도 오름 중에 장엄하면서도 근엄하다는 새별 오름 길은 한번 보고 싶은 곳으로 인상적이었지만 아름다움을 즐길 수 없는 무거운 마음이 먼저 느껴져 우울도가 꽤 높았던 날로 기억난다. 장엄한 계곡을 품은 사려니 숲을 걸었던 날. 자연의 치료 덕분인지 우울감은 조금씩 좋아졌다가 제주 4.3사건과 섯알 오름 학살의 비극을 생각하며 감정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했고, 살아오는 동안의 기억들을 뒤돌아보며 에메랄드 바다에 발 담그고 수제 맥주 한잔 한 날은 우울감이 많이 감소되었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따라가는 발자취가 신선하기도 했고, 제주도라는 환경적 요인이 작가님을 포옹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양약도 우울증에 꼭 필요하지만 환경적인 치유도 굉장히 필요한 것이라는 걸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 달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데, 굉장히 필요한 인생의 휴식기를 혼자서 겪지 않고 독자와 함께 겪으려 한 작가님이 존경스럽고 멋지게 느껴졌다. 우울과 삶의 공존에 대해 꽤 멋지게 담아낸 제주도에서의 한 달.
나도 언젠가 한 번쯤 이렇게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었고, 읽는 동안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생각한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nan 2022-01-08 00:42   좋아요 11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한 분이 있었군요~
저도 9년전쯤에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어서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왔었습니다. 아내와 상의한 후 오래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로 가서 두 달 정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면서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도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초기에는 직장 동료들이 매일 전화해주고 아내는 매일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하며 생사확인을 했었습니다.^^
혼자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길위에서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아름다운 제주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치유될 수 있었습니다. 경험해보니 환경을 바꾸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약을 먹었지만 제주여행은 공황장애와 우울과도 친구가 될 수 있게 해줬던 것 같습니다. 오래 살진 않았지만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삶보다는 가끔은 휴게소에서 졸음쉼터에서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때썼던 일기도 추억이 되구요^^
한번 읽어보고싶은 책이네요~

러블리땡 2022-01-09 00:12   좋아요 4 | URL
conan님도 치유의 시간을 보내신적이 있군요 정말 환경적인 치유도 필요한것 같아요 요즘 저도 절실하게 쉬고 싶다고 느끼고 있는데 왠지 부럽기도하고 이렇게 얘기해주시는 모습이 참 멋지다고 느껴져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말 공감합니다 댓글 감사해요 ^^

미미 2022-01-08 07:5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에서 캠핑하며 일주일쯤 보냈는데 저도 그곳의 모든 자연이 치유능력이 있다고 느꼈어요. 바람도 좋고 공기도 맛있었던 제주. 저도 기회가 된다면 한달~한 1년 살아보고싶네요^^♡

러블리땡 2022-01-09 00:15   좋아요 2 | URL
일주일 캠핑이라니 정말 생각만해도 좋네요 ㅎㅎ저도기회가 된다면 제주도 1년 살이 해보고 싶어요 ㅎㅎ 미미님의 1년살이도 응원합니다 ^^

새파랑 2022-01-08 08:1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현실을 뒤로하고 저런식의 삶을 잠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글 보니 제주도에 한달만 살아봤음 좋겠네요 ^^

러블리땡 2022-01-09 00:15   좋아요 4 | URL
다들 같은 마음인가봐요 ㅎㅎ 제 지인이 2월에 제주도 한달살이 가거든요 후기를 꼭 물어볼께요 ㅎㅎ

그레이스 2022-01-08 11:2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주에서 한달살이 하시는 분들 많네요
부러워요,,,

러블리땡 2022-01-09 00:17   좋아요 3 | URL
ㅎㅎㅎ 저도요 뭔가 결심을 한다는것도 부럽고 실제로 다녀왔다는것 계획한다는것도 다 부럽네요 ㅎㅎ

기억의집 2022-01-11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에 딸애랑 제주도 놀러 갔는데 그 곳에서 세컨드 집 마련해서 일년에 두달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노을지는 모습이 넘 이쁘고 제주도의 삶이 느긋하게 흘러가는 듯해서.. 현실은 먹고 살아야할 돈때문에 골치죠!!

러블리땡 2022-01-16 03:03   좋아요 0 | URL
마자요 진짜 여유가 있다면 제주도에 세컨 하우스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 저도 해요 돈이 문제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