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인류학자 수 블랙의 이야기. 나 역시 사후 장기기증을 신청해두었지만 해부용으로 시신기증을 하는 것, 더하기 해골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뭔가 좀..(사후에도 부끄럽-_-;;;;) 그랬었는데 작가의 얘기에 웃게 된다.

그렇군. ‘화장되어 연기로 날아가거나 쓸데없이 땅속에 묻히는 건 큰 낭비다.‘

낭비되지 않도록 유서에 첨부해야겠다.

좋은 책에 오자가 많이 나오는 게 안타깝다. 내가 산 건 초판 1쇄인데 다음 쇄엔 고쳐졌으면.


나는 예전에 내가 즉으면 던디대학교 해부학과에 해부용으로 내 몸을 기증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내 몸이 우리 부서가 영국에서선도하고 있는 티엘Thiel 방법으로 방부처리 되기를 원한다. 아주 평범한 내 유해를 통해 나는 말없는 훌륭한 교사가 될 것이다. 나는 나에게 배운 학생들이 의사나 치과의사보다는 과학자가 되기를 원한다.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커리큘럼에서 해부학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해부학에 대해 훨씬 자세히 배운다. 그들과 나와의 관계가 끝나면, 나는 내 뼈를 모두 모아 삶아서 지방을 모두 제거한 뒤, 다시 연결하여 교수용 해골로 만들어서 설계부터 참여했던 해부실에 걸리고 싶다. 그렇게 죽어서도 계속 가르치고 싶다.

화장되어 연기로 날아가거나 쓸데없이 땅속에 묻히는 것은 큰 낭비다. 해부학자이자 법의인류학자로서 나중에 관절로 연결된 해골이 되고 싶다는 것보다 더 적합한 소망이 무엇이 있겠는가? - P432

지금까지 인체를 통한 여정에서 보았듯이, 법의인류학자의 임무는 삶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뼈, 근육, 피부, 힘줄, 섬유조직에 이미 상세히 기록된 이야기를 찾아서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끔찍하거나 비극적이거나, 아니면 그냥 슬픈 사건으로 최후를 맞은 사람, 그 시신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려보내 시신과 그의 이야기가 영면하도록 연결시키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고도의 지능이 필요한 일이 아니며, 간혹 매력적으로 묘사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육체적으로, 지적으로, 감정적으로 나를 시험하는 힘든 일이지만, 수사 과정에서 때때로 아주 작은 역할을 하고 내가 한 일이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영광이자 특권이다. - P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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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9 0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9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9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9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무 부럽다ㅠㅠ 서울대에 가면 이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모양@_@;; 황동규 시인의 영미 시 수업과 제임스 조이스@_@;;; 선배들과 친구들이 이 수업 너무 좋으니 꼭 들어야 해 라든가 좀 어협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하지만 교수님 퇴임 임박하였으니 꼭 들어 라든가 하는 조언은 깜놀할 정도로 낯설다. 내가 대학 다닐 때 들었던 조언이라고는 이 교수님이 학점이 짜다(후하다) 정도였는데 말이죠@_@;;; 내가 좋아하는 곽아람 기자님. 글을 참 깔끔하게 쓰시는구나 생각했었는데 차곡차곡 다져온 인문학 수업이 바탕이 되었구나 생각하며.. 계속 부러워하는 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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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카레를 무척 좋아해서 읽으면서 계속 침이 꼴깍 ㅎㅎ;; 좋아한다고 해도 식당을 찾아다니며 먹는 정도는 아니고 저자가 싫어하는ㅎㅎ; 시판 카레에 이것저것 다른 재료를 넣어 푹 끓여서 며칠동안 먹는, 내가 만든 카레를 좋아하는 소박한 입맛이지만^^;;; 책을 읽으며 저자가 만든 향신료 가득한 카레를 맛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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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6-23 2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나잇님 표 카레 조리법 궁금합니다 (전🖐 카레 매니아)

2022-06-24 0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수철 2022-06-24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딴소리를 해 보자면, 저는 카레에 양파가 씹히면 못 먹습니다. ㅎ

어렸을 때 부모님과 같이 살 때 식탁에 카레가 올라오면 집착적으로 카레 속 양파를 걷어냈지요. 처음에는 양파를 빼거나, 믹서에 갈아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대부분의 식구는 카레에 양파가 빠지면 어쩌냐는 입장이었지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일일이 걷어내야 했던 것입니다. 얼마나 고깝게 보였을까요? 아무리 식구라지만.
그래도 저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양파를 건져내고, 또 건져냈더랬죠.

그랬더니 어느 날부터는 카레에 양파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식탁에 카레가 올라오는 게 드문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


그나저나 카레 먹고 싶네요 오랜만에.^^




moonnight 2022-06-24 13:39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저는 카레는 물론이고 어디든 양파가 들어가면 좋아해요. 양파만 볶은 것도 무척 좋아해서ㅎㅎ; 한수철님과 다른 점 발견^^
한편으로는 안스럽네요. 다른 식구들은 다 괜찮은데 나만 못 먹고 꿋꿋이 양파를 걷어내야 하는 어린 한수철님ㅜㅜ
건강에 좋더라도 억지로 먹이는 건 맘이 안 편해서 조카들이 도저히 못 먹겠다고 골라내는 건 (국속의 고사리나물, 향이 있는 채소 같은 거ㅎㅎ) 그냥 제가 먹어용;;;
 

작가님 덕분에 일리아스 오뒷세이아의 인물(+신+반신들@_@;)관계도 파악@_@;;; 두 권 다 필기하며 읽었는데도 뭐가 뭔지 어리둥절했는데 말이죠@_@;;; 자 이건 말이야 여기서 이렇게 된다니까. 라며 요약정리해 주신 느낌♡ 역시 스토리. 문학의 힘을 느끼게 됩니다.

오디세우스가 1년간 함께 지냈다는 아이아이에 섬의 마녀 키르케.(1년은 키르케와, 7년은 칼륍소와 지냈다니 트로이 전쟁 후 10년간 고생하며 표류했다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숨막히게 펼쳐진다. 촌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이 소설에서 나는 해피엔딩을 바라게 됩니다ㅠㅠ;

탄력받아서-_-; 아리아드네(키르케가 이모) 이야기와 메데이아(키르케가 고모ㅎㅎ) 이야기로 이어달리기ㅎㅎ 당연히 책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호호^^(사놓기만 한 게 자랑이냣-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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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6-22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다고 했쟈나요~~~~

moonnight 2022-06-22 09:47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일년 전에 추천해주신 책을 이제야 겨우(헉헉;) 읽었어요. 말씀하신대로 너무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역시 잡것ㅎㅎ 칼륍소와는 다른 키르케♡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를 다 읽고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예전에 사 두(기만 했-_-)었기에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읽을 수 있었다. 기뻤다.ㅎㅎ;

<침묵은..>이 브리세이스의 시선이 주되다면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파트로클로스가 이야기하는 그와 아킬레우스.
마음이 아파서 훌쩍훌쩍ㅠㅠ;;;

"아아, 슬프도다! 현명한 펠레우스의 아들이여. 내 그대에게 몹시 슬픈 소식을 가져왔소.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오. 파트로클로스가 쓰러졌소. 그의 벌거벗은 시신을 둘러싸고 양군이
싸우며 그의 무구들은 투구를 번쩍이는 헥토르가 갖고 있소."

이렇게 말하자 슬픔의 먹구름이 아킬레우스를 덮어버렸다.
그는 두 손으로 검은 먼지를 움켜쥐더니 머리에 뿌려 고운 얼굴을 더럽혔고 검은 재가 그의 향기로운 옷에도 떨어졌다.
그리고 그 자신은 먼지 속에 큰 대자로
드러누워 제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가 사로잡은
하녀들도 비통한 마음으로 크게 울었다.
그들은 문을 열고 현명한 아킬레우스 주위로 몰려와
모두들 손으로 가슴을 쳤고 저마다 무릎이 풀렸다.
한편 안틸로코스는 눈물을 뿌리고 울며 아킬레우스가
영광스러운 마음속으로 신음하는 동안 그의 두 손을 잡았으니,
혹시 그가 칼로 제 목을 베지나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일리아스 제 18권 18행~34행)

그는 칼을 와락 꺼내서 자기 목을 그으려고 한다. 하지만 빈손을 보고 그제야 기억한다. 그는 칼을 나에게 주었다. 안틸로코스가 그의손목을 붙잡고 사방에서 사람들이 떠들어댄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피로 물든 천뿐이다. 그는 고함을 지르며 안틸로코스를 뿌리치고메넬라오스를 때려눕힌다. 그러고는 시신 위로 쓰러진다. 밀물처럼밀려온 깨달음이 그의 숨통을 조른다. 비명이 터져나온다. 한 번, 또한 번 그는 머리를 쥐어뜯는다. 피투성이 시신 위로 금색 머리카락이 떨어진다. 파트로클로스. 그가 읊조린다. 파트로클로스, 파트로클로스, 그 이름이 의미를 잃고 소리만 남을 때까지 몇 번이고 읊조린다 - P389

하지만 그를 만드셨잖습니까.
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사그라져가는 마지막 햇살에 눈을 반짝이며 앉아만 있다.
"내가 써두었다." 그녀가 말한다. 처음에 나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가 비석 위에 새긴 이름이 내 눈에 들어온다.
아킬레우스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옆에 파트로클로스가 있다.
"가거라." 그녀가 말한다. "그 아이가 널 기다리고 있다." - P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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