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방코르라는 새 통화를 만들더니, 달러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미 정부는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다. 외국 뿐 아니라 국채를 산 국민들에게도 돈을 갚지 않겠다는 것이다. 잃어버릴 뭔가를 가진, 자신이 중산층이라 믿었던 이들이 먼저 무너진다. 원래 아무것도 갖지 못했던 이들은 이제야 세상이 공평해졌다며 좋아한다. 미리 정보를 가졌던 진짜 부자들은 외국으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지하벙커에 자신들의 호화저택을 짓는다.

인플레이션으로 돈뭉치를 들고도 살 수 있는 물건이 없다. 대출금을 갚지 못 해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은 대놓고 권총으로 위협해서 집을 빼앗기도 한다. 약탈, 살인이 횡행하는 무법천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살아남는다 해도 그 이후의 지옥도.

정부는 국민들의 척추 위에 칩을 심는다. 생산인구의 절감으로 수입을 감시하고 그 대부분을 빼앗기 위해서다. 빼앗기지 않기 위해 차라리 일을 하지 않거나 스스로 수면상태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계약금이 바닥나면 강제로 깨워져 내쫓긴다. 그 사람들을 부양해야 하는 것도 생산인구의 의무이다. 정부에게 국민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착취의 대상일 뿐.

2029년과 2047년 챕터로 나뉘어 맨디블 일가 5대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확실히 재미있지만 읽기가 참 괴롭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이전 책들처럼 생각할 것들을 많이 던져준다. 결말에서 ‘나름의‘ 희망(이라고 해도 될지)을 느껴서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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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22-04-05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 있으니.... 어제 숲에서 본 두 마리의 고양이가 떠오르네요. 걔네들은, 햇빛 좋은 바위 위에 누워 제가 볼 때 아주 혼곤히 잠들어 있었는데, 자는 모습이 너무 웃기고 귀엽기도 해서 제가 걔들 사진을 이렇게저렇게 찍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욕심이 난 것 같애요, 너무 가깝게 다가가버리고 말았던 것이었어요. 근데 그때 갑자기 한 녀석이 눈을 뜨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기 옆 고양이를 파바바바박 다섯 대쯤 때렸고, 옆에 자고 있던 고양이는 다섯 대나 맞았으니 깜짝 놀라서 눈을 뜨고 만 거예요. 다시 말해 두 녀석 포함, 저도 포함, 도합 셋 모두가 놀랐던 거죠. 이때 아아.... 만약 녀석들이 저를 공격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닌 게 아니라 저는 1:2의 상황이기도 하고, 걔들은 인간이 아니기도 하니, 어느 정도 의외의 공격을 많이 당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아무 일 없이, 생각해 보면 제가 잘못한 상황인데.... 그 자리를 정말이지 아무 일 없이 벗어난 게 다행한 일처럼 여겨지더군요.

moonnight 2022-04-05 08:29   좋아요 0 | URL
파바바바박^^ 자다가 웬 날벼락이냐 했겠네요. 그 고양이는ㅎㅎ 화창한 봄산책길의 한수철님과 아기고양이들 모습 떠오릅니다. 순간 긴장된 삼각구도^^ 별 사고 없이 잘 피하셨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4-05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디스토피아 세상 진짜 무섭네요???

moonnight 2022-04-05 10:43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님 반갑습니당^^
넹-_- 너무 무서웠어요ㄷㄷㄷ;; 연락받지 않는 노모의 집(맨해튼)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전혀 일면식 없는 젊은이들이 노모의 옷을 입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았어요. 노모와 도우미가 어찌되었는지 자세히 밝히지 않지만 아마도 장보러 나왔다가 미행, 공격당하고 집을 빼앗겼겠지 하고.. 무서워요ㅜㅜ 이런 상황에 처해진다면 내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이 비루한 몸뚱이로-_- 이런 생각이 막 들면서 두려움과 무력감이ㅠㅠ;;;
 

<어떤 양형이유>도 함께 샀는데 얼른 읽고 싶다.

아이에 대한 사랑은 계약이나 법으로 치면 ‘편면적 강행규정 片面的 行規定‘
같은 것이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모든 조항은 무효다. 아이가 못났다고 학대당해서는 안 되듯, 아이가 예쁘고 말 잘 듣고 착하고 공부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아서도 안 된다. 아이뿐만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편면적 강행규정이다. 내가 준 사랑을 되돌려주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하는 게아니다. 나는 내 사랑에 구속되지만 당신은 자유다.
- P61

특히 반대 진영의 타인을 지옥이라 여기지않고, 단지 다른 생각을 하는 선한 사람의 자리에 두려는 그 기본값과 인간에 대한 낙관은 정말 보기가 좋다. 그게 바로 사랑이기도 하다. "사랑이란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느끼며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하고 기뻐하는 것이고, 차이를 부정하는 것이아니라 그 차이를 사랑하는 것이다."(니체) - P377

나는 한 사회도 그런 시대를건너가기 위한 올바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불의한 세상에서 홀로 싸우는 개인을 방치하지 않는 것, 단 한 명도희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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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22-03-25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책은 정말이지 쉬지 않고 미친듯이 읽어야 하는 것 같아요.
좋은 책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moonnight 2022-03-25 20:41   좋아요 0 | URL
어머낫 Joule님♡(하트 사과드려요-_-;;) 반갑습니다. 쉬지 않고 미친듯이 읽는 독서라니@_@;; 어질어질하고도 뭔가 감동^^ 역시 Joule님♡(또 사과드립니다;;;;)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 사회정의와 공정함의 실천에 관한 한 검사의 고뇌
프릿 바라라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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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떠올렸는데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재미있다. 뉴욕남부지검 연방지검장으로서 본인이 맡았던 사건들을 제시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금씩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감동.

법은 놀라운 도구이지만 한계가 있다.
반면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한계가 없다.
법은 용서나 구원을 그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법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거나 존경하도록 강제하지 못한다.
법은 증오를 없애지도 악을 정복하지도 못한다.
은총을 가르치거나 격정이 사라지게 하지도 못한다.
법 그 자체로는 이런 것들을 이루지 못한다.
이것을 이루는 것은 인간이다.
용감하고 강인하며 보기 드문 인간들이 이것을 이뤄낸다.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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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읽어봤다ㅎㅎ 와 요즘 아이들 성교육은 꽤나 정확하고 자세하구나. 감탄 @_@;;; 나의 경우 지금껏 제대로 성교육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는 세대라(늙다리-_-;;;) 대학에서 해부학 배우면서 처음 남녀의 몸을 접했던 듯-_- 깜놀@_@;;;

하여간;;;; 재미도 있고 유익한데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서 별 하나 뺐다-_-

동성애가 정상이 아니라니-_-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게 자연의 섭리라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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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3-07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들 어릴 때 와이책 시리즈 사다 놓자마자 이 책부터 넘겨 보곤 넘 적나라해서, 혹시나 애들이 이걸 보고 성조숙증 올까봐 구석에 숨겨 두고 안보여 줬었어요ㅋㅋㅋ
저도 성교육을 제대로 받아 보질 못해 넘 오버를~~^^

moonnight 2022-03-07 16:47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님^^ 요즘은 유치원에서부터 성교육을 시킨다면서요@_@;;; 제가 받아본 경험이 없다보니 관련책들을 읽어보고 조카아이들이 물어보면 얘기해줘야지 결심했었는데 안 물어보더군요ㅎㅎ;;;;;

책읽는나무 2022-03-07 17:15   좋아요 1 | URL
안물어 본다니 다행입니다ㅋㅋㅋ
유치원에서 간단하게 성교육을 시키는 것 같아요. 주로 내 몸은 소중하다, 너의 몸도 소중하다~좀 추상적으로 배웠던 것 같구요. 초등 들어가고 좀 구체적으로 중등 들어가면 기술,가정 시간에 완전 적나라하게 배우면서 중간,기말 시험을 치거든요. 임신, 배란일 계산법등 남녀 몸의 구조,명칭등 아주 그냥 성 박사님이 되겠더군요ㅋㅋㅋ
초등때였나? 그땐 뭔가 물어본 듯 하던데, 그럼 저도 좀 빙빙 돌려서 대답해 줬는데, 중학 들어가니까 또 안물어보더군요. 완전 다 알게 되었나?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교육은 저도 겁 먹고 좀 어렵고 그렇던데 학교에서 미리 다 배워오니...좀 수월킨 했던 것 같아요^^

moonnight 2022-05-26 17:26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님^^ 이제 댓글을 읽었네요ㅎㅎ;;; 그렇구나 아이들이 저보다 더 잘 알겠어요@_@;;; 성 박사님ㅎㅎ;;;;;
 

백세희 작가의 바램.

나 역시 상상한다. 식당에서 혼자 술 한 잔 해도 비난받지 않기를. 마시다 취해도 안심할 수 있기를.

코로나 시국은 늘 걱정이지만, 안전한 내 방에서 혼자 마시다 잠드는 게 맘 편한 이 현실.

먼저 대낮에 순대국집에 앉아 혼자 소주를 마셔도 이상한 눈초리를 받지 않는다.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저녁이 되면 미리 찾아 둔, 조명이 어둡고 인테리어가 예쁜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시지만 누구도 사연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아니, 관심 자체가 없다. 그러고는아쉬운 마음에 편의점 앞이나 벤치에 앉아 술을 마셔도 "혼자 마셔요?"라는 말을 듣기는커녕 아무도 시선을두지 않는, 그렇게 술에 취해 걷다가 노상방뇨를 하면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치고(상상입니다), 집 근처에 세워져 있는 차 옆에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 둔 채잠들었다가 깬다. 내 가방과 신발을 도둑맞을지언정 몸은 멀쩡한 채로,

누구나 자유롭게 혼술을 즐겼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이 그저 술을 좋아하고 즐길 뿐 어떤 의도가 있어서 취하는 게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이, 정말당연해졌으면 좋겠다. 집이 내 안식처이자 감옥이 되지않기를 바란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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