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희 작가의 바램.

나 역시 상상한다. 식당에서 혼자 술 한 잔 해도 비난받지 않기를. 마시다 취해도 안심할 수 있기를.

코로나 시국은 늘 걱정이지만, 안전한 내 방에서 혼자 마시다 잠드는 게 맘 편한 이 현실.

먼저 대낮에 순대국집에 앉아 혼자 소주를 마셔도 이상한 눈초리를 받지 않는다.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저녁이 되면 미리 찾아 둔, 조명이 어둡고 인테리어가 예쁜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시지만 누구도 사연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아니, 관심 자체가 없다. 그러고는아쉬운 마음에 편의점 앞이나 벤치에 앉아 술을 마셔도 "혼자 마셔요?"라는 말을 듣기는커녕 아무도 시선을두지 않는, 그렇게 술에 취해 걷다가 노상방뇨를 하면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치고(상상입니다), 집 근처에 세워져 있는 차 옆에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 둔 채잠들었다가 깬다. 내 가방과 신발을 도둑맞을지언정 몸은 멀쩡한 채로,

누구나 자유롭게 혼술을 즐겼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이 그저 술을 좋아하고 즐길 뿐 어떤 의도가 있어서 취하는 게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이, 정말당연해졌으면 좋겠다. 집이 내 안식처이자 감옥이 되지않기를 바란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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