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방코르라는 새 통화를 만들더니, 달러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미 정부는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다. 외국 뿐 아니라 국채를 산 국민들에게도 돈을 갚지 않겠다는 것이다. 잃어버릴 뭔가를 가진, 자신이 중산층이라 믿었던 이들이 먼저 무너진다. 원래 아무것도 갖지 못했던 이들은 이제야 세상이 공평해졌다며 좋아한다. 미리 정보를 가졌던 진짜 부자들은 외국으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지하벙커에 자신들의 호화저택을 짓는다.
인플레이션으로 돈뭉치를 들고도 살 수 있는 물건이 없다. 대출금을 갚지 못 해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은 대놓고 권총으로 위협해서 집을 빼앗기도 한다. 약탈, 살인이 횡행하는 무법천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살아남는다 해도 그 이후의 지옥도.
정부는 국민들의 척추 위에 칩을 심는다. 생산인구의 절감으로 수입을 감시하고 그 대부분을 빼앗기 위해서다. 빼앗기지 않기 위해 차라리 일을 하지 않거나 스스로 수면상태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계약금이 바닥나면 강제로 깨워져 내쫓긴다. 그 사람들을 부양해야 하는 것도 생산인구의 의무이다. 정부에게 국민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착취의 대상일 뿐.
2029년과 2047년 챕터로 나뉘어 맨디블 일가 5대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확실히 재미있지만 읽기가 참 괴롭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이전 책들처럼 생각할 것들을 많이 던져준다. 결말에서 ‘나름의‘ 희망(이라고 해도 될지)을 느껴서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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