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쩐지 좀 황당하고 기분 안 좋은 일들이 자꾸 생기고 있다. 이 일들 때문인지 여기다 조증이 끝나고 울증이 시작되기까지 했다는.
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동안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기분좋은 기간보다 안 좋은 기간이 더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이러다 울증만 계속 반복되는 건 아닐지 두렵다.
거기다 방금 아주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_-;
내 차는 지금 바꾼지 1년 반쯤 된 디젤 엔진의 SUV이다. 운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출퇴근용으로만 거의 쓰기 때문에 아직 1만킬로도 주행하지 않았다. 운전을 많이 안 할 수록 엔진 오일은 1년에 한 번은 꼭 갈아주어야 한다기에 딜러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AS기간이라 무료로 엔진 오일 서비스가 된다.
이 딜러는, 처음 차 살 때 픽업서비슨지 뭔지를 아주 강조하면서 바쁘실테니 자기가 차를 가져가서 수리 끝나면 다시 직장으로 가져다 주는 서비스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아주 자랑을 많이 했었다. 역시 딜러는 차 팔 때 뿐인지 여섯번쯤 전화한 끝에야 정비예약을 해주더니 (그게 어제) 어제 오후에 직장에 차 받으러 오긴 왔다. 그리고는 내 손에 자기 차 키를 꼭 쥐어주는 거다. -_-;;;;
정비소에 내 차를 갖다놓을 테니 자기 차를 그곳에 가져다 달랜다. 내가 황당하여 남의 차 운전하기 싫다. 고 난색을 표했더니 자기 차는 이럴 때를 대비해서 24세 이상은 모두 보험적용이 되니 걱정마시라며 폐차할 지경까지만 안 되면 괜찮다는 것이다. 자신은 다른 손님이 있어서 내 차를 다시 가져다 줄 시간이 안 된다나. 뭐라나. 차라리 택시를 타고 가는 게 낫겠는데!
할 수 없이 퇴근 후에 딜러차를 몰고 갔다. 다시 말하지만 운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_-; 게다가 익숙치 않은 차라닛!! 내 차에 비해 가속페달도 브레이크페달도 느낌이 아주 달라서 힘들었다. 다행히 정비소가 멀지는 않아서 낑낑거리며 차를 몰고 갔는데. 정비소는 자동차매장 뒤쪽 골목에 있는데 매장 앞주차공간이 꽉 차 있어서 노상에 잠깐 대놓자 싶었다. 보도쪽에 바짝 붙이는데. 헉 -_- 뭔가 소리가 ㅠ_ㅠ
내려서 봐도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고. 일단 매장으로 들어가니 딜러가 앉아있다. 앞쪽에 주차했는데 블럭에 좀 긁힌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하고 혹시 수리비 나오는 거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근데 좀 아까 전화가 왔다. 휠이 긁혔는데 그건 보험처리가 안 된단다. -_- 그러면서 자기가 좀 싸게 바꿀 수 있는지 알아보겠단다. 남의 차 긁었으니 물어줘야지. 하는 생각이 있지만, 기분이 너무너무 나쁜 거다. 돈도 돈이고(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정말 비싸던데!!! ㅠ_ㅠ) 내가 몰기 싫다고 했는데 자기가 보험처리 된다고 괜찮다고 하면서 억지로 맡긴 거 아니냔 말이다. ㅠ_ㅠ
내 문제는, 이런 억울하다 싶은 일들에 대해 항의하지 못한다는 거다. 내가 빡세게 나가면 사실 그 딜러가 내게 휠 교체비를 청구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 빡세게 나가는 것 자체가 싫어서 그냥 내가 손해보고 말지. 하는 심정이 되어버린다는 거다. 지금껏 이렇게 살아왔는데, 요즘 생기는 몇몇 일들을 보면, 그렇게 했을 때 상대가, 고마워하기는 커녕 나를 아주 우스운 사람으로 생각하는구나. 싶어진다.
내가 뭔가 잘못 살고 있구나. 처신을 잘못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요즘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더 우울해진다. 이게 올해를 마무리하는 액땜이었으면 좋겠다. 올해가 쉽게 가지 않으려고 한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