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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감 -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ㅣ 창비청소년문고 31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평점 :
김중미 작가님의 존재, 감을 읽었다. 사실 이런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책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 아니다. 오히려 술술 잘 읽힌다. 그러나 왜 자꾸 마음이 불편해질까? 그건 아마도 내가 외면하고픈, 골치아프게 느껴지는 사회 문제들을 작가님이 끄집어내셔서, 그로 인해 자꾸 불편해지는 나의 감정과 대면하게 끔 유도하셔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김중미님은 " 괭이부리말아이들 " 을 쓰신 분으로 유명하시다. 매우 오래전에 책을 읽어서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데 가난으로 인해서 상처받고 아파하는 아이들을 그린 책이라고 되어있다. 아직까지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되는 가난, 돈이 없으면 죄인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상처를 받아왔을까? 우선,,뭐 나부터도,,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과정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 경제성장 " 을 외치며 쉼없이 달려왔다. 우선 먹고 살고보자라는 일념아래. 근데 그 " 경제성장" 의 혜택을 도대체 누가 받고 있는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장애를 가졌거나, 가난하거나, 늙었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게 과연 정당한 일인가? 이 부분은 반성하고 복지에 힘써야 한다. 정치인들을 싸잡아서 욕하는 걸로만 끝나면 안될 것 같다. 시민들 모두가 인식이 바뀌는게 옳다고 본다.
이 책 1부에는 김중미님이 강연을 한 내용 중, 작가가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직접 만나봤던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장애인, 외국인 이주노동자, 농민들, 길고양이 등등. 공동체의 배려를 제대로 받지 못 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특히 시각장애인인 진영이 편에서는, 일류 대학이라는 모대학에서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마저 느꼈다. 과연 이런 나라가 선진국이 맞는지?
공동체를 나무라고 봤을 때, 줄기만 튼튼하면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괜찮으면 된다고.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뿌리가 썩으면 그 나무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내 생각에는 공동체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이 제대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는 뿌리가 썩어가는 나무와 같다고 생각한다. 뿌리가 썩어가면서 줄기도 썩고 나중에는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 할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는 무너질 것이다.
2부에서는 강연 중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위주로 쓰여져 있다. 작가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와 있는데, 나와 많이 비슷하신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책 좋아하고 그림 좋아하고, 그리고 결정적인 건,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셨다는 것!!!! 나도 활자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책을 좋아했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
작가님은 어린 시절에도 사회의 모순을 꿰뚫어보고 부당함을 그냥 넘기지 않는 아이로 그려진다. 그런 날카로운 관찰력 덕분에 김중미님은 어른이 되어서도, 공동체에서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을 남들에 비해서 많이 느끼고 그것을 공론화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내용 중
저는 지금도 평화는 좀 시끄럽고 불편한 것이라 생각해요. 신영복 선생님은 평화를 모든 사람의 입으로 쌀이 골고루 들어가는 것, 그러니까 모두가 공평하게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라고 했어요. 음식을 공평하게 나눠 먹으려면 자기 혼자 먹으려는 사람들과 맞설 수밖에 없어요. 같이 나눠 먹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야 하고 굶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평화롭게 살려면 시끄럽고 소란스러워야 하죠
오랜만에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을 읽은 것 같다. 김중미님이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농사를 짓는 것 같은데 그런 시골 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으니 저절로 힐링이 된다. 사회 문제를 지적할 때는 날카롭지만 공부방 아이들을 대하고, 약자들을 대변하는 모습에서는 따뜻한 이모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모두에게,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