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이렇게 유쾌하고 귀여운 강도단이 있다니........  이 책은 온갖 기발한 방법으로 은행의 돈과 탈세하는 갑부들의 돈을 훔치는 평균 75세의 어르신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노인 강도단은 단지 돈을 취하려는 욕심에 강도 사건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습니다.   은행을 털거나 갑부들의 돈을 손에 넣게 되면 그 돈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줍니다. 

그 누군가는 바로, 공동체를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 (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쥐꼬리 같은 월급을 받는 사람들 ) 입니다.  그리고 메르타 할머니는 장기적으로는 요양원에 갇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환희의 마을 ( 혹은 빈티지 빌 - 모든 것이 갖추어진 꿈의 마을 ) 을 짓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강도단은 범법을 저지르는 강도단 치고는 너무나 재미나게 그리고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말 울음 소리를 닮은 안나 그레타 할머니의 웃음소리, 방구쟁이 갈퀴 할아버지, 그리고 작은 체구지만 바나나 백으로 조폭의 사타구니를 강타하는 메르타 할머니까지...  읽다가 킥킥 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분들은 다들 개성이 강하고 능력도 출중합니다.  비록 보행기를 몰고 다니긴 하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메르타 할머니 ( 기획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 뚝딱뚝닥 뭔가를 잘 만들어내는 천재 할아버지 ( 그들 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기계를 제작하십니다 ), 금융 정보에 빠삭한 안나 그레타 할머니 ( 번 돈을 잘 굴려서 눈덩이를 만들어내죠 ), 그리고 건강식과 운동을 챙기는 스티나 할머니 ( 레스토랑을 슬기롭게 이끌어내십니다 ),  마지막으로 방구쟁이 갈퀴 할아버지. ( 선원이었을 때의 경험이 톡톡히 쓰입니다 )

우리가 보통 노인분들을 생각할 땐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움직이는 그리고 류마티스 관절염에 시달리며 병원에 누워있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으나, 이들은 다릅니다.   각자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돈을 손에 넣기 위한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 돈을 좀 더 벌기 위해서 레스토랑도 여는 등 ( 담대해야 합니다 ), 사업을 벌여나가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조폭들의 위협을 받기도 하지만,  메르타 할머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들을 물리칩니다.   바나나백을 이용하여 그들을 파리 쫓듯 쫓아낸 에피소드는 박장대소를 유발하지요.  

요즘 들어서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나날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가진 사람들은 더 가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면서 부를 불리는 반면, 정작 공동체 내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 가난하거나 장애를 가진 그리고 나이 많으신 분들 ,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살피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힘들어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힘드니까 나만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니까 당연할까요?  아닙니다.  당연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각의 차이가 있겠지요.  공동체를 우선시 하느냐,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느냐....  뭔가 결정을 내리기 힘들긴 하나 이런 면에서 메르타 할머니는 현대의 홍길동 같습니다.  갖은 노력 끝에 은행을 털고 갑부의 요트를 훔치는 이유는 결국 소수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약간 털어서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 애쓰고 있는 성실한 대다수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겠다는 착한 마음이거든요.

이 책에는 강도사건만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좀 심심하겠지요.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 70~80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핑크빛 로맨스도 볼 만 합니다.  천재 할아버지는 메르타 할머니를 사랑하고 옆에 묶어두고 싶어 청혼을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인 메르타 할머니는 결혼을 망설입니다.  이들 사이의 알콩달콩 사랑의 줄다리기도 꽤 볼만 합니다.

이들은 은행을 털고 요트를 훔치는 과정에서도 머리가 비상한 메르타 할머니의 계획을 통해서 누구의 눈에도 걸리지 않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판에 블룸베리 전 경관이 이들의 계획에 뛰어듭니다.  안나 그레타 할머니와의 로맨스를 통해서요.  그는 과거에 경찰이었지만 지금은 사설 탐정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거의 해커 수준인 그의 컴퓨터 능력으로 인해, 지금까지 모든 사건들이 들통이 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노인 강도단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까요?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나이에 굴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고 비록 가상이긴 하지만 탈세하는 금융 사기꾼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메르타 할머니의 기가 막힌 수법을 보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아.... 이 책 만으로는 부족할 듯 싶습니다.  다른 책을 통해 메르타 할머니를 다시 한번 만나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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