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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지대 - 바그다드에 내린 하얀 기적
캐롤린 마스던 지음, 김옥진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의 지성과 예술의 중심지로서 카페, 갤러리, 서적상 들로 붐비던 무타나비 거리, 그곳은 수니파이거나
시아파이거나 아무런 상관없이 평화가 존재하던 전쟁 속의 피난처였다. 그러나 2007년 3월, 거리의 심장부에서 자동차 폭탄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로 인해 무고한 38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무타나비 거리를 사랑했던 많은 이들이 갈등을 겪게 된다.
이 책은 이라크의 오랜갈등과 전쟁 속의 폭력을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2007년부터 2008년 1월까지의 사건을 누리와 탈리브 두 어린이의
눈과 마음을 통해 알리는 논픽션 소설 [nonfiction
novel]이다. 탈리브는 사촌인 누리와 동갑으로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수니파 엄마와 소수파 시아파인 아빠
사이에 태어났다. 그 옛날 평화로웠던 시절, 그들은 매우 사이좋은 사촌 간이었으나 폭탄 사고로 인해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겉잡을 수 없이
증폭되면서 결국 누리의 외삼촌이 죽게 된다. 이 일로 누리는 탈리브에게 보이지 않는 중오심을 키워가고, 탈리브는 결국 부라타 사원의 폭탄
사고로 인해 수니파의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
등교까지 거부당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전 세계의 테러와 전쟁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갔으며,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는지, 얼마나 많은
가정의 평화를 빼앗아갔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아직도 세계 어느 곳에선가 이러한 일들이 진행 중이란 점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편안히 쉬고,
잠자고 있는 이 와중에도 어디에선간 폭탄이 터지고, 아이들이 죽어가고, 자비와 평화의 단어들이 사라져 간다. 탈리브나 누리는 그저 평범한 가정의
사랑받는 아이들이었다. 그러던 그들에게 집은 온 데 간 데 없이 날라갔고, 매일 밤 폭탄과 테러의 두려움에 떨어야 하고, 엄마가 만들어주던
맛있는 음식은 이제 다시는 꿈꿀 수조차 없게 되었다. 누구의 잘못일까? 왜 같은 동족끼리 등을 돌리고 파를 나누어 총구를 겨누어야 하는 걸까?
죽음과 피를 보고 전쟁터같은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사랑이란 단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예술과 대화, 헌책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무타나비 거리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새로운 페이지에서는 전쟁이 끝나 있었다. 거기에서는 폭탄이 떨어지지 않았다. 총도 발사되지
않았다. 녹색 지대도 적색 지대도 없었다. 거기에는 화이트 존, 즉 백색지대만 있었다.
"이건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지야."
알샤트리가 말했다.
"우리가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탈리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205p)
'바그다드에 내린 하얀 기적.' 제목에 붙은 설명 문구처럼 탈리브가 긴 막대기를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균형을 맞추어 소복히 쌓인 하얀 층
위에 쓴 글은 이것이다. 마지막 장을 다 읽었다. 아이들을 떠올리며, 아래 문장을 조용히 읊조려 본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