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며 명민하고 고독한 영혼의 향기....
우리는 떠돌아다니고 있다.
- 릴케
그러나 시간의 걸음은
늘 머물러 있는 것 속에서
미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모든 총망한 것은
금세 지나갈 것이다.
머물러 있는 것이 비로소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다.
소년들이여
부질없는 속도나 허망한 비행에
마음을 쏟지 마라.
어둠도 밝음도
꽃도 책도.
나는 알베르트 카뮈 책을 휠씬 더 많이 갖고 또 읽었는데 왜 구토의 첫번째 마니아가 됐을까???응?반항하는 인간 , 최초의 인간 , 전락 -다시 읽고 싶다-, 칼리쿨라 등등
나는 훈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것은 아직은 이상할 게 조금도 없다. 그것은 `구토`속의 조그만 행복인 것이다. 이 행복은 끈적끈적한 물구덩이 밑에, `우리의` 시간-자줏빛 멜빵과 움푹 패인 의자의 시간-의 밑바닥에 펼쳐져 있다. 그것은 폭이 넓고 말랑말랑한 순간순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둘레에서 기름의 티처럼 확대되고 있다. 그 행복은 태어나자마자 이내 늙어버린다. 20년 전부터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47p
그는 <여름>공원에 있는 나무 벤치에 앉아 그 생각을 해보았다. 거의 7시가 되었다. 공원은 텅 비어 있다. 무언가 어두운 것이 일순간 지는 해를 스쳐 지나갔다. 공기는 답답했고 멀리서 소나기가 오는 징후가 느껴졌다. 지금의 관조적 분위기가 그에게는 어떤 유혹과 같았다. 그는 외부 대상에 기억과 이성을 고정시키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그는 무언가 현실적이고 긴요한 것을 잊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눈을 들어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는 첫 순간에, 그가 그토록 탈피하고 싶어했던 자신의 침울한 상념을 또다시 인식하는 것이었다.352~353p
독서는 현상에서 혼란스럽게 느끼고 있는 사고나 표현의 흐름을 정돈해준다고 확신합니다. `치유`가 아니라 `정류`하는 것입니다.이것은 모든 책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키북이나 나의 취향에 맞는 책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뜻입니다. 독서란 저자가 쓴 것을 해석하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편집하는 과정이기 때문...222p책을 읽으면서 표시하기를 강조하거나 책을 노트로 활용해 보라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이 변환의 틈을 일종의 편집적 방법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예를들어 고대에 관한 책은 고대지도를 보여줍니다.그러나 이것을 읽는 우리는 현재시점에 있습니다.그렇다면 그 사이의 틈을 무엇인가가 연결해야만 합니다.그 무엇인가가 바로 편집구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253p★생각을 정리하고 교환-편집해서 새로운 아이디어 혹은 해결방법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방향과 주제로 생각의 가지를 뻗게 한다. 기본적으로 다독은 치유가 아닌 정류의 방법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