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5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김근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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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름>공원에 있는 나무 벤치에 앉아 그 생각을 해보았다. 거의 7시가 되었다. 공원은 텅 비어 있다. 무언가 어두운 것이 일순간 지는 해를 스쳐 지나갔다. 공기는 답답했고 멀리서 소나기가 오는 징후가 느껴졌다. 지금의 관조적 분위기가 그에게는 어떤 유혹과 같았다. 그는 외부 대상에 기억과 이성을 고정시키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그는 무언가 현실적이고 긴요한 것을 잊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눈을 들어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는 첫 순간에, 그가 그토록 탈피하고 싶어했던 자신의 침울한 상념을 또다시 인식하는 것이었다.

352~3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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