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의 섬
샤론 볼턴 지음, 김진석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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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독자들 사이에서 평이 좋은 작품은 대게 정말 괜찮은 작품인 경우가 많다.

다른 장르/분야에서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미스터리는 거의 틀림없이 그렇다.

여성작가의 혹은 여성이 주인공인 혹은 여성작가의 여성이 주인공인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후로 (사실, 이제 남자 작가들의 남자 이야기가 잘 안 들어와. 재미가 없어) 꼭 그렇지만은 않게 되었지만, 이 책은 평도 좋고, 내 기준에도 부합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애정하던 말이 노화로 죽자 포크레인 같은걸 빌려서 땅에 묻기로 한다. 속성으로 배워서 말을 몯으려 하다가 여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황당한 결심과 황당한 실행, 그리고 이어지는 사건과 밝혀지는 과거.

 

공포영화에서 거기 가지마아아아! 하는 곳에 가고야 마는, 그리고 죽고야 마는 금발여자. 같은 느낌인데, 뭔가 굉장히 현실적인 면이 있다. 이런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낸건 작가가 여자여서라고 믿는다.

 

감정이입도 엄청 잘된다. 모든 것이 세련되고 완벽하게 흘러가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재미있고, 신선하다. 주인공이 인상적이고, 굉장히 가깝게 느껴진다.

 

주인공이 산부인과 의사이고, 아이를 간절히 가지고 싶어하는데, 좀 과하다싶을 정도로 임신과 관련된 여자들의 이야기가 디테일하게 나온다.

 

그리고.. 시골 중에 시골인 그 곳에서 금발남성종족에 대한 회의와 좌절을 느끼는 점도 거기나, 지금 여기나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아기의 체중은 다양했지만 모두 정상 범위 내에서 약간 무거운 편에 속했다. 두 건은 제왕절개를 거쳤고 나머ㅣ는 정상 분만이었다. 그렇게 태어난 아기들은 모두 남자였다. 다시 확인해보았다. 아기들 가운데 여자는 없었다. '남성 종족'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글쎄, 이곳에선 적응을 잘 못 한 것 같고, 그 점에 있어서는 그들의 말이 맞아요. 이곳 섬들은 작지만 강력한 패거리가 다스리고 있거든요. 체격이 큰 금발의 남자들 말이죠. 모두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스코틀랜드 대학을 다녔고, 노르웨이 부족의 침략이 있던 시절부터 가족끼리 서로 알고 지낸 사람들 말이에요. 토라, 생각해봐요. 병원의 아는 의사들이나, 학교의 교장이나, 경찰이나 치안판사, 또 상공회의소, 지역 시의회까지, 그들이 전부 차지하고 있다고요."

이런  이야기들과 산과학에 대한 디테일들이 이 작품을 충분히 개성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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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6-02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은 소설과 현실이 딱 일치하네요. 슬픈 현실...
전 미스터리는 안 읽은 소설이 많은데, 눈띵하고 갑니다~~
6월의 다짐 2일차... 하이드님~~ 빠샤!!!

하이드 2018-06-02 20:26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막 되게 세련된 느낌의 글발은 아닌데, 공감 가는 면이 많고, 여주인공한테 이입이 잘 됩니다.
이렇게 눈에 보이게 하루에 한 개 이상! 써 버렸으니, 부지런히 글 쓰는 습관 만들어볼게요.
 
죽어가는 것에 대한 분노
베키 매스터먼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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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미스터리들을 다 챙겨 읽지는 못하지만, 평이 좋은 작품들은 꼭 챙겨 읽으려고 한다. 이 작품이 그렇다.

오래 읽다가 이제 읽지 않는 시리즈로는 헤리 홀레 시리즈가 있고, 브리짓 퀸이 나오는 시리즈는 이제 시작하는 시리즈이다.

 

은퇴한 FBI 위장수사 전문 브리짓 퀸은 그녀에게 가장 아픈 기억을 남긴 66번 고속도로 연쇄살인을 미결로 남기고, 은퇴하게 된다. 범인이 잡히고, 그 과정에서 새로 사건을 맡게 된 FBI 로라 콜먼이 자신의 과거를 '저작권법 관련 종사자'로 숨기고 사는 브리짓을 찾아와 도움을 청하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남자였던 폴을 자신의 과거로 인해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브리짓은 두 번째로 만난 완벽한 남자 카를로와의 결혼생활에서는 철저하게 자신의 과거를 포함한 자신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나쁜 판단과 결정을 하게 된다.

 

은퇴 FBI 나 경찰이 나오는 이야기는 많은데, 은퇴한 여자 FBI 가 나오는건 처음 봤다! 이거만으로도 관심 확 가는데, 데뷔작이고, 시리즈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스토리에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다. 최근에 여자 경찰이 나왔던 걸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존 하트의 <구원의 길>이지만,  젊고 아름다운 엘리자베스의 외모가 너무나 강조되었던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존 하트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여운도 곱씩을수록 커지는 좋은 작품이긴 했다.

 

긴 백발의 브리짓 퀸은 지금까지 읽었던 많은 남자 탐정/경찰/FBI 물에서 남자 주인공이 그랬듯이 완벽하지 않고, 고난과 수난의 길을 가지만, 하드보일드 느와르 기질로 헤쳐나간다.

 

그녀와 남자 동료들, 데이비드, 맥스와의 관계도 좋았고, 후배인 로라 콜먼과의 이야기도 좋았다.

카를로와의 로맨스가 들어간 부분도! 좋았다. 여러모로 기억할만한 작품이네.

라고 쓰면서 스카페타 생각 났다. 스카페타는 성반전의 느낌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참 읽었을 때 의식하지 않았기도 했지만, 여자로서의 어려움이 많이 나왔던 것은 기억한다. 반면, 브리짓 퀸 시리즈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전혀 강조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잘 쓴 미스터리 소설인데, 지금까지 남자가 하던걸, 여자가 하는걸 보는 거. 이게 왜 이제야.

 

하나 맘에 안 드는건, 초반의 너무 디테일한 여성살해범의 머릿속 이야기. 그런면에서 <구원의 길>은 정말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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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제국 상호의존성단 시리즈 1
존 스칼지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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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너지는 제국이다.

 

제국이 무너지면서 시작하는 시리즈. 시리즈 마지막편 같은 느낌의 제목이다.  존 스칼지라는 이름만으로 재미보장 작가이고, 귀여운 이야기부터(작은 친구들의 행성), 심각한 이야기까지(신 엔진), 그리고 대표 시리즈 <노인의 전쟁> 시리즈도 어떤 톤을 타든 재미를 보장하는 작가이다. 좀 너무 재미 위주인건 아닌가 싶을 때 <신 엔진>을 읽었고, 정말 놀랐다.

 

이 시리즈의 시작 또한 너무 재미있는데, 유머나 스릴보다는 <신 엔진>이 많이 떠올랐다. 이전까지의 책들에 비해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주면서, 읽는 내내 계속 작은 불꽃 튀겼던 부분은 내가 너무 자연스레 '그'를 생각하는 부분에 '그녀' 라는 것.

 

대장도, 함장도, 후계자도, 왕도 브레인도, 다 여자다. 각양각색의 여자가 대빵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건 굉장히 신선한 경험일 것을 장담한다. 왜냐하면, 소설 꽤나 읽는 사람일수록 남자가 메인인 이야기들을 읽고 자라왔으니깐.

 

이렇게 흥미진진한 시리즈의 시작부터 (개인적으로 '노인의 전쟁'보다 더 흥미진진한 시작이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사람이 다 여자라니, 다음 시리즈 벌써부터 너무 기대된다.

 

가장 심각한 이야기라 지하실에서 존 스칼지 쌍둥이 동생이 썼을 꺼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무거운 <신 엔진>이 생각난건, 이야기의 진행이 무겁지는 않지만, 제국이 무너지며 시작하는.. 그 시작이 너무 맘에 들어서이다.

 

'플로우' 라는 우주현상을 통해서만 각 성단의 인간들이 이동할 수 있는데, 각 성단은 그 자체로만은 생존할 수 없고,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 이 모든 플로우가 통하는 곳이 그 곳을 지배한 우가문의 황제가 있는 '허브'이고, 허브의 지배자가 상호의존성단의 황제이다. 그리고 상호의존성단의 끝에 유배자들이나 보내서 십년에 한번씩 반란이 일어나는 무법지대 같은 곳이 '엔드' 이고, 이야기는 '허브'와 '엔드'를 오가며 진행된다.

 

멋진 주인공들, 황제가 된 카르데니아, 라고스 가문의 키바, 클레어몬트 백작가의 브레나. 

 

이 책의 단점이라곤,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 뿐이다.

존 스칼지가 이런식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아주 영리해보이고 좋다.

 

많은 SF 소설들이 철학적이고, 놀랍게도 페미니즘적인 경우가 많은데, 존 스칼지의 이번 책에서 제대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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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머니 밀리언셀러 클럽 148
로스 맥도날드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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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딱히 새롭지도 않고, 아처의 매력이 넘쳐나지도 않은 비교적 짧은 분량의 시리즈인데, 엄청 잘 쓴 작품이다. 여자, 남자,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생생한 캐릭터들의 사소한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쑥쑥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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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기계 - 신이 검을 하사한 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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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인 쓰네카와 고타로의 <금색기계> 의 배경은 에도시대이다. 배경은 에도시대인데 SF 물이다.

'금색님', '금색기계'가 나오는 SF 물이고, 신비한 힘을 지닌 사람들이 나오며, 에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첫장부터 엄청난 흡입력으로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 읽는 기준이 많이 바뀌어서 기녀가 나오고, 유곽과 산적소굴이 배경이며, 사람 죽는 것이 별 일이 아닌 에도 시대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싶었는데, 재미있었다. 어쨌든 마지막의 인과응보와 마무리는 생각보다 여운은 덜하지만, 깔끔하다.

 

각각의 인물들 이야기가 시간을 뛰어넘으며 2대에 걸쳐 각 장마다 펼쳐지다가 마지막에 모이게 된다. 그 세월동안 계속 인간들의 옆에는 '금색기계'가 있었다.

 

특이한 힘을 가진 사람들의 힘들이 시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부분, 복수와 사랑 이야기들은 좀 밍밍하긴 했지만,

그건 그대로 나쁘지 않았다.

 

개성 있는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들은 포승줄을 잘다루는 고지식한 고신과 약한 후계자 미쓰자카, 그들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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