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미안해. 소름 끼치고 아픈 말이다. 나의 종이에 쓰여 있다는 자체를 사과하는 것처럼 보인다. 뭐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만큼 명확한 말이기도 하다.  
  나는 그 말 주변으로 쓰기 시작한다. 단어를 엮어 글을 만들기도 하고 지워 버리기도 한다. 이 말에 살을 붙여서 스토리를 엮기도 하고 대화문도 만든다. 이름을 짓고 장소를 정한다. 숨과 목소리를 불어넣는다. 빠르게 써 나가고 있지만 영 뒤죽박죽이다. 나는 입속의 살을 질겅질겅 씹는다. 피 맛이 나는 것도 알아채지 못한다.
  보면 볼수록 그 말은 착한 사람이 쓰는 좋은 말임이 분명하다. 아무도 진정으로 선하지 않고 아무도 슬금슬금 다가오는 저주를 피하지 못한다.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선한 것과 악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하지만 그 차이를 아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하면 그 선을 넘게 되는지도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바난을 감수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겸손한 태도다. 
  진심으로 이 말을 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내 고통은 물론 상대방의 고통도 같이 느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하는 것은 그 고통을 나누고자 함에 있다. 그렇게 우리를 하나로 묶어 상대방처럼 짓밟히고 물에 흠뻑 젖도록 해 주는 말이다. 미안하다는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다시 채워진 빈 구멍과도 같다. 빌린 돈을 갚는 것과 같다. 미안하는 말은 잘못한 행동의 결과물이다. 이는 심하게 상처 입은 결과가 수면 위로 보낸 잔물결일 수도 있다. 미안하다는 말은 슬픔이다. 아는 것이 슬픔인 것처럼 말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때로 자기연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로 미안하다는 말은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받아들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상대방을 위한 것이다.
  
 
   

 때로는 '미안해' 라는 말과 '고마워'라는 말중 어느 것을 내 놓아야 할 지 헷갈릴때가 종종있다.
 상황이 깊어질수록 더욱 더.

 그러다 종종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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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말에 거즈를 오십 겹은 깔고 색을 입혀 이야기한다. 그래서 말을 꺼내기도 전에 거짓말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뻔뻔해지고 필사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도 거짓말을 하니 말이다. 대머리를 감추려고 머리를 가지런히 올려 빗은 우리 아빠나 흰머리를 감추려고 적갈색으로 연색을 한 우리 엄마처럼 말이다. 아니면 코리건 아이들이 문학을 사랑하도록 가르치는 일이 즐겁다고 말하는 우리 아빠나, 도시에 사는 이모들에게 코리건이 정말 좋은 곳이며 너무 덥지도 않고 멋진 이웃들 덕에 행복하다고 말하는 우리 엄마처럼 말이다. 하도 익숙해져서 자신들이 거짓말을 하는지도 의식하지 못할 것이다. 서서히 다가오는 저주처럼,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그 늪에 빠져드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기들이 아무도 기만하지 않고 살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니깐 말이다. 타인에게 하는 거짓말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다.
 의식하지 못한 거짓말들을 찾아내어 자신에게 솔직한 진실된 인생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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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고양이 - 고양이에게 배우는 라이프 테크닉
이주희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11월
구판절판


* 리뷰는 서재에서 보시면 더 큰 사진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 클릭하면 서재로 이동)

책에 고양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무조건 사 보던 시절이 있었다. 나중에는 고양이.책이 아닌 것 같은 고양이 책들까지도.

어느 순간, 고양이 책이 너무 많아져 버렸고, 나는 내 보관함 속 고양이 책 지분을 늘릴망정, 내 책장의 고양이책 늘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책장에는 책도, 고양이책도, 고양이도 있다.

이 책, 이기적 고양이는 그런 의미에서 오래간만에 산 고양이책인 셈.

고양이에게 배우는 라이프 테크닉..은 부제이기도 하고, 첫 챕터의 제목이기도 하고.
집사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총 네 마리의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들이 등장한다. 간혹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와 집사의 애인이 등장하기도 하고..

울 말로는 외동.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오랫동안 저자의 블로그에서 봐 오던 고양이들이다.
메, 탄, 씨씨, 아톰까지.

우리집 고양이는 말로.. 페르시안. 오드아이.
.. 를 소개합니다!

어이, 발 귀여우면 다야?

넹 -

고양이 사진은 예쁘고,
고양이 이야기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고양이와 함께하면, 세상은 고양이 중심으로 돌아가고, 우리 집사들은 기꺼이 자발적으로 익숙해지곤 한다.

세상의 어떤 고양이도 나를 화내게 할 수 없어. 라고 말하는 저자의 심정은 나의 심정과 같다. 아니, 이건 나의 고양이가 너무나 훌륭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고양이 팔불출까지도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닮아 있다.


저자의 완벽한 고양이는 '메'다. 샴.
무척이나 미모롭다는 메. 겁이 많다(?)

메가 너무나 완벽해서 저자는 고양이 자랑 배틀도 할 수 있겠다고 했는데,
우리 말로를 들이대고 싶어 혼났다.

나는 밥은 잘 못해도, 완벽한 고양이를 만났다구.

박스라면 환장하는 고양이

박스 자매품 : 서랍, MDF, 봉지, 등등등

무언가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를 이미 아는 사람이라면 공감을
고양이를 아직 모르는(?) 사람이라면 호기심과 동경을 (혹은 고개 절레절레^^;)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는 책이다.

오후 다섯시의 고양이

어느 때이건 간에 고양이가 있는 풍경은 특별하지만, 오후 다섯시는 조금 더 ..?

이 책의 대부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내가 알 수 없는 고양이의 세계가 있다.

고양이'들'의 세계와 아기 고양이의 세계

중독성 있는 아기고양이, 아기고양이결핍증.이라고 했는데,
나는 말로를 4개월 지나서 데려왔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아기 고양이 때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사진 속의 아깽이는 아톰인데, 저자의 단골 동물병원에 구해져 있던 완벽한 턱시도냥이다.

이 천사같은 녀석이 금세 중년 아저씨같은 얼굴로 변해버렸다니! 경악하는 장면에서
난 왠지 공감해 버렸고, 풉 - 여전히 사랑스러운 것에도 (그러니깐, 중년 아저씨 말고, 중년 아저씨 얼굴의 고양이 말야) 공감해 버린다.


물론 우리 말로는 여전히 천사 미묘. ^^

이 사진은 리뷰 올리기 한 시간 전 쯤 찍은 따끈따끈한 미모로운 말로님 -

고양이는 불러도 쳐다봐주지 않는다. (중간 단계인, 부르면 다가온다거나. 하는건 건너뛰겠다;) 하지만, 고양이는 180도로 움직이는 그 혹은 그녀의 귀로 '무슨일인데' 표시해주고 있다.

말로는 부르면 온다. 으쓱 -

... 한 삼십번쯤 부르면 말이다...
말로의 분홍 귀가 늘 나의 움직임에 이리 저리 쫑긋 거리는 거, 난 다 알고 있다구.

고양이가 있는 평화로운 풍경.

저자의 소원은 이 다음에 내가 키우는 내 고양이로 태어나는 것..


나의 소원은 ..

너를 오래오래 사랑하는 것...

고양이

1. 모든 고양이는 예쁘다.
2. 나의 고양이는 조금 더 예쁘다.

저자는 고양이를 만나 인생이 조금 더 행복해 졌다고 했다.

.. 나도.
고양이에 대한 헌신과 동경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둔 인간들의 (혹은 고양이의 반려인간) 특징이다.

나의 고양이라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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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2010-12-2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 진짜 미묘! 모델묘! +_+

하이드 2010-12-23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묘로와요 ^^ 헤헤

Kitty 2010-12-2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에게 롯데캐슬을...!!

하이드 2010-12-23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고양이계의 롯데캐슬, 트릴라라라라라~ 라로로오오~

moonnight 2010-12-23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소원은 ..

너를 오래오래 사랑하는 것.. "

뭉클합니다.

말로는 훌륭한 집사를 둬서 행복한 고양이예요. 물론, 말로님을 모시는 하이드집사님도 행복하시겠지만요.
ㅋㅋ 고양이계의 롯데캐슬 ^^;

하이드 2010-12-23 10:43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전 롯데캐슬따위 필요엄꾸요- 울 말로의 트릴로가 더 소중해요 ㅎㅎ

에이프릴 2010-12-2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언니 말로사진 퍼서 제 미니홈피에 올려도되요? ㅋㅋ 느므 이쁨 >.<

하이드 2010-12-23 10:43   좋아요 0 | URL
ㅇㅇ 퍼가렴 ^^

2010-12-23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4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침대 발치에 쌓인 책들에 더 이상 쪼그리고 잘 수 없다.는 결단을 내리고 치우다가 발견한 책을 붙잡고 읽어내다 발견한 낯익은 이름, 다치하라 마사아키, 혹은 김윤규. 안동에서 태어난 한국 작가.. 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여튼, 일본인으로 귀화한 인물인데, 일본 에세이를 읽다보면 심심치않게 나오곤 하는걸 보면, 일본에선 꽤 유명한 사람인가 봄. 하고 뒤늦게 저자 정보를 찾아 보았더니  


... 별 쓸모 없는 알라딘 서재의 '저자/아티스트 넣기' 기능 -_- ;;  

  • 수상 : 1966년 나오키상
  • 최근작 : <겨울의 유산>,<겨울여행 -하 >,<겨울여행 -상 > … 총 10종 (모두보기)
  • 소개 : 1926년 경상북도 안동 출생, 한국 이름은 김윤규(金胤奎).
    안동시 교외 봉정사의 승려였던 아버지를 따라 4살 때부터 절에 다니면서 노선사(老禪師)로부터 한학과 경전 공부를 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재혼, 일본으로 이주 등 풍파를 겪었다. 청소년기에는 일본 고전과 나쓰메 소세키, 가와바다 야스나리 등의 근대 소설을 섭렵했고, 1945년 와세다 대학 법학과에 입학하였으나 문학부로 학적을 옮기고 작가의 길을 준비한다.
    1951년 <문학자(文學者)>에 처녀작인 <늦여름 혹은 이별곡>을 발표하여 등단한 이후, 1964년 <신조(新潮)>에 <다키기노>를 발표하고 아쿠다가와상 후보에 오른다. 한일 혼혈, 퇴폐의 미(美)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1965년작 <쓰루기가사키>는 대단한 호평을 받았고, 1966년 <하얀 양귀비>로 제15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일본 현대문학의 거두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1968년 <요미우리신문>에 연재한 소설 <겨울여행>에서는 소년원에서 고독한 생활을 보내는 씩씩한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 대중적인 큰 공감을 받았다. 특히 그의 작품들은 독특한 질감의 미학적 묘사로 여성독자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1980년 <요미우리신문>에 <그해 겨울>을 연재하던 중 식도암으로 55세의 나이에 사망하였다. 

    이런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다. 아, 나오키상 수상작가이기도 하구나.  

    그러니깐, 침대 발치에 잔뜩 흐트러져 쌓여 있는 책더미에서 나온 책은 이거다.  

    쓰루가야 신이치 <책을 읽고 양을 잃다>  

    이 책은 뭔가 귀여운 표지와 제목에 비해 동서양의 고전들, 일본 고전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책인데, 읽다보면 다른 책에 나오는 이야기나 인물들이 나와 반가울 때가 많다. 일테면 김윤구 이야기 말고, 오늘 새벽 막 마지막장을 덮은 <울프홀>에 기시감을 일으킨 '기억법'과 키에르 키케로 이야기라던가..  

     

     

     

     

     

    그러니깐, 이 책에 김윤구가 나온 챕터는 이렇다.  

    '이명과 필명'이라는 이야기. 이야기의 시작을 조금 옮겨보면  

    초등학교 4학년 때 시미즈 사토무는 담임인 미즈노 미노루 선생님에게서 "너는 소설가가 되거라"는 말을 들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해준 이 한 마디 말은 이후 은밀하게 그의 마음을 지탱해준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사토무는 고비키쵸의 전당포인 야마모토 상점에 도제로 들어가 먹고 자는 생활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한편 창작을 시작하였다. 전당포 주인은 사토무에게 친아버지보다 고마운 존재였다. 22세에 '문예춘추'에 문단 출세작이 되는 <수마사 부근>을 발표할 때 시미즈 사토무는 은혜를 입은 상점주인 야마모토 슈고로의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였다.  

    .. 이후에 필명을 고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일본 작가들을 예로 들며 잔뜩 나온다.  본명을 조금 바꾼 이즈미 교타로-> 이즈미 교카 혹은 하세가와 신지로 -> 하세가와 신,.. 그 외에 섬 이름을 딴 작가들, 강 이름을 딴 작가들, 계절을 넣은 이름들 다나카 후유지, 모리 슌토, 등 혹은 자연의 풍물에서 따 온 이름 등.  

    나오키 산쥬고는 31세 때 이름을 산쥬이치로 하고, 그 후 연령과 함께 숫자를 늘렸다고 하고

    친구의 드문 성을 빌린 다자이 오사무도 있고

    '뒈져버려라'는 자조 섞인 말로 만든 후타바테이 시메이도 있다.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과 비슷한 에도가와 란포, 사마천에서 딴 시바 료타로 (아, 사마천에서 땄구나!) 가 있다.  

    박식한 저자는 서양의 예로 넘어간다.
    극단적으로 필명을 많이 사용한 작가로 포르투갈의 페르난두 페소아, 생에 걸쳐 70개 이상의 이명을 사용하였다고 하고, 대표적 필명들로 역설적 전원시를 쓴 알베르투 카에이루, 댄디한 전위시인 알바루 드 캄푸스, 호라티우스를 애독하는 고전주의자 리카르두 레이스 세 명이었다고 한다. 필명이라고 하는 자신의 분신을 여러 명 창출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구구절절한 인생과 그의 이명들에 대한 이야기가 죽죽 나오고, 그의 시 한 구절이 인용된다.  

    내가 죽은 후 나의 전기를 쓰려거든,
    아주 간단하게.
    탄생과 죽음이란 두 개의 날짜뿐.
    그 사이 날들은 모두 나만의 것.  

    카프카의 프라하, 조이스의 더블린, 보르헤스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함께 페소아의 리스본은 20세기 문학의 상징적인 도시라고 한다.  

    이름은 생소한 작가고, 번역본은 이 책에 나온 필명들과 본명을 다 쳐 봐도 나오지 않지만, 그 이야기만은 꽤나 흥미롭다.

    페소아의 이야기에 이은 마지막 문단이자 펀치라인은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필명은 하나이면서 여러 본명을 가진 작가가 있었다. 그는 김윤규라고 하는 한국명을 비롯하여 평생 6개의 이름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다치하라 마사아키이다."  

     

     

     

     

     다치하라 마사키의 <겨울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 올 초에 구입했던 것 같은데,
    그건 또 다른 일본 저자 요모타 이누히코의 <라블레의 아이들>을 읽고 제대로 꽂혀서였다.
    이 때 이 책하고 또 다른 절판된 책을 헌책방에서 구해놓기까지 했는데, 영 들쳐보지도 못했다. (근데 어디있는지도 모르겠;;)  


    <라블레의 아이들>은 음식 이야기이긴 한데, 굉장히 독특한 인문학 서적과도 같은 책이다. 일본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원 컨셉에 비해서 많이 나오는데(이건 저자도 후기에서 인정한 이야기) 그 중에 다치하라 마사아키의 이야기와 다니키 준이치로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더랬다. 그 중 다치하라 마사아키의 이야기를 옮겨보면  

    다치하라 마사아키라는 작가는 오래도록 내 마음 속에 껄끄러운 인물로 남아 있었다. 그는 항상 말끔하게 와후쿠를 차려입고 오래된 절을 산책하거나 중세의 정원과 일본의 가면 음악극인 노가쿠에 대한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당당히 피력했다. 검에 취미가 있으며, 물고기 다루는 솜씨는 프로급이다. 도자기와 일본 술에 조예가 깊고, 사나이의 소망에 대해 거침없이 말한다. 조선의 양반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높은 자긍심까지 더하여 일본의 문화적 전통에 대한 순수한 귀속의식은 솔직히 말해 나를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들었다. 일부러 가마쿠라의 산골에 저택을 짓고 사는 것도, 지나치게 문사연하는듯한 거드름으로 여겨져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다. 이와 같은 그에 대한 인상이 일변한 것은 존경하는 소설가 다카이 유이치의 평전을 읽고 나서였다. 그 평전에 따르면 다치하라의 본명은 김윤규이며 1926년 일본통치하의 조선 경상북도 안동 부근 산골 마을의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어머니는 '본국'의 요코스카로 건너간 후  ..(하략) 
     

    일본 문화를 연구하는 것이 업인 사람에게 껄끄러울 정도로 일본인보다 더 일본문화에 조예가 깊은 귀화한 한국인.. 다치하라 마사아키? 김윤규?  

    이 페이퍼를 쓰면서 새삼 요모타 히누히코의 <라블레의 아이들> 재미있었지.. 생각하며 검색하다보니, 책소개라곤 찾아볼 수 없는 <쓰키시마 섬 이야기>라는 책이 나와 있다.  

    <라블레의 아이들> 책이나 역사에 나온 요리 실연해보는 이야기이니,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가볍게 읽을 수도, 무겁게 읽을 수도 있는 책. 이 책 읽을 당시에 추천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추천.  

    그러니깐, 나는 침대 발치의 책 정리하다 만 채로 책은 더 꺼내오고, 보관함에 책은 더 넣고, 아 ... 이런 수지 안 맞는 일이 있나.  

     

     

    결론 겸 세 줄 요약 :

    다치하라 마사키.. 궁금하죠?
    책을 읽고 양을 잃다. 재밌어요.
    라블레의 아이들 아직 안 읽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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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사용법의 조르주 페렉의 신간이 나왔다. 제목하고는 <임금 인상을 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이라는 길고 영문 모를 제목이다.  

    "1968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어느 대기업 사원이 과장에게 봉급을 올려 달라고 말하러 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상황과 그에 따른 다양한 해법들을 오직 단 하나의 문장으로, 마지막에 오는 마침표를 제외하고는 단 하나의 구두점도 없이 풀어 쓴 소설이다. 과장을 만나 임금 인상을 요청하는 그날 그 순간까지 쉼 없이 반복되는 회사원의 일과와 거대한 건물 속 배회, 그에 따라 서서히 증폭되는 불안을 페렉은 파격적인 형식 속에 아이러니와 연민을 담아 그려냈다. "  

    라고 한다. 헉, 제목만이 아니네? 정말로 이런 자기계발서도 안 될 것 같은 내용의 이야기이다. 실험정신 가득한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에서 중요 위치를 차지한다고 하는 조르주 페렉의 눈으로 본 '임금 인상을 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인 것일까?  

     P.5-6 : 당신은 신중히 생각하고 단단히 마음을 먹은 뒤 임금 인상을 요청하러 과장을 만나러 갈 결심을 하고 과장을 만나러 가는데 항상 단순하게 표현해야 하므로 단순화해서 과장의 이름이 자비에 씨이고 과장님 혹은 x 씨로 불린다고 가정하면 이제 당신은 x 씨를 만나러 가는데 이때 x 씨는 자기 방에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이고 만일 x 씨가 자기 방에 있다면 분명히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당연히 x 씨가 자기 방에 없으니 당신은 복도에서 그가 돌아오거나 도착하기를 길목을 지키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만 그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이 경우 해결책은 당신의 방으로 되돌아가 그날 오후나 다음 날을 기다려 다시 한 번 시도하는 것밖에 없겠지만 그가 늦게 돌아오는 일이야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이니 이 경우 당신이 택할 수 있는 최선책은 동료 y 양을 만나러 가는 것이며 우리의 무미건조한 증명에 인간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제부터 우리는 그녀를 욜랑드 양이라고 부르도록 하는데 이때 욜랑드 양이 자기 방에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이고…… - 알라딘 

     이런 책들이 떠오른다. 감성은 다르지만, 일상과 자신이 집착(?)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눈으로 보고, 공통점, 보편성 끌어내기.  

     

      

     


    모리이 유카<나는 드럭스토어에 탐닉한다><나는 뮤지엄샵에 탐닉한다>가 며칠 상간으로 나왔다. 원서로 2-3만원 이상씩 주고 샀는데 ㅡㅜ 갤리온에서 나온 모리 유카의 탐닉 시리즈는 꽤 괜찮다. ... 그리고 ... 책값도 저렴하다.  

     한 때 잡화 마니아가 되고 싶어, 모리 유카는 나의 롤모델이었던지라. 그녀의 책들을 구비해 놓고 있다. 지금 트위터에서 팔로잉하는 유일한 일본인.이기도 하십니다.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책도 을유 세계문학에서 나와 주었다. <이즈의 무희, 천마리 학, 호수> 세 작품을 담고 있다.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집이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주인공과 유랑 가무단의 무희와의 순수한 만남과 이별을 그린 '이즈의 무희', 패전 후 가와바타의 대표작 '천 마리 학', 이제까지 우리가 가와바타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 '호수' 세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 초기 완숙기의 작품이라니, 이분은 초기에도 완숙기가 있군요.   

    .. 가 아니라 '초기와 완숙기' 라고 아래 어떤 분이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러니깐 말이죠.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면 초기에도 완숙기. 뭐 이런 말도 안 되는게 말이 될지도 모른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나봐요. 제가 오늘 눈도 좀 침침하고; ^^;;

    오늘은 여기까지  

      

     

    요런건 이미 잘 챙겨 두었지요? 

     

     

     

     

      

     

     


    관심 새 음반 몇가지  :  

     카니에 웨스트, 비욘세, 스팅  

    사실 스팅은 이번 라이브 앨범보다
     지난번 나온 심포니시티가 새삼 다시 구매하고 싶어지긴 한다.  

     


    비욘세는 우와.. 와우... 파워풀한 라이브로 비욘세의 노래, 데스티니스 차일드때의 노래들( 이때부터 좋아했더랬다!)이 나오는지라 욕심 나는 앨범. 카니예 웨스트는 .. 들을수록 난 놈.  

      

    오리하라 이치 <침묵의 교실> 

     "묘지 위에 세워진 학교, 아오바가오카 중학교 3학년 A반 - 무기력하고 공허한 눈빛의 학생들, 수업 중의 무거운 침묵, 악의를 품은 듯한 누군가가 교실 어딘가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 이런 반에 담임교사가 붙인 이름은 '침묵의 교실'이다.

    한편, 수수께끼의 인물이 발행하는 섬뜩한 '공포신문'에는 숙청 대상의 명단이 올라오고, 칠판에 그 대상자가 큰 글씨로 적혀 있다. 그리고 자행되는 잔인한 괴롭힘. 마침내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학급 동창회 공지가 신문에 실렸을 때, 복수를 맹세한 자가 세운 대량살인계획이 은밀하게 진행되기 시작한다." 

     

    줄거리만 봐서는 기시 유스케가 썼어도 재미있겠다 싶은 공포의 스맬도 스멀스멀
    사춘기 소년소녀의 악의, 이지메라는 건 상당히 이치의 주특기잖아. 일단 담아둔다.   


    이 책 650페이지 넘던데, 얼마전에 ㅇㅇ者시리즈를 끝낸지라, 오리하라 이치의 긴긴 책들이 좀 질리긴 했다.

    그래도 <실종자> 빼고는 재미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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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22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10-12-2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금인상...이 책은 번역자가 고생했겠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