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발치에 쌓인 책들에 더 이상 쪼그리고 잘 수 없다.는 결단을 내리고 치우다가 발견한 책을 붙잡고 읽어내다 발견한 낯익은 이름, 다치하라 마사아키, 혹은 김윤규. 안동에서 태어난 한국 작가.. 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여튼, 일본인으로 귀화한 인물인데, 일본 에세이를 읽다보면 심심치않게 나오곤 하는걸 보면, 일본에선 꽤 유명한 사람인가 봄. 하고 뒤늦게 저자 정보를 찾아 보았더니  


... 별 쓸모 없는 알라딘 서재의 '저자/아티스트 넣기' 기능 -_- ;;  

  • 수상 : 1966년 나오키상
  • 최근작 : <겨울의 유산>,<겨울여행 -하 >,<겨울여행 -상 > … 총 10종 (모두보기)
  • 소개 : 1926년 경상북도 안동 출생, 한국 이름은 김윤규(金胤奎).
    안동시 교외 봉정사의 승려였던 아버지를 따라 4살 때부터 절에 다니면서 노선사(老禪師)로부터 한학과 경전 공부를 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재혼, 일본으로 이주 등 풍파를 겪었다. 청소년기에는 일본 고전과 나쓰메 소세키, 가와바다 야스나리 등의 근대 소설을 섭렵했고, 1945년 와세다 대학 법학과에 입학하였으나 문학부로 학적을 옮기고 작가의 길을 준비한다.
    1951년 <문학자(文學者)>에 처녀작인 <늦여름 혹은 이별곡>을 발표하여 등단한 이후, 1964년 <신조(新潮)>에 <다키기노>를 발표하고 아쿠다가와상 후보에 오른다. 한일 혼혈, 퇴폐의 미(美)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1965년작 <쓰루기가사키>는 대단한 호평을 받았고, 1966년 <하얀 양귀비>로 제15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일본 현대문학의 거두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1968년 <요미우리신문>에 연재한 소설 <겨울여행>에서는 소년원에서 고독한 생활을 보내는 씩씩한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 대중적인 큰 공감을 받았다. 특히 그의 작품들은 독특한 질감의 미학적 묘사로 여성독자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1980년 <요미우리신문>에 <그해 겨울>을 연재하던 중 식도암으로 55세의 나이에 사망하였다. 

    이런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다. 아, 나오키상 수상작가이기도 하구나.  

    그러니깐, 침대 발치에 잔뜩 흐트러져 쌓여 있는 책더미에서 나온 책은 이거다.  

    쓰루가야 신이치 <책을 읽고 양을 잃다>  

    이 책은 뭔가 귀여운 표지와 제목에 비해 동서양의 고전들, 일본 고전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책인데, 읽다보면 다른 책에 나오는 이야기나 인물들이 나와 반가울 때가 많다. 일테면 김윤구 이야기 말고, 오늘 새벽 막 마지막장을 덮은 <울프홀>에 기시감을 일으킨 '기억법'과 키에르 키케로 이야기라던가..  

     

     

     

     

     

    그러니깐, 이 책에 김윤구가 나온 챕터는 이렇다.  

    '이명과 필명'이라는 이야기. 이야기의 시작을 조금 옮겨보면  

    초등학교 4학년 때 시미즈 사토무는 담임인 미즈노 미노루 선생님에게서 "너는 소설가가 되거라"는 말을 들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해준 이 한 마디 말은 이후 은밀하게 그의 마음을 지탱해준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사토무는 고비키쵸의 전당포인 야마모토 상점에 도제로 들어가 먹고 자는 생활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한편 창작을 시작하였다. 전당포 주인은 사토무에게 친아버지보다 고마운 존재였다. 22세에 '문예춘추'에 문단 출세작이 되는 <수마사 부근>을 발표할 때 시미즈 사토무는 은혜를 입은 상점주인 야마모토 슈고로의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였다.  

    .. 이후에 필명을 고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일본 작가들을 예로 들며 잔뜩 나온다.  본명을 조금 바꾼 이즈미 교타로-> 이즈미 교카 혹은 하세가와 신지로 -> 하세가와 신,.. 그 외에 섬 이름을 딴 작가들, 강 이름을 딴 작가들, 계절을 넣은 이름들 다나카 후유지, 모리 슌토, 등 혹은 자연의 풍물에서 따 온 이름 등.  

    나오키 산쥬고는 31세 때 이름을 산쥬이치로 하고, 그 후 연령과 함께 숫자를 늘렸다고 하고

    친구의 드문 성을 빌린 다자이 오사무도 있고

    '뒈져버려라'는 자조 섞인 말로 만든 후타바테이 시메이도 있다.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과 비슷한 에도가와 란포, 사마천에서 딴 시바 료타로 (아, 사마천에서 땄구나!) 가 있다.  

    박식한 저자는 서양의 예로 넘어간다.
    극단적으로 필명을 많이 사용한 작가로 포르투갈의 페르난두 페소아, 생에 걸쳐 70개 이상의 이명을 사용하였다고 하고, 대표적 필명들로 역설적 전원시를 쓴 알베르투 카에이루, 댄디한 전위시인 알바루 드 캄푸스, 호라티우스를 애독하는 고전주의자 리카르두 레이스 세 명이었다고 한다. 필명이라고 하는 자신의 분신을 여러 명 창출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구구절절한 인생과 그의 이명들에 대한 이야기가 죽죽 나오고, 그의 시 한 구절이 인용된다.  

    내가 죽은 후 나의 전기를 쓰려거든,
    아주 간단하게.
    탄생과 죽음이란 두 개의 날짜뿐.
    그 사이 날들은 모두 나만의 것.  

    카프카의 프라하, 조이스의 더블린, 보르헤스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함께 페소아의 리스본은 20세기 문학의 상징적인 도시라고 한다.  

    이름은 생소한 작가고, 번역본은 이 책에 나온 필명들과 본명을 다 쳐 봐도 나오지 않지만, 그 이야기만은 꽤나 흥미롭다.

    페소아의 이야기에 이은 마지막 문단이자 펀치라인은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필명은 하나이면서 여러 본명을 가진 작가가 있었다. 그는 김윤규라고 하는 한국명을 비롯하여 평생 6개의 이름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다치하라 마사아키이다."  

     

     

     

     

     다치하라 마사키의 <겨울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 올 초에 구입했던 것 같은데,
    그건 또 다른 일본 저자 요모타 이누히코의 <라블레의 아이들>을 읽고 제대로 꽂혀서였다.
    이 때 이 책하고 또 다른 절판된 책을 헌책방에서 구해놓기까지 했는데, 영 들쳐보지도 못했다. (근데 어디있는지도 모르겠;;)  


    <라블레의 아이들>은 음식 이야기이긴 한데, 굉장히 독특한 인문학 서적과도 같은 책이다. 일본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원 컨셉에 비해서 많이 나오는데(이건 저자도 후기에서 인정한 이야기) 그 중에 다치하라 마사아키의 이야기와 다니키 준이치로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더랬다. 그 중 다치하라 마사아키의 이야기를 옮겨보면  

    다치하라 마사아키라는 작가는 오래도록 내 마음 속에 껄끄러운 인물로 남아 있었다. 그는 항상 말끔하게 와후쿠를 차려입고 오래된 절을 산책하거나 중세의 정원과 일본의 가면 음악극인 노가쿠에 대한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당당히 피력했다. 검에 취미가 있으며, 물고기 다루는 솜씨는 프로급이다. 도자기와 일본 술에 조예가 깊고, 사나이의 소망에 대해 거침없이 말한다. 조선의 양반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높은 자긍심까지 더하여 일본의 문화적 전통에 대한 순수한 귀속의식은 솔직히 말해 나를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들었다. 일부러 가마쿠라의 산골에 저택을 짓고 사는 것도, 지나치게 문사연하는듯한 거드름으로 여겨져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다. 이와 같은 그에 대한 인상이 일변한 것은 존경하는 소설가 다카이 유이치의 평전을 읽고 나서였다. 그 평전에 따르면 다치하라의 본명은 김윤규이며 1926년 일본통치하의 조선 경상북도 안동 부근 산골 마을의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어머니는 '본국'의 요코스카로 건너간 후  ..(하략) 
     

    일본 문화를 연구하는 것이 업인 사람에게 껄끄러울 정도로 일본인보다 더 일본문화에 조예가 깊은 귀화한 한국인.. 다치하라 마사아키? 김윤규?  

    이 페이퍼를 쓰면서 새삼 요모타 히누히코의 <라블레의 아이들> 재미있었지.. 생각하며 검색하다보니, 책소개라곤 찾아볼 수 없는 <쓰키시마 섬 이야기>라는 책이 나와 있다.  

    <라블레의 아이들> 책이나 역사에 나온 요리 실연해보는 이야기이니,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가볍게 읽을 수도, 무겁게 읽을 수도 있는 책. 이 책 읽을 당시에 추천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추천.  

    그러니깐, 나는 침대 발치의 책 정리하다 만 채로 책은 더 꺼내오고, 보관함에 책은 더 넣고, 아 ... 이런 수지 안 맞는 일이 있나.  

     

     

    결론 겸 세 줄 요약 :

    다치하라 마사키.. 궁금하죠?
    책을 읽고 양을 잃다. 재밌어요.
    라블레의 아이들 아직 안 읽으셨어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