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미안해. 소름 끼치고 아픈 말이다. 나의 종이에 쓰여 있다는 자체를 사과하는 것처럼 보인다. 뭐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만큼 명확한 말이기도 하다.  
  나는 그 말 주변으로 쓰기 시작한다. 단어를 엮어 글을 만들기도 하고 지워 버리기도 한다. 이 말에 살을 붙여서 스토리를 엮기도 하고 대화문도 만든다. 이름을 짓고 장소를 정한다. 숨과 목소리를 불어넣는다. 빠르게 써 나가고 있지만 영 뒤죽박죽이다. 나는 입속의 살을 질겅질겅 씹는다. 피 맛이 나는 것도 알아채지 못한다.
  보면 볼수록 그 말은 착한 사람이 쓰는 좋은 말임이 분명하다. 아무도 진정으로 선하지 않고 아무도 슬금슬금 다가오는 저주를 피하지 못한다.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선한 것과 악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하지만 그 차이를 아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하면 그 선을 넘게 되는지도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바난을 감수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겸손한 태도다. 
  진심으로 이 말을 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내 고통은 물론 상대방의 고통도 같이 느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하는 것은 그 고통을 나누고자 함에 있다. 그렇게 우리를 하나로 묶어 상대방처럼 짓밟히고 물에 흠뻑 젖도록 해 주는 말이다. 미안하다는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다시 채워진 빈 구멍과도 같다. 빌린 돈을 갚는 것과 같다. 미안하는 말은 잘못한 행동의 결과물이다. 이는 심하게 상처 입은 결과가 수면 위로 보낸 잔물결일 수도 있다. 미안하다는 말은 슬픔이다. 아는 것이 슬픔인 것처럼 말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때로 자기연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로 미안하다는 말은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받아들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상대방을 위한 것이다.
  
 
   

 때로는 '미안해' 라는 말과 '고마워'라는 말중 어느 것을 내 놓아야 할 지 헷갈릴때가 종종있다.
 상황이 깊어질수록 더욱 더.

 그러다 종종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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