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살인사건>의 작가 시마다 소지의 또 하나의 대표작 '형사 요시키 시리즈'. 본격, 사회파, 어느 관점에서 보아도 불평할 데가 없는 걸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형사 요시키 시리즈'의 대표작을 넘어 작가의 '사회파 추리소설'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 작품은 198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 주간 문예춘추 선정 '20세기 미스터리 30선'에 랭크되었다.
라는 책소개.에 심드렁한건, 어느 허접한 추리소설을 봐도 이 정도의 광고말쯤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불평할 여력도 없다.
시마다 소지 전작주의인(원서로다가) 분의 댓글이 아니었다면, 이번에도 역시 심드렁하게 시마다 소지를 살까말까 고민했을 것이다.
<점성술 살인 사건>으로 열광했던 나에게, 이후 소개되는 시마다 소지의 작품들은 실망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한 작가가 이렇게 편차가 큰 작품을 쓰게 되는건가. 싶을 정도다. 미타라이를 거의 초능력자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거나, 미타라이를 나오는둥 마는둥 편리하게 마지막에 사건 해결하는데만 써먹는다거나, 어쨌든, 어떻게봐도 이건 말도 안되고 무성의하고 불성실해!라는 느낌이 드는 추리소설 .. 같은 것이 <점성술 살인 사건>이후로 번역되어 나왔고,
그나마 있던 미타라이 팬들 다 떨어뜨려버릴 기세로 (이래도 좋아할꺼야 ? 이래도 계속 살꺼야? 하는 기세로 ㅡㅜ ) 후지고 황당한 작품들만 소개되어 나왔다니..
드디어 <점성술 살인사건>에 필적할만한, 아니, 어떤 의미에서 우리에게 그것을 뛰어넘을 만한 작품이 소개되었다.
감개무량. 눈물좀 닦고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라는 묘한 제목은 책을 다 읽고 나면 그야말로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89년이지만,
에도에 관한 이야기와 쇼와시대에(쇼와 천황 통치시대로 1926년 12월 25일에서 1989년 1월7일까지) 관한 이야기가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다.
신비하고 괴기한 이야기로는 ... 이런 이야기를 쓴 작가가 누가 있었더라. 얼핏 요코미조 세이시와 란포를 떠올려보지만, 그와는 또 다른 환상적이고 메르헨적인 느낌이다.(뭔가 샤갈 같아) 게다가 배경은 눈의 나라 홋카이도 지방이다.
이 기괴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해결되어 나가며 '본격'의 면모를 드러내는 것은 정말이지 아.. 시마다 소지. 왠지 글도 디게 잘 쓸 것 같은 이름이야 ...응? 라는건 아니지만,
무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오래간만에 본격에 감탄한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다. 본격에 사회파적인 면모를 가미했으며, 여기서 사회문제를 다루었다는 것에 일본추리소설 꽤나 읽는 사람들은 또 줄줄 떠올리는 작가와 작품들이 있겠지만, 이 작품은 감히 그 이상.이라고 말해본다.
여기까지만해도 .. 오래간만에 감탄할만한 본격에 지금까지 읽은 사회파 소설 그 이상이라는 것..까지만 해도 이 작품은 참으로 대단한데, 그게 다가 아니다.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는 슬프고 아름답다. 신비한 이야기들도, 그리고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도 슬프고 애달픈 무언가를 담고 있다.
이제 2월이긴 하지만, 아마도 2011, 올해의 미스터리의 강력한 후보군.

아마 리뷰에는 안 쓸 이 작품에 나온 요시와라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보는 것으로 페이퍼 마무리.
일본 소설,만화,드라마 종종 보는 편인 내게
오이란.이라는건 낯익은 소재다.
작품 속에 '오이란도추'가 나오는데, 이 오이란도추는 오이란이 시종들과 등등등을 데리고 길을 거니는 거. 정도로 알고 있었고, 최근에 본 인상적인 오이란도추로는 나카타니미키가 정말로 요염하고 아름답게 나왔던 일드 '진'에서의 오이란도추다.
그리고 얼마전에 본 샤바케에서도 이 오이란 문화에 대해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다.







"알고 싶은게 뭔가"
"히키테자야나 오이란도추에 대해섭니다."
"아, 그렇지, 자야 말이지? 그건 말이야, 요시와라의 오이란에게도 최상급에서 최하급까지가 있어. 데리고 있는 아가씨들의 질에 따라 가게의 격도 다르고. 대충 대미세,중미세,소미세로 나뉘어져 있었지. 요시와라에서 놀고 싶은 우리 같은 일반 서민은 마가키라는 격자 너머로 오이란을 살펴보고 가게에 들어가 직접 교섭하는데, 오이란에게도 격식이 있어서 옛 요시와라 시절의 다유는 완전히 여왕과 다름없었네. 이런 아이들은 마가키, 이건 서양에서 말하는 장식창인데, 그 안에 늘어세우지 않아. 또 신원이나 출신을 알 수 없는 우리 같은 서민이 느닷없이 들어가도 절대로 살 수가 없지.
생각해보게. 텔레비전도 영화도 없는 시대에 가부키는 남자 배우뿐이고 거리의 연예인은 너무나 천박해. 그렇게 되면, 지금으로 말해 서민의 애를 태우는 대여배우나 스타는 당시 요시와라에만 있었던거지.
(...)
이런 최상급의 스타와 놀려면 나름대로 절차도 귀찮고 돈도 들지. 갑자기 가서 호쿠사이(에도 시대 우키요에 화가!) 그림에 나오는 모모 씨를 부탁한다고 말해도 어림없어.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그때 등장하는게 자야라네.
이런 다유나 요비다시라 불리는 최상급 오이란과 놀려는 사람은 필시 큰 부자로, 쓰는 돈도 일반인과는 레벨이 완전히 달라. 히키테자야에 가서 주연을 베풀며 마음에 둔 오이란을 부르지. 자야에서의 향응에만도 터무니없이 돈이 많이 들어서, 손님에게 불린 다유와 .. 아, 다유는 호레키(1751년 - 1763년) 쯤에 없어지고, 오이란이 많은 수행자를 거느리고 마치 영주님이 행차하시는것처럼 오키야에서 자야로 와. 이 과정을 오이란도추라고 부른다네."
"이것은 에도의 풍물시로 우키요에 같은 것에도 그려져 있지. 아사쿠사의 축제는 이것을 재현한 것이고."
"쇼카이는 뭡니까"
"자야에서 창부와 만나도 바로는 잠자리를 못하고, 처음으로 만나는 것을 쇼카이라고 해. 그냥 만나서 한잔 하고 같이 식사를 하는 것뿐이지. 오이란이 뭘 해주느냐 하면, 전혀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다네. 오이란은 거의 말도 하지 않아. 끄덕이든지 고개를 젓든지, 딱 그 정도야. 그러니까 소님이 오로지 시시한 익살을 부리며 오이란을 즐겁게 한다는 말씀. 큰돈을 쓴데다 그런 지까지 했다고 오이란을 풋 하고 웃게라도 하며 대성공이었던 것 같아."
"호오."
"그리고 이것을 또 한 번 하면 그것을 우라라고 하고 세 번째를 나지미라고 하는데, 여기서 겨우 잠자리를 허락받지. 나오는 요리의 젓가락 주머니에 손님 이름이 쓰여 있거나 한 것 같네. 그래서 손님과 오이란으 임시로 부부가 되고, 다시 오이란도추로 그녀의 방으로 가서 잠자리에 들지. 이 경우도 오이란이 글을 쓰면서 좀처럼 자리에 들지 않거나, 겨우 자리에 들어도 오이란에게 그때 우연히 다른 나지미 손님이 오거나 하면 가게의 점원이 양해를 구하러 와서 바람맞는 일도 있었던 모양이고. 하지만 항의하는 것은 촌스럽다고 여겨서 전혀 못했지. 또 자야에서 만났을 때 손님이 오이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부당하는 일도 있었다니까 전적으로 오이란이 리드했던 세계였어. 뭐, 그마늠 유녀가 대스타였던 거지."
이 뒤로도 죽죽 오이란과 당시의 에도문화에 대해서 나온다. 이게 책 내용과 관련 있냐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다 ^^; 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이고, 그간 일드,일본 만화, 소설 등에서 봐왔던 이야기가 자세히 풀어져 있으니 뭔가 '아 이런거였군!' 하는 기분으로 재미나게 읽었다는 이야기.
이 오이란을 한 번 부르면 요시와라에 적게 잡아도 스무냥, 많으면 쉰 냥, 백냥이 가볍게 사라지는 세계였다고 한다.
그건 지금 돈으로 (그러니깐 작품의 배경인 1989년의 돈으로 치면) 20냥이면 2백만엔, 100냥이면 천만엔이다. 꽥!
즉 이렇게 오이란 한번 부르는데, 몇천만원에서 억단위로 돈을 썼다는 거다.









다시 작품 속에 나오는 에도통인 형사의 말을 빌리면
" 그래, 그러니까 요비다시를 사려는 요시와라 놀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창부를 사는 게 아니야. 그런 해석으로는 효율이 맞지 않아."
"그러면 뭡니까,"
"그러니까 후원자라고 생각해. 요시와라 문화를 지탱하려는 후원자의 감각이라고."
"아, 후원자."
"뭐, 요시와라는 유곽임에는 틀림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문화인 것도 분명해. 에도라는 봉건시대에 읽고 쓸 수 있고 와카 한 수쯤 짓는 여자는 무가의 자녀가 아니면 요시와라의 오이란 정도밖에 없었지. 게다가 오이란의 경우 가무음곡에 뛰어나고 에도의 패션이나 유행의 트랜드세터이기도 했으니, 이런 능력 있는 여자들의 세계를 유지하려면 막대한 돈이 들겠지. 후원자 없이는 꾸려나갈 수 없는 거네."
라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