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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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세 단편이 굉장히 불쾌하고 화가 나서 하나 읽고, 쉬고, 하나 읽고 쉬며 읽어냈다. 


바다, 빙하가 녹아 모든 것이 잠겼거나 잠겨가는 와중에 육지를 잠기게 만들어 인간 외 모든 죄 없는 육지종들까지 다 멸망시킨 죄많은 인간이, 여전히 이기적으로, 아니, 문명이 모두 잠긴 와중에 이기심과 탐욕만 발달시켜 아이와 여자, 여자 아이를 괴롭히고, 때리고, 작살로 찌르고, 죽이는 이야기들이다. 


임박한 현생 인간종의 멸망 앞에 이보다 더 추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 작가는 이기적인 인간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바다로 돌아가는 것(죽음) 을 해피엔딩으로 만든다. 단편 하나 하나 볼 때마다 작가도 싫고, 인간도 싫었는데, 작가의 인간혐오가 나보다 한 수 위라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해피엔딩인가보다. 내가 아직 거기까지는 안 가서 착하고, 선하게 도우며 사는 여자 아이들은 소설 속에서라도 좀 살았으면 싶은거지. 


바다를 주제로 한 연작이라 등장인물은 다 다르지만 장소는 모두 바다의 곳곳이다. '불가사리'에서는 육지에서 바다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바다와 함께 춤을' 와 '파라다이스' 에서는 배 인간과 물 속 인간이 나오고, '해저도시 배달부', '해저도시 타코야키' 에서는 돔으로 만든 해저도시가 나온다. '산호 트리'는 바다 인간이 나온다. 


바다 풍경에 대한 묘사와 바다에 가라앉은 인간의 쓰레기들을 묘사한 것은 허무하고 좋았다. 


"어른들은 바다를 두려워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빙하라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순식간에 녹아서 어떠한 대비도 못 한 채 대부분의 땅이 물에 잠겼다고 했다. 해일에 풍화되어 남은 땅들마저 깎여 나갔고 육지 자체가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65) 


기후 위기로 빙하가 녹고, 지구 시계가 50년, 30년, 째깍째깍 하더라도 30년 후에 다 죽는 종말이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동안 점점 힘들고 괴로워지는거라고 얘기했는데, 그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 거의 순식간과 같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니 무섭다. 화재가 제일 무서운 재해였는데, 해수면이 높아져서 육지가 잠기는 것도 진심으로 무서워졌다. 


" 우리의 최대 수명은 3년이다. 하는 일이라고는 자석을 잡고 돔 외벽을 닦는 것뿐이라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도 없고, 배급되는 식량이 똑같으니 음식을 나눠 먹을 일도 없고, 그렇다고 생식기관이 있어서 번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청소부의 탄생 목적은 오로지 돔 벽 청소뿐이다. 


이럴 거면 로봇을 만드는 게 낫지 않았나 싶지만, 해저도시에서는 전기가 매우 귀하다. 로봇을 충전하는 것보다 인간을 인공양하는 게 훨씬 더 싸게 먹힌다. 식량도 조금만 먹고 사고도 일으키지 않으며 평생 청소만 하다가 다시 다음 인공 인간의 재료가 되기 위해 제발로 공장으로 돌아가니 완벽한 에너지 순환 시스템인 것이다. 돔 중심부의 진짜 인간들은 얼마나 편할까."  (186)    


이거 디스토피아 아니라, 좀 비튼 현실 아닌가.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빼앗는 걸 우려하는 다음 단계는 그 로봇 부리는 것도 아까우니 인간 주 69시간씩 일시켜서 일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게 하기. 그렇게 부려먹을 인간들은 계속 만들어야 하니 사람을 노동할 사람 만드는 도구로 생각하는 정책들만 뽑아냄. 못되고 머리도 없는 놈들, 두 개가 다 되겠냐. 


책 말미에 심완선 평론가의 해설이 나온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유스토피아 (ustopia)' 개념을 설명한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필연적인 연관을 이야기하며 유스토피아의 개념을 제시했다고 한다. 인류가 이룬 대부분의 문명과 인류의 대부분이 멸망한 디스토피아와 물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신인류의 탄생인 유토피아가 '바다' 를 매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해설에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형성된다고 함.)


책 뒷면에 

"우리는 멸망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웃는 날이 더 많을 거라 믿었다." 

물에 잠긴 지구에서 춤추고 사랑하는 존재들의 해피엔딩  


이라고 써 있는데, 대단하다. 나는 내가 초긍정형이라 긍정이 병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감상이 위와 같다니. 나는 아직 멀었다. 긍정성도 인간혐오도 부족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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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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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언 고닉은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를 오가며 자신의 과거들과 도시에서 마주치는 도시인들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는다. 그가 흩뿌리는 생각들을 홀리듯 따라가다보면, 독자들의 과거들도 떠오른다. 리뷰들을 보니, 그렇게 떠오른 각자의 과거들은 고닉의 향을 듬뿍 묻힌채 독자 자신만의 이야기로 빛나는 경우가 많다. 독자를 드러내는 글이다. 


이전 같으면 공감했을 많은 이야기들이 지금은 그저 흘러가는 반짝임으로 느껴졌다. 책의 제목은 '짝 없는 여자' 와 '도시' 이다. 조지 기싱의 <짝 없는 여자들>에서 따온 짝 없는 여자는 고닉, 그리고, 도시는 뉴욕. 이것은 내가 더 이상 도시에 사로잡혀 있지 않기 때문일까? 나의 생각은 주로 이 곳을 헤매었다. 


고닉은 사랑과 열정에 매몰되었던 과거에서  짝 없는 여자로 나아갔다. 그러나 여전히 도시의 사람들 속에서 이야기를  긷는다. 나는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사람이 없는 이곳으로 와서 사람 없음에, 도시 아님에 만족하고 있다. 사람, 자동차, 높은 건물들로 차 있던 시선은 이제 하늘, 나무, 산, 꽃, 새 등으로 채워졌다.  


비비언 고닉은 이야기 중 많은 부분을 사람에서 길어낸다. 그 사람들은 가족이기도 하고, 친구나 연인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훔쳐 듣는 것이다. 고닉이 훔쳐 들은 이야기들은 생생하고, 특별하게 들린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중의 평범한 대화였겠지만, 고닉의 귀로 듣고 눈으로 본 그들 대화의 순간은 특별하게 독자 앞에 펼쳐진다. 


도시에 대한 그의 사랑은 도시의 사람에 대한 사랑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그는 자신을 짝 없는 여자로 칭하지만, 이 책에서 그는 그가 맺은 많은 관계들을 돌아본다. 그가 짝 있는 여자였을 때와 달리 '짝 없는 여자'로서의 그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웅크린 집착, 열정, 강박 등에서 벗어나 세상과 사람들, 자신을 관조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관조하고, 그제야 보이게 되고, 알게 되는 이야기들이 인상 깊다. 


그가 맺어온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게이 친구인 레너드와의 우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영원히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느끼는 인간들끼리 친구가 되었고, 불평, 불만, 패배감으로 우정을 이어간다. 그 이후 다양한 인물들과의 영원할 것 같았던 우정들, 짝으로가 아니라도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뒤로 갈수록 사람과의 관계의 끈은 옅어지고, 외로움은 짙어지며, 용기와 고독으로 살아남는다. 

에드먼드 고스의 회고록 <아버지와 아들>에서 아버지의 거짓을 발견한 여덟 살 아이가 내면의 혼란을 겪으며 속으로 질문한다. 아빠라고 모든 걸 아는 게 아니라면, 아빠가 아는 건 대체 뭐지? 뭘 믿고 믿지 않을지 어떻게 결정하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음을 깨닫고 고스는 이렇게 적는다. 


“그 위태로운 상황에 아직 여물지도 발달하지도 못했던 내 작은 뇌로 몰려들던 온갖 생각 중에서도 가장 신기했던 건, 내가 동행해줄 이도, 비밀을 나눌 친구도 전부 내 안에서 찾아냈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엔 비밀이 있었고, 그 비밀은 내 것인 동시에 나와 같은 몸을 쓰는 누군가의 것이기도 했다. 우리 둘이 있었고 우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 나 자신의 가슴 속에서 나를 알아주는 이를 발견한다는 건 크나큰 위안이었다. “ 


자신이라는 가장 든든한 아군이자 친구를 알게 되고, 위안을 얻는 것은 짝 없는 여자에게도 좋은 일일 것이다.  


이번 책에서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연극배우 존 딜런의 이야기이다. 뉴욕 연극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 중 한 명이었던 그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실어증에 걸린다. 그의 대표작은 베케트의 독백극이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몇 년 전 사람들을 모아 낭독회를 열었고, 고닉은 모임에 초대되었다. 존 딜런, 조니는 사뮈엘 베케트의 <무를 위한 글>에 나오는 독백을 읽기 시작한다. 그럭저럭 안정적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점점 힘을 잃고, 불안정해진다. 


"존의 목소리는 내려갔어야 하는 대목에서 올라가기 시작했고 단단하게 유지됐어야 하는 대목에선 갈라졌으며 주춤거렸어야 하는 대목에서는 달려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밤의 불안은 신기하게도 신경에 거슬리지 않았고 그의 낭독에 내내 마음을 빼앗겼다. 그건 존이 통제력을 잃어간다는 사실에 맞서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서서히 깨달아갔다 


마치 그런 상황이 오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그에 맞춰 살아남을 전략을 미리 세워두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그것과 동행하고 그것을 타고 달릴 생각이었으며 그것이 자기를 어디에 내려놓든 사실상 그곳을 활용할 심산이었다." 


가장 절망적인 일이 닥치더라도 굳건하게 함께 가기로 마음 먹고, 자신을 무대에 올리고,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는 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멋지다. 그의 퍼포먼스는 그 자리의 사람들에게 특별한 종류의 힘을 줬을 것이다.


첫 페이지 첫 문장은 레너드와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작했고, 책의 마지막 문장은 레너드에게 전화를 걸 시간임을 확인하며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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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3-18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퍼포먼스 장면 저도 감동적이었습니다

하이드 2023-03-19 12:16   좋아요 1 | URL
분량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압도적이었지요.
 
뇌가 좋아하는 공부 사전 - 심리학과 뇌과학에서 찾아낸 공부에 관한 놀라운 사실들
홋타 슈고 지음, 오승민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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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안 될 때 이 책을 읽는 것은 미루기의 한 방식일까. 아니면 슬럼프를 벗어나는 방법일까.


목차가 가장 빛을 발하는 류의 책이다. 공부법은 수험생의 공부도 있겠지만, 평소의 집중력을 올리기 위한 방법들이기도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누가 봐도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실험들에서 얻어낸 결과들을 쉽게 풀어놓았다. 한 주제 가지고 책 한 권도 나올 정도의 이야기들도 있어서 목차를 좀 더 깊이 이야기한 정도로 봐도 좋겠다. 사실 공부법을 공부하고 싶은 것이 아닌 이상 이정도면 될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책으로는 <학습과학 77>을 추천한다. 


이 책에 나온 공부법들이 연구에 의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개인차가 있고, 실험과 결과는 계속 업데이트 되고 바뀌니 감안하고 읽으면 된다. 나에게 도움 되었던 것들,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이라도 정리해 보면, 


기억을 25퍼센트 높혀주는 습관, 산책이다. 이 주제만 가지고도 여러 권의 책이 있다. <운동화 신은 뇌>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운동이 도움된다는 연구지만, 이 책에는 산책으로 나와있고, 공부하기 전에 산책을 하면 "뇌의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고 결과적으로 뇌가 활성화되는 것" 


나를 위한 말 : "체력이 약하거나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가볍게 걷기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걷기도 진짜 귀찮은데, 오래오래 책 읽고 공부하고 싶다면 걸어야지요. 걸어라! 


얼마전 영상 찍으면서 책 읽으면 읽을 수록 잘 읽게 된다는 당연한 말을 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머리가 좋아진다" 것이 이미 증명되어 있다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쓴 글에서 유독 알파파, 세타파를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세타파는 집중할 때 발생하는 뇌파이고, 소파에 편히 앉아 있거나 목욕 하는 등 몸이 이완되었을 때도 발생하기 때문에 욕조에서 목욕할 때.. 네? 

욕조에서도 공부하는 사람이면 될 사람 아닌지.. 


종이책 읽기와 전자책 읽기 중 종이책에 손 들어주는 결과는 보이는대로 모아둡니다. 이건 처음 보는 것. 


" 스크롤을 내리며 글을 읽는 방식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이 전체의 어디에 해당하는지 공간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그것이 이해를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종이책을 읽을 때 더 많은 감각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잘 기억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전자책 읽을 때 얼마나 남았는지, 어디쯤인지 (아래쪽에 퍼센테이지 숫자와 바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감각할 수 없는 것 답답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전체의 어디에 해당하는지 공간적 파악이 어려운 것이 이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배우는 사람의 질문으로 배우고, 가르치면서 동시에 머릿속이 정리되며 스스로 이해가 깊어지기도 하는 것도 학습과 공부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학습만화에 대한 내용도 메모해두었다. 요즘 읽는 책의 저자가 학습만화 읽지 말라고 단정적으로 말해둔 것 봐서. 보통 읽어도 좋지만, 학습만화만 보면 안된다. 다른 책들도 같이 읽어야 한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림이 있을 때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 성적을 유의미하게 높여준다는 것. 하지만, 시험 문제는 줄글로 출제되니깐, 글만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힘, 상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데, "똑같은 활동을 계속하지 않는 것" 

공부의 경우에는 여러 과목 분산 공부,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이 되겠지만, 책 읽을 때도, 운동 할 때도, 집중과 분산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소리 내어 읽기는 단기기억에 적합하고 속으로 읽기는 논문이나 문장의 독해, 장기기억에 적합하다.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려면 일단 단기 기억으로 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리 내어 읽기 중요. 기본적으로 더 많은 감각을 사용할수록 더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한다. 


이 외에 얼마전에 본 글과도 관련 있는데, 손글씨와 타이핑. 손글씨로 쓰는 경우 속도가 늦어지므로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작업이 일어난다고 한다. "뇌 안에서 요약하기 위한 부하가 발생하여 기억 정착으로 쉽게 연결된다"  글씨 쓸 때 촉각, 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이 활성화되어 이런 감각적 경험이 뇌의 다양한 영역과 접점을 만들어내면서 뇌가 학습하기 좋은 상태가 되도록 유도한다고도 하고. 


운동 중에는 이완 운동이 공부에 좋은데, 가장 좋은 운동은 '요가' 평소 요가를 실천하면 주의력과 집중력이 몸에 습득되어 요가를 하지 않을 때도 이 능력들이 발휘된다고. 요가를 계속하면 뇌가 효율적으로 정보를 정리할 수 있게 바뀌고, 그 결과 주의력과 집중력, 기억력도 개선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가요? 


또 하나 중요한 것. "몸이 먼저, 뇌는 나중" 시작의 중요성. 일단 시작하면 (몸이 움직이면) 하게 됨. 공부든 뭐든. 

집 나간 의욕 기다리지 말고. "의욕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억지로라도, 내키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의욕은 저절로 뒤따라온다." 


이건 진짜 공부 하기 싫을 때 해볼만한 건데, 안 웃겨도 웃는 흉내 내면 기분 좋아진다. 그러니 의욕 안 생기면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웃는 표정만 지으면 되니깐,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공부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입꼬리가 올라가니깐. 올려봐. 입꼬리. 즐거워진다. 공부하 하고 싶어진다진다진다.... 


공부할 것이 많으면 좋아하는 것부터 일단 시작해서 공부할 마음이 돌아오면 그 때 싫어하는 것을 하는 방법도 있다. 보통은 싫은 것 먼저하라고 하는데, 쉬운 것부터 해서 공부할 마음 생기게 하고 점점 어려운 것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듯. 그 때 그 때 되는 것 활용해보면 되겠다. 


내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의 니토노 연구팀이 제시한 방법이다. 공부를 하고 익숙해지면, 지루해지고, 머리에 안 들어올 때. 이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은 "귀여운 사진을 보는 것" 이다. 책에는 귀여운 사물이 찍힌 사진을 1분간 보는 것이라고 적혀있지만, 나는 "귀여운 동물 영상"을 보겠다. 바꿔도 되..겠지. 머리를 상쾌하게 리프레시하고 집중력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미라클모닝 광신도인 내가 ( 요즘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아침 폰, 밤 폰이라 미라클 슬립, 미라클 모닝 노래만 부르고 있다. )  고개를 끄덕인 것. " 깊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공부나 확실하게 외워야 할 내용 등은 아침에, 간단한 암기 내용은 밤에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 근데, 미라클 모닝의 시작은 미라클 슬립이라서 잠을 잘 자는 것이 우선. 


영한 사전과 영영 사전의 차이점도 유용했다. 영영사전의 경우 찾으려는 단어의 뜻을 바로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주변 정보를 더 찾아보려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장기기억으로 정착되는 심화 학습에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시험 보기 전에 긴장 될 때는 스쿼트 하라고.. 그럴듯하다. 


이 책에서 처음 본 이야기인데, 주판 두뇌. 주판 미숙련자는 숫자 정보를 일단 언어 정보로 치환한 후에 계산하는 언어적 전략을 쓰는데, 숙련자는 이미지로 보는 시공간적 전략을 사용한다고 한다. 숫자 정보를 처리할 때 언어기능과 관련된 아래이마이랑(하전두회)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뭔가 공감각처럼 초능력의 영역으로 느껴지는데, 주판 학원이 있었던 시절의 끝무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공부를 주로 하는 지금 젊은 사람들은 주판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시험 외에 다른 떨리는 일에도 써먹을만한 팁으로는 '불안하다' 대신 '설렌다' 고 세뇌시키는 것. 불안할 때, '아, 설렌다' 고 말해서 뇌를 속이는 것. 그리고, 이프 - 덴 플래닝 (if -then planning) 미국 뉴욕대학교 심리학자 골위처가 주장하는 방법. 불안할 때 '만약' 뭐뭐하면 '그 때는' 뭐뭐 한다. 고 결정해 두는 것. 


오! 여기 좋은 것이 있었다. '공부 중에 스마트폰이 보고 싶으면 주먹을 다섯 번 쥐었다 폈다 한다' 나는 잼잼이가 될 것인가. 


마지막으로 내가 나에게도 남에게도 늘 말하는 것. 불안하거나 걱정되면 글로 적어보는 것. 


많이 적은 것 같지만, 이 책 자체가 아주 다양한 공부법과 공부 상식, 공부 연구들을 늘어 놓고 있고, 그 중 나에게 도움 되는 것들만 추려 본 것이다. 각자에게 도움 되는 것은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나 일에 집중이 안 될 때 펴볼만 한 책이다. 읽고, 쓰고, 까먹는데, 다른 일하다가 퍼뜩퍼뜩 생각나면 적용할 수 있다. 일단 내가 지금 글 쓰면서 눈에 들어온 건 '폰이 보고 싶으면 주먹을 다섯 번 쥐었다 펴기' 


일찍 자는 건 오늘도 늦었다. 잠을 잘 자야 공부를 잘하는데. 이건 수면의 과학에도 질리게 나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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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0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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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넬로피 피츠제럴드 지음, 정회성 옮김 / 북포레스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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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표지도, 분위기 있는 미망인인 여자 주인공이 서점을 연다는 이야기도 왠지 말랑말랑할 것 같고, 책 이야기 많이 나올 것 같고, 그렇게 읽기 시작한 것은 실수였다. 큰 실수. 책을 덮고 화가 날만한 실수. 스산한 날씨, 습하고, 바람불고, 으스스한 날씨에 500년 된 올드하우스라는 건물에 야심차게 서점을 열기로 한 플로렌스는 씩씩하고 용감했다. 하지만, 날씨도 사람도 그녀에게 불친절했다. 책을 덮고, 어떤 해피엔딩도, 카타르시스도 느끼지 못한 황당함에 화가 났지만, 돌아보니, 인정하고 싶지 않고, 얄밉지만, 현실이 그런거겠지. 이 세상이라는 혼돈 속에서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이야기 속에 특출난 악당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있긴하지만, 특출나지 않다. 유일하게 그녀의 편인 명문가의 후계인 브런디시씨가 특이하게 그녀의 편에 있었고, 마지막까지 그녀를 도우려고 했지만, 그 결말이 비극이다.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그녀가 서점을 열고, 거주도 하는 올드하우스를 마을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 가맛 부인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이라 인맥과 돈으로 플로렌스를 괴롭힌다. 그녀외에도 플로렌스에게 적의를 가지는 마을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알겠어. 근데, 플로렌스와 함께 일하거나, 일을 도와주거나 하는 사람들마저 플로렌스에게 쌀쌀맞고 못되게 군다. 그럴 이유가 없음에도.  


플로렌스는 할 수 있는 일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다 해봤으니 후련할까. 종종 보는 외지 여자 혼자 시골 살면 격는 더러운 에피소드를 문학적인 글로 읽은 것 같다. 조오오오오옿은 경험 했다치고 시골 마을에 치 떠는 사람 되었을 것 같다. 


제목인지 배경인지에 홀려서 읽기 시작했지만, 읽고 보니 중년 여자 혼자 외지인으로 힘들게 꾸려 나가는 자영업 이야기, 현실 엔딩 읽은 것 같아 다 읽고 기분이 좋지 않다. 


"플로렌스는 인간 세상은 절멸시키는 자(exterminator)와 절멸당하는 자(exterminatee)로 나뉘어 있고, 언제나 절멸시키는 자가 우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사실을 부인함으로써 자신을 위로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안 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었다. 


플로렌스는 울적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나 플로렌스는 더 이상 무너져내릴 수 없었다. 3월말 화요일 아침, 그녀는 마침내 바닥에 주저않은 의지력을 다시금 일으켜 세웠다." 


플로렌스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 도움도 없었다. 아무 도움도 없는 것이 현실적인거라고 믿고 싶지도 않다. 절멸시키는 자와 절멸당하는 자. 세상의 무엇을 절멸시키는 걸까. 한 사람이 전자이기도 하고, 후자이기도 할 것이다. 둘 다라도 종국에는 극소수를 뺀 모두가 후자가 될 것만 같아서 가장 인상적이라는 저 절멸 문장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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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1-2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 대해서라면 영화가 더 나은 드문 경우였어요.

하이드 2022-11-28 16:57   좋아요 0 | URL
영화는 좀 나은가요? 스토리가 변하는건 아니지요? 카타르시스라고는 없는 겨울 맨바닥에 얼굴 가는 느낌의 책이었어요.

다락방 2022-11-28 16:58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도 기대에 못미쳤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어두워요. 좀 스산한 분위기. 책의 줄거리와 크게 다르진 않은데 책을 가지고 그 할아버지랑 교감하는 장면이 좋았거든요. 그렇다면 책에는 뭔가 더 깊은게 있겠지, 하고 책을 봤는데 책이 별로더라고요.. ㅎㅎ

하이드 2022-11-28 17:01   좋아요 0 | URL
크으으 ㅎㅎ 북샵이라는 제목에 홀려서. ㅎㅎ
 
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 문학동네 청소년 60
조우리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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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렌 산토스.' 

나무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밀크초콜릿 빛깔의 문에 손을 올렸을 때 무의식의 심연에 가라앉아 있던 이름이 수면 위로 둥실, 부표처럼 떠올랐다. 


그 문, 문 뒤로 사라진 마법사 헤렌 산토스. 문 뒤로 사라진 .. 


좋은 어른들이 많이 나오는 책은 왠지 가짜같다. 나쁜 어른들이 매일 뉴스에 나온다. 그것은 진짜. 좋은 어른들은 뉴스에 나오지 않으니 모르는걸까? 나쁜 어른들때문에 다치고, 아프고, 죽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매일 뉴스에서 보다보면, 그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들을 상상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있는 걸까? 필요한 걸까? 


어른의 눈으로 아이가 주인공인 책을 읽지만, 어른들을 원망하게 된다. 왜 쿠키런에 홀딱 빠진 열 살 아이와 일곱 살 아이를 호텔 로비에 두고 해피 아워라고 술을 마시러 갔어요. 진짜 나쁜 부모들이었다면, 맘놓고 욕하겠는데, 평범하게 좋은 부모들이었다. 실종된 아이도 아이이고, 남은 아이도 아이인데, 남은 아이를 왜 유령으로 만들었어요. 불행이 닥쳤을 때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현수는 자신이 제대로 못 봐서 동새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투명인간이 되는 것을, 불행해지는 것을, 모든 끼니에 소화불량에 걸리는 것을 택한다. 가족이라는 팀이 거대한 불행에 맞닥뜨려 산산조각이 났을 때, 어떻게든 부서진 조각들을 메우겠다고 있는 애를 다 쓰는데, 조각난 아이는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조각난채로 유령이 되어 휩쓸린다. 


그렇게 유령이 된 조각 아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벽만들기. 그 벽을 아랑곳않고 넘어오는 선의의 사람들이 조각을 메워준다. 근데, 그 선의의 사람들도 조각 사람들. 조각난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조각난 사람들. 사실, 사람들은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모르는 채, 부서진 조각들로 살아나가는 것. 


현수는 어릴적에 가족들과 해변으로 호텔에 갔다가 동생을 잃어버린다. 그랑블루 호텔의 해피 아워 시간에 엄마는 쿠키런에 빠져 있는 현수에게 동생 잘 보고 있으라며 아빠와 한 시간 반 정도 술을 마시러 간다. 오락을 하던 현수가 정신을 차리니 동생이 없어졌다. 책 속의 사람들도, 독자인 나도, 왜 아이들을 내버려두고 술을 마시러 갔어. 부모를 비난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을 헤아릴 수 없지만, 참새 눈꼽만큼도 도움되지 않는 비난은 속으로 하고, 힘내라고 얘기해주는 것이 맞을 것이다. 누군가는 '힘내'라는 말도 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그럼 뭘 할 수 있을까. 전국민의 마음에 트라우마로 남는 참사들을 겪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생각하게 된다.  


부모는 후회로 자신을 매일 죽이면서, 망가진다. 이유가 없어도 이유를 찾을텐데, 현수와 혜진의 부모에게는 가장 찾기 쉬운 이유가 본인들 앞에 놓여 있다. 그렇게 몇 년간 혜진이를 찾으며 몸도 마음도 관계들도 망가지는 중에 현수는 방치된다. 학교에서는 투명인간이 되기를 바라고, 학교 끝나면 돌봄센터로 가서 시간을 보낸다. 거기에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난다. 센터장인 선생님은 서프라이즈 광팬이다. 같은 학교 다니는 최수민은 센터에도 오게 되는데,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제 할말만 하는 이상한 아이다. 센터에서 보고, 학교에서는 아는체 하지 말자고 말하고, 다음날 학교에 가니 현수의 자리에 앉아 있다. 수학 숙제 했냐고 묻는 수민이에게 현수는 아는 척 하지 말자니깐. 말하니, 싫다고 한다. 왜 싫은데? 물으니, 수민이는 "아는 사이니깐 아는 척하고 싶어." 라고 말한다. 구구절절 왜 싫은지 설명하니


 "그래서 수학 수제를 했어, 안 했어?"  

수민이는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이쯤 되자 오늘 학교에서 분량 이상의 말을 해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설득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교실로 털레털레 돌아와 수민이에게 수학 숙제를 넘겼다. 


서로 장래희망을 묻는 장면, 이 책이 진심으로 좋아지기 시작한 장면이다. 


"장래 희망이 뭐야?" 

"선생님." 대충 자기소개서에 썼던 직업을 말했다. 

"아니, 직업 말고." 자기는 직업을 물은 게 아니란다. 정말로 장래의 희망에 대해 말해 달라고 한다. 

"장래 희망 하면 왜 꼭 직업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인생이 다 직업에만 달려 있는 것처럼." 

"넌 그럼 뭔데?" 

"나는 하얀 강아지 한 마리랑 갈색 강아지 한 마리랑 얼룩 강아지 한 마리랑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황당한 대답이었다. 할 말을 잃었다. 

"되게 어려운 거야. 반려동물을 네 말나 키우면서 경제적 상황도 좋아야 하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귀여우려면 매너나 마인드도 좋아야 해. 그리고 옷도 귀엽게 입어야 해. 손으로 뜬 스웨터 같은 거. 즉 손재주도 좋아야겠지. 평생을 바쳐 이뤄야 하는 장래 희망 아니냐고." 수민이는 다시 내게 장래 희망을 물었다. 그런 식의 장래 희망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하자 지금 생각해 보라고 했다. 

"난 .... 전단지에 붙은 얼굴들을 주의 깊게 보는 어른이 되고 싶어. 혼자 걷는 아이에게 부모님은 어디 있냐고 묻는 어른이 되고 싶어. 슬픈 기사에 악플 대신 힘내라고 댓글 다는 어른이 되고 싶어." 


아이가 살아남기 위해 하는 일들이다. 누가 동생 혜진이를 잘 돌봐주고 있으면 좋겠다. 슬픈 기사의 슬픈 사람들에게 악플 달지 않고 힘내라고 댓글 다는 어른이 되겠다고 생각한다. 


좋은 어른들이 많이 나온다. 혜진이와 현수가 다녔던 어린이집의 원장선생님은 혜진이 사진이 있는지 묻는 현수에게 원에서는 개인정보 때문에 폐기했지만, 혜진이 친구 어머님들 통해 알아봐주마고 한다.  "혜진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 이제 너에 대해서도 기,도할거야." 라고 말한다. 현수는 동정하는 사람도 많고, 우는 사람도 많지만, 기도하는 건 조금 다른 차원의 접근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냉담자지만,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기도하고 싶다는 마음이 종종 든다. 기도의 마음. 


엄마가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아버지는 혜진이를 놓아주려 한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혜진이 찾기를 포기한대요. 전 혜진이 찾기를 시작했어요." 


슬픔만 가득한 바다에 홀로 떠있던 현수가 웃기는 짬뽕같은 수민이를 만나고, 서프라이즈 마니아에 좀 미친 것 같은 센터장 선생님을 만나고, 개를 만나고, 호텔 지배인을 만나고, 혜진이의 친구 빛나를 만나고, 혜진이가 실종된 날 아이를 잃은 여자를 만나며 바다에서 육지로 헤엄쳐 나오게 된다.   


그 과정의 이야기들이 얼토당토 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잠식되어 있으면서도 쪼개지지 않는 단단함들이 모여 앞으로 나아간다. 


개는 리드미컬하게 돌며 박자를 맞추듯 한 번씩 짖었다. 개가 짖는 걸 듣고 있자니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있던 몸의 감각이 돌아왔다. 소리도 냄새도 동네의 풍경도 어느새 평범한 오월 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P67

혼자일 때는 괜찮은데 마음이 슬픈 사람과 함께 있으면 체하게 된다고 말하자 의사는 신경정신과를 권했다. 의사는 심인성이라는 단어를 썼다. (..) 누군가의 슬픔과 고통이 내게 전이되는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아픈 것인지 다른 누군가가 아픈 것인지 점점 더 경계는 불분명하게 느껴졌다. 몰래 토했고 몰래 소화제를 삼켰고 몰래 음식을 뱉었다. 당연하게도 내 몸은 좀처럼 자라지 않았다. - P77

나는 울지 않는다. 울지 못한다고 해야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울어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남들에게 동정만 살뿐이다. 울고 난 뒤의 이상스러운 개운함도 싫다.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도 싫다. ‘울고 나면 시원해져.‘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부류의 인간들도 싫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나만 감정적으로 시원해지고 나면 뭐 어쩌라는 건지. - P96

아버지가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방법은 순서가 틀렸다. 비일상이 끝나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다. 비일상의 상황에서 일상을 지속한다고 일상이 될 수는 없는 거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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