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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넬로피 피츠제럴드 지음, 정회성 옮김 / 북포레스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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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표지도, 분위기 있는 미망인인 여자 주인공이 서점을 연다는 이야기도 왠지 말랑말랑할 것 같고, 책 이야기 많이 나올 것 같고, 그렇게 읽기 시작한 것은 실수였다. 큰 실수. 책을 덮고 화가 날만한 실수. 스산한 날씨, 습하고, 바람불고, 으스스한 날씨에 500년 된 올드하우스라는 건물에 야심차게 서점을 열기로 한 플로렌스는 씩씩하고 용감했다. 하지만, 날씨도 사람도 그녀에게 불친절했다. 책을 덮고, 어떤 해피엔딩도, 카타르시스도 느끼지 못한 황당함에 화가 났지만, 돌아보니, 인정하고 싶지 않고, 얄밉지만, 현실이 그런거겠지. 이 세상이라는 혼돈 속에서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이야기 속에 특출난 악당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있긴하지만, 특출나지 않다. 유일하게 그녀의 편인 명문가의 후계인 브런디시씨가 특이하게 그녀의 편에 있었고, 마지막까지 그녀를 도우려고 했지만, 그 결말이 비극이다.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그녀가 서점을 열고, 거주도 하는 올드하우스를 마을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 가맛 부인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이라 인맥과 돈으로 플로렌스를 괴롭힌다. 그녀외에도 플로렌스에게 적의를 가지는 마을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알겠어. 근데, 플로렌스와 함께 일하거나, 일을 도와주거나 하는 사람들마저 플로렌스에게 쌀쌀맞고 못되게 군다. 그럴 이유가 없음에도.  


플로렌스는 할 수 있는 일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다 해봤으니 후련할까. 종종 보는 외지 여자 혼자 시골 살면 격는 더러운 에피소드를 문학적인 글로 읽은 것 같다. 조오오오오옿은 경험 했다치고 시골 마을에 치 떠는 사람 되었을 것 같다. 


제목인지 배경인지에 홀려서 읽기 시작했지만, 읽고 보니 중년 여자 혼자 외지인으로 힘들게 꾸려 나가는 자영업 이야기, 현실 엔딩 읽은 것 같아 다 읽고 기분이 좋지 않다. 


"플로렌스는 인간 세상은 절멸시키는 자(exterminator)와 절멸당하는 자(exterminatee)로 나뉘어 있고, 언제나 절멸시키는 자가 우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사실을 부인함으로써 자신을 위로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안 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었다. 


플로렌스는 울적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나 플로렌스는 더 이상 무너져내릴 수 없었다. 3월말 화요일 아침, 그녀는 마침내 바닥에 주저않은 의지력을 다시금 일으켜 세웠다." 


플로렌스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 도움도 없었다. 아무 도움도 없는 것이 현실적인거라고 믿고 싶지도 않다. 절멸시키는 자와 절멸당하는 자. 세상의 무엇을 절멸시키는 걸까. 한 사람이 전자이기도 하고, 후자이기도 할 것이다. 둘 다라도 종국에는 극소수를 뺀 모두가 후자가 될 것만 같아서 가장 인상적이라는 저 절멸 문장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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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1-2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 대해서라면 영화가 더 나은 드문 경우였어요.

하이드 2022-11-28 16:57   좋아요 0 | URL
영화는 좀 나은가요? 스토리가 변하는건 아니지요? 카타르시스라고는 없는 겨울 맨바닥에 얼굴 가는 느낌의 책이었어요.

다락방 2022-11-28 16:58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도 기대에 못미쳤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어두워요. 좀 스산한 분위기. 책의 줄거리와 크게 다르진 않은데 책을 가지고 그 할아버지랑 교감하는 장면이 좋았거든요. 그렇다면 책에는 뭔가 더 깊은게 있겠지, 하고 책을 봤는데 책이 별로더라고요.. ㅎㅎ

하이드 2022-11-28 17:01   좋아요 0 | URL
크으으 ㅎㅎ 북샵이라는 제목에 홀려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