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나시키 가호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들려오는 시원한 풍경 소리는
어느 처마 밑에 매달려 있는
여름의 흔적일까  

안 팔리는 작가가 얼마간의 돈을 받고, 옛집에 머무르며 집지기를 해주기로 한다. 이야기는 그 집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정원에 무성하게 자라는 많은 나무들, 꽃들, 열매들이 각각의 챕터 제목이다. 그들은 '배롱나무'처럼 때로는 주인공이고, '포도' 나 '레몬'처럼 심상을 전해주는 오브제로만 나오기도 한다.

집지기와 함께 하는 이는 집지기의 친구인 호수로 배를 타고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고도'이다. (저자가 영문학에 조예가 있음을 생각할때, 이 고도가 그 고도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고도는 족자 안의 호수 속에서 비가 오는 날이면 배를 타고 족자가 있는 객실로 나온다. 고도와 집지기, 그리고, 고도가 인연을 맺어준 신퉁방퉁한 고로라는 개가 한마리 있다. 그리고, 하나라는 이름의 옆집 아줌마, 근처에 있는 절의 스님, 집지기를 연모한 배롱나무, 집지기가 무서워하는 벌레장수, 스님으로 변장하는 너구리 정도가 꾸준히 나오는 인/영물(?) 들이다.

저자의 <뒤뜰>이란 작품을 먼저 읽어 실망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이 작품은 맘에 쏙 든다. 음양사의 세이메이의 집 마당과 교코쿠도 시리즈의 3류작가와 샤바케의 령들이 합쳐진 것 같은 이야기다. 각 챕터가 식물이름으로 되어 있고, 거기에 집중하면서 짤막짤막한 이야기가 진행되므로, 짧고 굵은 이야기들이 합쳐져서 묘하게 진한 푸릇푸릇한 냄새를 풍긴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보아도 운치가 있고, 풍류가 있다. 
책에 나온 식물들의 모습이 대략의 연필 스케치로 제목과 함께 그려져 있지만, 그림만으로는 상상이 안 간다. 식물의 이름에 무지한 것이 좀 아쉬웠다. 너무 늦게 알아버렸지만,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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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눌 2009-03-1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일본아동문학평론가 분한테 '서쪽마녀가죽었다' 추천받아서 찾아봤더니, 우리나라에는 '서쪽으로 떠난 여행'으로 나왔더라고요. 변역된 제목은 별로였지만, 책은 아주 좋았어요. 이 사람은 자연을 생생하게 담아내요. 보고 나면 딸기쨈 만들어 먹고 싶어져요. 나시키가호 다른책이 나온 걸 여기서 봤네요. 감사감사.
 
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뭐야, 범인들이 남긴 것이 똥밖에 없단말야?"

이 부분에서 진심으로 웃어버렸다. 책의 내용은 이미 영화화도 되었기에,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부호 할머니가 할머니를 유괴하는 어설픈 3인조 유괴범을 지휘하여, 백억엔이란 몸값을 받아 내는 이야기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책을 사고도 선뜻 손이 안 갔찌만, 평이 워낙 좋았다. 이 책이 나온지 30년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본의 무슨무슨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것은 물론이고, 세월을 전혀 느끼게 하지 않는 참신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온화하고, 보살같고, 평생동안 좋은 일을 해서, 지역에는 할머니를 위해서라면 지옥에라도 뛰어들 사람들이 널려 있다. 잘 웃고, 조그맣고( 납치 당시 체중이 26킬로그램이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나문희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책에서의 여사는 엄청난 포스와 지적 능력, 노련함을 자랑하지만, 우리나라 영화 포스터에서처럼 드세거나 코믹한 이미지는 절대 아니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재미나고, 따뜻하다. 어설픈 20대의 유괴범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순박하기 그지없다. 그런 걸 알아챘기에, 여사가 일생일대의 도박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범인들과 그 배후의 인질인 할머니에 당해낼 수 없는 경찰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코믹하다.
인질을 구하는 과정에서의 스케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뭐라해도 100억엔을 낼 수 있는 집안이라면,
역사상  두번째와도 엄청나게 차이 나는 최고의 금액을 요구하는 인질범이라면,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있을법하다.

정말 강력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주인공인 할머니의 지력과 어리버리하고, 순박하지만, 패기만은 일품인 3인조 유괴범. 할머니를 '최고의 은인으로 섬기는 경찰본부장과 헬기 조종사와 가정부 등의 인물들. 할머니의 각기 개성있는 아들 둘, 딸 둘의 개과천선. 백억엔을 범죄자에게 넘기는 것에 대한 허접 정치인의 트집 잡기라거나, 그에 대한 찬반 양론이 이는 대중들의 모습 등도 놓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눈치채게 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할머니의 동기와 계기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간이 많이 흘러도, 줄거리를 다 알아도 여전히 재미난 것은 이 책이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남을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 주간문춘의 20세기 걸작 미스터리 1위에 꼽혔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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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은 인간의 영역이고, 편집은 신의 영역

불량독자의 유형

첫째, 책이 가진 본질적 가치보다는 외적 장치에 민감한 독자들이다. 외적 장치란 주로 이벤트적인 요소를 말하는데, 이런 독자들이 많이 설칠수록 과비용의 부작용을 겪어야 한다. 책은 기초생활품이 아닌 가치기호품이다.
그러므로 텍스트의 가치와 지적 기호를 이벤트 상품과 쉽게 교환해버리는 독자야말로 불량 독자 중에 불량 독자다. 유사한 A와 B 그리고 C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도 책은 그 변별성이 다른 상품에 비해 훨씬 뚜렷한 편이다. 그러므로 가치 지향이라는 본질이 훼손될 여지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불량 독자들이 득실거리는 것은 99퍼센트가 출판사 탓이다. 판촉이란 이름으로 행해지지만 사실은 판촉이 아니라 굴욕적인 구걸행위에 가깝다. 2007년에 출간된 한 책은 10,000원의 정가에 5,000원짜리 쿠폰을 붙였고, 덕분에 대형서점에서 하루 500부 이상 판매량이라는 깃발을 휘날렸다. 마이너스 출고가 분명함에도 이런 행위를 저지른 출판사는 두고두고 '양아치 출판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고, 쿠폰을 주워 책을 '얻은' 독자는 알게 모르게 불량 독자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나? 저렴하게 책을 공급하는 게 독자 욕구에 부응하는 마케팅이라면 차라리 책값을 5,000원으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둘째, 문제를 버리고 답만 추종하는 풍토와 그 추종자들이다.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명작의 출현이 전무하고 베스트셀러의 손 바뀜이 빈번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책이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남을 문제 제기를 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 의식을 날려버리고 오직 잘 정리된 답만을 추종하는 풍토는 시대의 요구나 독자의 요구가 아니라 '고민의 빈곤'이 교활하게도 모습을 달리한 것에 다름 아니다. 쉽고 잘 정리된, 친절한 책을 만드는 것은 편집자의 미덕이요 소명이다. 하지만 불량 독자들은 이러한 친절 콤플렉스를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영혼을 제거한 책을 요구한다. 그래야 쉽고 읽기 편하다는 것이다. 서점에 가보라. 그들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넋 나간 책들이 한 둘이 아니다. 
 
셋째, 나쁜 책의 손을 들어주는 독자는 불량 독자이다. 이 책을 읽으면 부자에 대해 알 수 있다고 말한다면 나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야 부자가 된다고 말한다면 나쁜 책이다. 알맹이도 없는 책을 '우화'라고 말하면 그냥 눈 먼 심봉사가 되어버리는 독자라면 불량 독자다. 스토리텔링은 텍스트의 주제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집필 방식이지 그 자체가 무조건 우성 유전자를 가진 것은 아니다. 나는 이야기만 99퍼센트이고 문제 의식은 빵점에 가까운 요즘의 베스트셀러들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 출판사는 돈을 벌겠지만 그런 책은 나쁜 책은 결국 불량 독자만 양산할 뿐이다. 많이 팔아 잠시 달콤하겠지만 어느 순간 출판시장을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

넷째, 정당한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그 독자는 불량 독자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평 의식이란 단순한 불평불만과는 다르다. 편집자는 비평에 늘 노출되어 있어야 퇴보하지 않는다. 불만이 있어도 입을 열지 않는 95퍼센트의 소비자는 결국 그 물건을 다시 소비하지 않는다. 불만을 드러낸 5퍼센트의 소비자들이 오히려 다시 구매할 확률이 높다. 단 이때 전제 조건은 자신의 불만이 생산자에게 전달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생산자들은 침묵하는 95퍼센트가 재구매 집단일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불량 소비자일 뿐이다.  

다섯째, 주관적인 판단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완전히 상실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불량 독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 사람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남들이 많이 읽는 책을 읽는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항상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는 1위나 2위의 책을 무조건 잡는다. 광고 카피를 그대로 믿는 것은 물론 트렌드에 민감해서 유행하는 패턴이라면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결국 가치를 구매하는 독자가 아니라 기호룰 소비하는 대중일 뿐이다.
문제는 많은 출판사에서 바로 이 부류의 사람들을 메인 독자로 설정하고 그들의 요구와 만족을 추종하려 든다는 것이다. 내가 읽은 가장 경악할 만한 기획서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더 이상 다른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타깃 독자 : 책을 열심히 읽기보다는 유행하는 책을 사기 좋아하는 20대 중반의 여성층." 그런 20대 중반 여성층이 과연 얼마나 존재하는지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 이게 과연 제정신을 가진 편집자의 머리에서 만들어진 기획서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출간기획서의 메인 타깃이 책을 열심히 읽지 않는 여성이어야 한다니...  

 

 

 

 

 이홍의 <만만한 출판기획>을 읽다가 '불량 독자'의 유형에 대한 글이 나오길래 옮겨본다. 이 글의 앞에 나오는 논지는 '독자 요구에 충실하라' 는 것이 절대 명제인 출판계에서 편집자가 과연 불량독자를 해고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하여, 모든 기업이 종교적 신념처럼 신봉하고 있는 Customer is always right은 완전히 틀렸다. 고 말하는 (그 유명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전 회장인 허브 겔러허의 말을 인용하고 있고, 출판계에서의 불량독자의 유형에 대해 위와 같이 나누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옮기지 않은 결론은 살짝 허무하다.

무튼 자조적인 결론은 그렇다치고, '불량독자'로 나누어 놓은 독자유형은 흥미롭다.
첫번째, 본질적 가치보다 외적 장치에 민감한 독자들이 불량독자라고 할때,이런저런 이벤트와 쿠폰을 놓치지 않고 챙기는 나 자신도 '불량독자'에 속할 것이다. 물론, '본질적 가치'(라고 쓰니 거창하기는 하다만) 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나는 '불량독자'가 아니다. 라고 외쳐볼 수도 있겠지만, 이벤트와 쿠폰, 할인에 달려들어 구매함으로써, 그 책을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이 경우엔 출판사에서 돈을 써서 그렇게 만든 것과 다름없다.) 베스트셀러에 올려 놓는데 일조한다면, 나는 여전히 외적 장치에'도' 민감하긴 하겠지만, 당당한 기분과는 영 거리가 멀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이 책의 다른 챕터에 더 자세히 나와 있는데, 베스트셀러의 순위를 매길때, 이벤트, 쿠폰, 할인행사로 팔린 분량을 제외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두번째,  문제를 버리고, 답만 추종하는 독자들. 이것은 비단 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부류의 독자들이 있는 책은 '책'으로 안 치면 안 될까? 종이를 묶어 놓았다고, 다 책은 아니지 않을까?

세번째, 나쁜 책의 손을 들어주는 독자들. 나는 여기서 아마 제목이 안 나온 책들이 '마쉬멜로 ..'라던가, '씨크릿..'이라던가, '인생수업'이라던가의 메가 베스트셀러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짜집기 한 '이야기'들'만' 가득찬 한심한 책들. 나의 '베스트셀러 혐오기피증' 은 이런 '나쁜 책의 손을 들어주는 독자들' 이 많은 것에 기인한다.

넷째, 정당한 비판의식을 가지지 못한 독자들 역시 불량독자라고 했다. 이 기준은 너무 가혹한 것 같긴 하지만, 맞는 말이긴 하다. 내 경우에는 '정당한 비판의식'을 가질만한 '책을 보는 눈'이 부족해서. 라고 변명해본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내게 '책을 보는 눈'을 길러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주관적인 판단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상실한 독자들. '책을 열심히 읽기 보다는 유행하는 책을 사기 좋아하는 20대 여성층' 이라니.. 쪽팔리고, 할 말 없다.

'소비'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비단 공정무역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각있는 좋은 책'소비'를 하는 것은 '좋은 책'을 출판하기 위한 '좋은 출판사의 노력'을 이끌어낼 것이며, 그것은 다시 '불량 독자'가 아닌, '좋은 독자'를 만들 것이다.  책 한권을 사더라도, 리뷰를 한 편쓰더라도, 책에 대한 잡담을 늘어놓더라도, 항시 '좋은 독자'가 되어, '좋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낼 것이다.

...라고 썼지만, 난 출판사에게 엄청 가혹한 까칠한 독자라는거! 좋은 책, 나쁜 책 가리지 않고, 응원과 비판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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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2-2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하이드님은 절대.....마지막 항목의 불량독자가...될 순 없으시잖아요? =3=3=3

하이드 2009-02-22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난 못 알아들었어 d-_-b 메피님이 무슨 얘기하는지 절대 몰라요. 도리도리도리
 
만만한 출판기획 출판기획 시리즈 4
이홍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창작은 인간의 영역이고, 편집은 신의 영역이다' 라는 글을 아마 스티븐 킹의 on writing에서 본 걸로 기억한다.  
'완벽'을 추구하지만, 결코 완벽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편집자가 갖추어야할 이런저런 소양들의 목록을 보면, 과연 한 사람의 인간이 갖출 수 있는 덕목이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여 덧붙이면 '흔히 출판기획자는 모든 사물과 대상에 대해 '시인만큼'의 반응 속도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출판기획자는 모든 뉴스에 대해 '기자만큼'의 분석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더 나아가 출판기획자는 '세일즈맨만큼'의 인맥과 '전문가만큼'의 식견과 지식을 지녀야 한다고 한다.' 말대로 '하늘의 도움 없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던가' 싶다. 뒤로가면, 외국어도 잘해야 하고, 숫자에도 밝아야 하는 이유가 나온다. 이래서야, 정말이지 '신의 영역'이라고 할만하다.

마음산책의 대표인 정은숙의 <편집자 분투기>에 이어 두번째로 읽는 편집자가 쓴 출판에 대한 글이다. <편집자 분투기>는 어려운 단어들이 덜그럭 거리고, 좋은 편집자가 되는 것의 어려움을 너무 피상적으로 강조에 강조만 한 탓에, 읽으면서 좀 짜증이 났더랬는데, 이 책은 생생한 단어들로 현직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써도 좋은가 싶을 정도로 공격적인 글들이다.

여러가지 내용이 비교적 두껍지 않은 분량에 알차게 담겨 있다.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찾아 읽는 것은 이런저런 업계의 뒷얘기를 보는 재미가 있고, 많이 사고, 많이 읽는 '책'이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애로사항들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중간중간 (미안하지만) 웃음이 빵빵 터지는 저자의 속쓰린 이야기들이 있는가 하면, 'SMART한 목표 설정'과 같이 비단 책을 만드는데만 필요한 것이 아닌, 어떤 일을 성사시키고자 할 때 필요한 팁들도 많이 나와 있다.

출판계에 대한 비판도, 독자들에 대한 비판도, 저자들에 대한 비판도 거침이 없다.

'불량독자- 불량독자를 좇는 출판사-불량독자' 의 악순환을 저자는 99퍼센트 출판사의 탓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어떻게 출판사의 탓만 있겠는가. '책의 본질적 가치보다 외적 가치(이벤트와 할인쿠폰)을 좇고, 문제의식을 버리고, 답지만 찾으려고 들며, 나쁜 책의 손을 들어주고, 정당한 비판 의식이란 찾을 수가 없고, 주관적인 판단이 아예 없는' 불량독자의 탓도 크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08년 9월 30일이다. 급하게 만든 티 안 나면서, '촛불시위' '조중동 신문광고'와 같은 최신 이슈도 부담없이 담고 있다. 책동네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 아니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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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도 혹시 불량독자?
    from little miss coffee 2009-02-22 15:38 
    불량독자의 유형 첫째, 책이 가진 본질적 가치보다는 외적 장치에 민감한 독자들이다. 외적 장치란 주로 이벤트적인 요소를 말하는데, 이런 독자들이 많이 설칠수록 과비용의 부작용을 겪어야 한다. 책은 기초생활품이 아닌 가치기호품이다. 그러므로 텍스트의 가치와 지적 기호를 이벤트 상품과 쉽게 교환해버리는 독자야말로 불량 독자 중에 불량 독자다. 유사한 A와 B 그리고 C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도 책은 그 변별성이 다른 상품에 비해
 
 
starla 2009-02-2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또 좋은 책 얻어갑니다. :D

하이드 2009-02-22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기대 안 했는데, 재미있게 봤습니다. ^^ 리뷰에는 미처 옮기지 못한 생각할거리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은 책입니다.

ji0158 2009-02-2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하게 만드는 리뷰네요. 항상 좋은(!) 책을 소개받아서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하이드 2009-02-2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책이 만들어지는 일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다면, 더 재미있으실꺼에요-

띠보 2009-02-24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음 우수 리뷰 보고 왔어요
저도 이 책 읽어봤는데 유익하면서 재밌기도 하고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도 읽어보려구요..

하이드 2009-02-25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블로거뉴스 베스트 올라가면, 다음 우수 리뷰에도 올라가는군요. 전 다음에 읽을 책으로 <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를 골라 놓았습니다.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도 찾아서 담아봅니다. ^^
 

왼쪽 '오늘의 마이리스트' 를 보면 '곧 만나러 가겠습니다' 라는 제목의 마이리스트가 있다.
당장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계속 사서 쌓아두기도 뭐하지만, 소장하고 싶은 책들의 모음이다.
예를 들면,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를 1권부터 4권까지 한번에 산다거나 존 노리치의 <비잔티움 연대기> 3권을 한꺼번에 사서 쌓아둔다거나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 할 수야 있겠지만, 읽기의 욕구가 현저히 떨어질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책장 앞에서 멍때리며, 무슨 책을 읽을까.. 하게 될 것이다. 읽히지 않은 책들의 원망섞인(?) 책등의 따가운 눈초리에 매일밤 악몽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무튼, 리스트의 책들은 한달에 한권 정도씩 사는 것을 원칙(? 깨지기 쉬운 무척 연약한;;) 으로 삼고 있다. 지난달에는 망구엘 아저씨의 Library at night을 샀다. 이번달에는 알라딘에서 <레미제라블> 세트를 살 것이고, 교보에서는 이문열의 <세계 명작 문학>세트를 살 것이다. ( ... 쿠폰이 뭐길래.. 이문열 명작문학 세트는 교보에밖에 안 남아 있어서, 필히 이달 안에 사야함. 쿠폰 포함한 가격이 <추의 역사>보다 만원도 안 비싸니, 이 세트는 내게 너무 좋아보인다. ) 

주저리주저리 시작했는데, 각설하고, 이 페이퍼를 쓰게 된 이유는 엊저녁 술자리에서 '책 한권'을 약속 받았기 때문이다. 
히치콕 골라도 되냐고(내 맘속 리스트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오래 있었던) 찔러보았더니, 맘대로 하삼- 하기에,

즐거운 고민의 시간이 남겨져 있다.

리스트의 책들을 늘어 놓으며, 고민 시작-

조만간 5,6권까지 나와 완간될 것이라고 한다. 누가 찔러준 반스앤 노블의 원서를 당장 사지 못하는 바에야, 민음사의 이 책들을 사지 싶은데 말이다. 그러고보니, 지난달에 2권을 샀다. 

스리스리 3권을 사줘야지, 5,6권이 나오면 구매페이스를 맞출 수 있는데 말이다. 

  

로마제국쇠망사에 열광하며 불을 뿜고 다녔더니,
누구는 멋지구리한 원서를 소개하며, 지름에 기름을 붙지 않나,
누구는 <비잔티움 연대기>를 소개하면, 지름에 부채질을 했다.
이 책의 1권을 사면 <로마제국 쇠망사>와 함께, 읽기 좋을 것 같은데,
일단 만만한 분량이 아니라, 계속 홀드되고 있다.



에이미 추아의 <제국의 미래>를 가지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은 없는데,
그녀가 이야기하는 동서양의 제국 이야기와 제국의 조건(관용), 제국의 미래(여기서 '제국'은 미국에 포커스를 둔) 와 같은 이야기는 충분히 관심간다. 그러나, 다시 보니, 표지는 맘에 안 드는군. 
 

 

 뉴스, 신문을 안 보고, 그렇다고, 고등학교때 암기했던 세계사가 딱히 머리에 남아 있는 것도 아닌 나는 정말이지 여러모로 무식하다. 르몽드 디플로마띠크에서 나온 <르몽드 세계사>와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 교과서>는 정말 교과서로 삼고 싶은 책들인데, 이 시리즈가 앞으로 더 나와줄지 모르겠다.  

 

나는 딱히 자전거를 포함한 탈것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미시사 읽기를 좋아라하고.
무엇보다도 이 책의 만듦새는 정말이지, 한권이라도 더 사서 이런 책들이 많이 많이 나오길 바랄 정도로, 아름다운 책이다.  내 책장에 꼭 꼭 꽂아두고 싶은 책  

 

 

 이런저런 좋은 평들과, 실물을 만났을때의 급호감으로 리스트에 올라 있는 책  

 

 

이 책도 만듦새가 정말 끝내준다.
내가 이콘과 만났던 것은 카자흐스탄 갔을적과 그리스 갔을적.
얼마전 읽은 대체역사소설 <비잔티움의 첩자>에 이콘 에피소드가 나오고, 주인공이 이콘에 나오는 성인같은 슬픈 눈을 가지고 있다. 라는 걸 읽고 나서, 또 더 궁금해져 버린 책이다. 
 

 

 을유문화사의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를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미술가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뭉크는 언젠가는 꼭 사게 될 책이고, <히치콕>은 아.. 이 책 처음 나왔을 적 직장이 소공동이어서, 을지문고(리브로)에 들러 책들을 보곤 했는데, 거기서 이 책을 처음 만났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박찬욱 감독의 추천평이 띠지던가에 나와 있던걸로 기억한다. 나온 그 순간부터 계속 리스트에 있었으나, 아직 못 산 책. 대신, 히치콕 영화 보고 읽으려고, 히치콕 디비디만 사제꼈다는;; 을유문화사에서 이 책을 20%까지 했던 적도 있었다. 그 때 고민하다가 한번 가격 내려갔으니, 유지되거나 더 내려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 더 올라갔다. '정가제free'마크가 붙었지만, 가격이 더 내려갈 것같지는 않다. 리브로에서 5천원 쿠폰이나 함 써볼까. 고민.. 이 시리즈에 있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트뤼포>는 아주 착한 가격으로 알라딘 중고샵에서 건졌다. 하나는 개인셀러에게 하나는 알라딘 직배송으로다가.
그 때의 기쁨이란!  

 미메시스에서 나온 이 책도 좀 사고 싶긴 하다. 을유에서 나온 책의 두배 정도 되는 두께의 책인데,
이미지는 후져보여도 실물은 꽤 멋지다. 그러나, 내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전기를 두 권이나 가지고 싶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괴테 자서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들라면 존 버거 정도를 이야기할지 모르겠으나, 괴테는 딱히 내가 독문학을 전공해서는 아니고, 신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 삶의 목표중 어느 한 부분의 괴테와 밀접하게 관계 있기도 하고. 괴테의 작품을 원서로 읽는 것이 먼저고, 자서전에서는 어떤 내용을 보게 될지 모르겠다.
이 책은 서점에도 잘 없어서, 실물을 아마 못 봤을 것이다. 이미지로는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말이다.  

로스킹의 책
19세기 유럽은 내게 너무도 매력적인 곳과 때이다. 이 책은 너무나 궁금하고, 당장 읽던 말던 샀어야 할 책인데, 이미지로 보이는 표지는 괜찮으나, 실물은 빠딱빠딱하니, 덜 고급스러워 보여 좀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이 책은 언젠가는 사고말거야. 리스트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양장본 세트. 를 사고 싶은 욕구는 많이 줄은 상태다. 가격도 한 몫.
한권씩 살 수 있었으면 좋았겠는데 말이다. 반양장본의 편집은 구리다. 양장본은 어떨지. 모르는 상태에서 선뜻 살 수 없는 책.


 마테오 마랑고니의 까칠한 미술감상 이야기.
 까칠해서 좋다. ... 응?
 사고는 싶은데, 두 권의 가격이 부담스럽다.  세계의 교양 시리즈를 염가로 너무 사 버릇해서 더욱 그렇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누군가가 권해주면서 들려준 이야기는 꽤나 재미있었다.  

 

 

 아주 아리땁게 만들어진 백년은 갈 단테 신곡의 영어번역본을 본 적 있다. 
 정말 멋진 단테 신곡 사이트를 알고 있다.
 이런저런 로망이 많은 단테 <신곡>인데, 시작할 엄두가 안 난다.





이 책을 사고 싶은 이유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I love BBC
처음 나왔을때 샀어야 하는데, 미루다보니,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이런 책( 크고 예쁘다. ^^) 선물 받으면 기분 좋겠구나. 싶긴 하네.  

 


 김갑수의 책에서 소개 받았던 비틀즈의 전곡 가사와 해석을 소개한 책.
 말대로 이런 책은 좀 많이 팔려야 하는데 말이다. 작년 발렌타인데이에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보고 다시 비틀즈에 불타올랐으나, 그 때를 또 놓쳐서 보관함 안방마님이 되어주셨다는..  

 

 

스티븐 컨의 <사랑의 문화사>, <육체의 문화사>,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를 가지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도 어여 사서 끼워 넣어야지.  

 

 


자... 어떤 책을 사달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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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2-2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즐거운 고민이네요 ㅎㅎ
보기 배우기는 저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세계 교양 시리즈니까 좀 기다리면 당연히 보급판이 나오겠..(퍽;;;)
근데 번역이 좀 심하다는 리뷰가 있어서 걱정되기도 해요. 이태리어까지 배울 수도 없고 쩝...
스티븐 컨은 괜찮으셨나요? 저는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만 가지고 있는데 생각보다 그냥 그랬거든요.
열심히 안읽어서 그런가...말씀하신 다른 문화사 시리즈들도 살펴봐야겠어요. ^^

하이드 2009-02-21 14:20   좋아요 0 | URL
저도 끝까지 읽은건 육체의 문화사 정도..나 아주 오래전에;
딱히 열광하는 저자는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다보니, 그런대로 시리즈를 구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랑의 문화사>는 끝까지 읽지는 않았지만, 괜찮았던 걸로..

하이드 2009-02-2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히치콕 리브로가 알라딘보다 4,800원 싸다! 허걱! 5천원 쿠폰 쓰면.. 룰루-

뷰리풀말미잘 2009-02-22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인이야기 양장본 퀄리티 괜찮습니다. 르몽드세계사는 좋은 책입니다만 교과서로 삼기엔 너무 단편적인 지식의 나열이라 적합한지 모르겠구요. 실제로 세계사(史)도 아닙니다. 저는 며칠 전 교보에서 본 커다란 건축학 관련 원서가 너무 그리워요. 실루엣 보이는 커다란 플라스틱백에 들어있었는데 오우 정말 섹시하더군요. 가격 빼고. 단권에 28만원은 좀 그렇잖아요.

하이드 2009-02-2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르몽드 세계사는 실물 여러본 보고 침만 묻히고 왔어요. 컨텐츠가 '세계사'라고 할만큼 포괄적인건 절대 아니더군요. 그래서 더욱 다양한 시리즈로 나와줬음 하는 바램.

단권에 28만원이라.. 제가 가진 사진집 몇권도 지금의 환율이라면(쉬발-) 그정도까지 하겠군요.

로마인이야기 양장본 퀄리티 얘기는 못 들은걸로 할께요.훌쩍

mong 2009-02-2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테 신곡 강의부터 시작하시면 읽고 싶은 마음이 모락모락 생겨요
아니면 보르헤스 할배의 칠일밤중에 첫날 이야기를 읽거나
(후자가 좀더 강력한 뽐뿌질이긴 하나 전자의 친절한 안내도 참 좋아요)
저는 그렇게 시작했거든요 ^^
물론 시작하고 나서도 좀 끈기가 필요하긴 하지만
천국편까지 한번에 읽는다고 생각 안하고 조금씩 야금야금 읽어가면 정이 푹 들더군요
(지난주말에 드디어 천국편 33곡을 마친 인간의 경험담)

하이드 2009-02-2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천국편 33곡을 마친 인간' 이라고 하니, 막 광채가 나면서 우러러보입니다.
보르헤스가 좀 더 제가 읽기에는 가까워 보이네요. 대부분 다 가지고 있는데, 한두권 빠진 중 하나가 <칠일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