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전쟁 (하)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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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번역된 제목이 맘에 안 든다. 이 책의 원제는 American Gods이다. 나름 소설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제목인데, 재미도 없고, 평범한 제목으로 바뀌었다. '신들의 전쟁'이라는.

언제부터 닐게이먼= 좋아하는 작가. 였는지 생각해 보았다. <스타 더스트> 좋았다. 잔혹 동화같은 느낌. 막 비누방울 같은 단어들로 샘 레이미 영화 같은 스토리를 풀어 내는 그 극과극의 부조화스러움.  두 번째로 읽은 책은 < 베오 울프>였다. 북유럽 영웅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운 캐릭터들로 맘에 들었지만, 원전이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네버 웨어>는 사 놓고 읽지 않았고, 그리고 <신들의 전쟁>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딱히 맘에 쏙 드는 작품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그를 '좋아하는 작가' 로 여기고 있었을까나.

너무 뻔한 이야기라도 솜씨 있는 작가가 다루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닐 게이먼은 솜씨 있는 작가다. American Gods에서 나오는 '신들의 전쟁'은 과거 미국에 정착하게 된 이주민들의 신들과 현대의 신들( 미디어신( 티비, 라디오) , 컴퓨터신, 백화점신 뭐 이런 )간의 전쟁 이야기이다. 과거/ 유럽에서 넘어 온 신의 대빵은 오딘이다. 그 외 가물가물한 이집트 신,북유럽신, 아일랜드 신 등등.  

일단 미디어신, 컴퓨터신 뭐 이런 설정에서 이 책이 언제쩍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읽기에는 그 식상함에 손 발이 오글오글해지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이주민들이 데리고 온 옛날의 신들은 이름도 가물가물, 낯설고,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 덮을때까지 익숙해지지 않는 낯설고 생소한 존재들이었다.  

주인공인 섀도도 좀 생뚱맞다. 주인공이 생뚱맞다고 여겨지는 정도이니, 이 작품에 감정이입은 완전 실패. 게다가 마지막에 주인공 섀도가 잠시 몸 담았던 마을에 담긴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것 역시 생뚱맞다. 클라이막스 스러운데, 지금까지 길고 지루하게 해 온 앞의 이야기들과는 동 떨어짐.  

설정은 그럴듯하고, 미국의 신들이라는 주제도 나쁘지는 않은데, 이야기는 영 중구난방에 매력적일 수도 있었던 캐릭터들도 영 별로고, 결말도 시시했다.  

닐 게이먼에 대한 기대가 쓸데없이 컸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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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7-0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f같기도 하고 판타지 소설 같기도 한 이상 야릇한 소설이긴 하죠.^^;;;

하이드 2009-07-0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드보일드 같기도 하고, 미스터리물 같기도 하고 ... ^^
무튼, 장르혼합은 관계 없는데, 생각할 수록 별로인 것 같아요.
 

하라 료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내가 죽인 소녀>
일본의 챈들러로 보이는 사와자키 시리즈중 두번째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챈들러보다 낫다' 는 말에는 절대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는 문체, 설정, 등장인물, 대사 등등이 챈들러의 판박이이다.
폄하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방을 아무리 갈고 다듬는다고, 원작보다 나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제 2의 오드리햅번' 이 아무리 세련되고 멋져도 오드리 헵번을 따라갈 수 없는 것과 같다.  

 무튼, 나는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두번째 작품인 <내가 죽인 소녀>이 기대되는 것은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나름 소화를 해서 하라 료만의 챈들러식 사와자키를 만들었는지 궁금해서이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뭐랄까, 음악에서 네마디 안 남고, 세마디 반 넘어서 표절이 아닌 찜찜한 느낌을 떨쳐내기 힘들었다고나 할까. 더 이상 챈들러의 작품을 보지 못하는 챈들러 팬들에게 이렇게라도 볼 수 있으니 반가워해야 하나, 분노 해야 하나 갈팡질팡스럽기는 했다만. (내가 원래 좀 너그러운 것과는 거리가 먼터라)  

표지는 실물이 나을 것 같기는 한데, 온라인 서점의 이미지는 좀 별로다. 전작에 이어 소장하기로 맘 먹은 시리즈이기에 전작의 표지 정도 빠졌으면 하는데, 어떨지.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이 새로 나왔다.
모아 놓고 보니, 엄청 많이 번역되었구나! (우리나라에서 인기작가였던거임?! 새삼 놀라고 있는중)

안그래도 얼마전 읽은 김갑수의 책에 이치가 언급되어 있어서, 예전 책들 들추어 보았는데, 반가운 신간이다.
그러나저러나 <대단한 책>을 꽤 오래 사고 싶었는데, 결국 샀는지 안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_-;; 

진짜 궁금해서, 방금 찾아보고 왔는데, 못 찾겠다. 책책들이 다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나 이사온지 어언 세달 책정리를 아직 안 했다. 박스를 아직도 안 푼 것은 아니고 .. 그니깐, 책꽂이에 책이 꽂혀 있다고, 그게 책정리가 아니라는건 아마 이 동네 사람들이라면 다 알듯;  무척 사고 싶었던 마음만 기억나고, 산 기억은 안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건 도대체 왜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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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9-07-01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죽인 소녀 15년전쯤에 읽었었는데 그건 해적판이었군요!
 
지구 위의 작업실
김갑수 지음, 김상민 그림, 김선규 사진 / 푸른숲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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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닌가?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나는 그것을 '작업실의 로망' 쯤으로 이야기했는데, 이 사람은 그건 로망보다 더 절실한 것이라고 한다.
나의 작업실에 대한 로망에 대한 사소한 고민이 있다면, '작업'할 것이 없다는 것뿐인데 (뭐? 결혼준비는 다되어 있는데 사소한 남자가 하나 없다고?) 그에 대해 김갑수는 그런 거 필요없다고 한다. 잠깐, 그럼 '작업'은 어떨까? (아, 내 옆 테이블에 예쁜 언니는 꼭 스타벅스 소파 남친 무릎에 앉아야만 합니까? 허리도 아픈데, 남는 소파 나 주든가)  

네번째 읽는 책인데, 대충대충 읽어서, 이 저자에 대해 잘 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클래식 음악에 미쳤고, 커피를 좋아하고, 글쟁이, 방송쟁이. 적당히 여자 좋아하고, 어느 정도 자학적이고, 혼자 있는 거 좋아하고, 세상의 못볼꼴 잘 못보고. 뭐 그런사람.  

내가 꿈꾸는 작업실은 햇빛이 맘껏 들어오고, 바람이 제 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며, 고양이와 강아지와 녹색식물들이 충만하고, 바다나 산이 있으면 더 좋고- 뭐 이런 건데, 저자의 작업실은 '동굴'이다. 햇빛은 들어오면 안 되고, 입장할 때도 철문 따고 들어가야 하는 그런 자신만의 동굴. 상업건물(?)의 한 층 (정육점 지하)을 세내어 높고 넓다. 음악을 감상하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나중에는 커피 바도 만들었다. 나도 술 바는 만들고 싶다. 레이스 달린 셔츠에 앞치마 같은건 안 입을꺼다. (정말 입고 계시나요? 김갑수님?)  

이전의 책들에 비해 '작업실' 이라는 주제는 맘에 든다. '음악'(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은 재밌었지만 생소했고, '책'(나의 레종 데트르)는 흔했고, 일상(? 칼럼?) (나는 왜 나여야만 하는가) 는 기억에 없다.

중간중간 갑자기 강사모드로 돌변하여 클래식 음악에 대한 설명이 줄줄 나오는 부분은 적당히 졸면서 넘어갔다. 외계어로 가득찬 오디오의 세계는 졸 타이밍마저 놓치고, 어리둥절하며 책장을 넘겼다. 

이전의 책들에 비해 덜 잘 읽히지만, 진지하고, 읽을 거리가 많다는 느낌이다.
표지사진은 묘하다. (후에 가면 질릴지도 모르겠다.) 일러스트는 NG다. 김갑수와도 이 책과도 따로 논다.
김갑수쯤 되면, 사진 없이도, 일러스트 없이도 재미있는데,
요즘의 트랜드로 ... 끼워 넣어 ... 평범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스쳐지나가는 책이지만, 첫 매력은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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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6-2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만의 작업실이라! 자신만의 작업실이 계신분 정말 부럽습니당!!
 

 

 

 

 

오츠 이치의 신간 [실종 홀리데이] 조금 긴 단편이라고 할까, 짧은 중편이라고 할까, 애매한 길이의 중단편 소설 두개가 합쳐져 있는 책이다. 애매한 길이의 중단편 두개다보니, 분량도 적다. 하드커버다. 양이 책을 고르는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내용마저 가볍다. 아니, 가볍다.라고만 말할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오츠 이치의 책을 이때까지 다섯권 읽었는데, 같은 사람이 쓴 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른 내용, 다른 스타일이다.
오츠란 놈이랑 이치란 놈이랑... 응?  

<고쓰>와 <주>에서의 오츠 이치와 <쓸쓸함의 주파수>, <어둠속의 기다림>, <실종 홀리데이>에서의 오츠 이치는 무척 다르다. 내용이나 어조뿐만이 아니라 세계관마저 바뀌어 버리는 것 같아서, 그리고, 그 다름은 나름 각각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기까지 해서 헷갈린다. 아니, 오히려 덜 헷갈리게 되는 건가.  

<쓸쓸함의 주파수>, <어둠속의 목소리> <실종 홀리데이>
좋게 봐주면 , 휴머니즘이 묻어나지만, 나쁘게 보면 신파다. 거기다 어설프게(?) 혹은 쌩뚱맞게(?) 추리가 끼어져 있어서 때론 불편하다.

이전의 두 착한 소설에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실종 홀리데이>의 '행복은 새끼고양이의 모습'과 같은 단편을 보면 좀 불편해진다. <고쓰>와 <주>도 딱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감탄하게 되는 면이 있는데, <쓸쓸함의 주파수>류는 정말 좀 아닌듯. 분노까지는 아니라도, 딱 시간 아깝고, 돈 아깝고, 남는 것 없다 싶다.

   

 

 

 

내가 읽은 김갑수의 책들.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는 음악이나 오디오의 조예와는 거리가 먼 나에게도 무척 재미있게 읽혔다. 홀딱 반해서, <나의 레종데트르>와 <나는 왜 나여야만할까?>(표지도, 제목도 맘에 안 듬) 를 샀는데, <나의 레종데트르>는 아마도 책에 대한 얘기. 실망스러웠는데, 왜 실망스러웠는지 까먹을만큼 임팩트도 없었고, <나는 왜 나...>는 간간히 공감은 갔지만, 끊임없는 투정이 좀 짜증스러웠던 것 같다. 두권의 책을 연달아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나온 <지구 위의 작업실> ( 다이앤 애커먼의 <미친별 아래 집>이 자꾸 입가에 맴돈다;) 을 서점까지 가서 사게 된건... 표지 때문일까? 아님 재미없었다는건 까먹고, 재미있었던 기억만 남아 있어서일까? (확실히 기억은 때로는 편리하지만, 때로는 무척 비실용적) 아, 생각났다. '작업실'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작업실'의 로망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타인의 작업실을 훔쳐보는 것은 타인의 독서일기를 훔쳐 보는 것만큼이나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것이 김갑수의 작업실인 다음에야 말할 것도 없지.

어제 자기 전에 읽기 시작했던 ...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를 읽고 있는데, 침대 위의 실비아 플라스를 베고 자는 고양님 때문에, 차마 책을 빼서 내가 읽어야겠소- 할 수 없었다. 마침 손에 닿는 곳에 있던 김갑수의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책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읽다가, 어떤 사진에서 M군이 생각나 아침부터 초갈라진 목소리로 통화해 그부분을 이야기해주고 (오늘 맞.선. 잘보게, M군) 전화를 끊은 후 다시 읽다가 덮고 나와 군만두 ... 응? 

이전 책들에 비해 지루했다가 (이건 내가 읽는 그의 네번째 책이어서 그럴지도), 쏠쏠히 재미있었다가, 나도 해봐야지 했다가, 뭐 이런걸 책으로까지 내나 했다가, 웃기는 놈이군, 실없는 놈이군 했다가, 이런점은 나랑 꼭 같군 했다가 하면서 읽고 있다 .

결론은? 다 읽어봐야 알겠지만, 맘에 안 드는건 아마도 ... 김갑수와 김갑수의 책과 안 어울리는 잊을만하면 나오는 중간중간의 일러스트들? 사진은 꽤 멋지다. 좋은 친구들 많으니 .. 그 중에 그나마 아는 이가 윤광준밖에 없으니, 혹시 윤광준이 찍어 준 사진일까? 상상해본다.

지하의 조용하고 어두운 작업실 vs.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제집드나들듯 나들이 하는 작업실.
나의 로망은 후자에 가깝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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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크로스파이어>가 어느새 나왔길래, 영문판 리뷰를 옮겨본다.
미미여사가 워낙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시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책과도 또 다르다.
기대해도 좋다.

얄팍한 한권짜리 영문도서가 어떻게 400페이지가 넘는 책 두권으로 나왔는지는 궁금하지만, 뭐,  
우리말 번역도서의 표지도 좀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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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모양새를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고단샤 인터내셔널' 즉, 일본의 거대출판사인 고단샤에서 해외로 번역해서 소개하는 작품을 맡고 있는 출판사인가보다. 해외배급이 어떻게 되는지 거의 아이디어 없지만, 철저한 마케팅과 체계적 작가 소개로 자국의 작가를 해외로 알리는 것은 대단해 보인다. 책에는 아주 심플하고, 그러나  책 꽤나 사고, 읽는 나도 깜짝 놀란 책갈피가 들어있다. 책갈피에는 고단샤 인터내셔널의 웹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을 뿐이다. 고작 페이퍼백에 이렇게 신경을 쓰다니. (페이퍼백이지만, 책커버도 있는 책이다. 페이퍼백의 경우, 책끈이 없으므로, 책갈피와 같은 서비스는 너무나 저렴하고, 유용하면서 인상깊은 서비스지 않은가. 이 뿐 아니다. 뒤에는 리딩가이드(이런 것도 아마 처음 봤다.)도 실려 있고, 다음에 소개될 미미여사의 작품에(The Devil's Whisper) 대한 프롤로그와 첫번째 챕터가 여러장에 걸쳐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이 감탄스러운 것은 신경써서 만든 외관뿐만 아니다. 
미미여사의 초능력 주제의 책들은 그닥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초능력을 소재의 하나로 잘 활용하여, 미야베 미유키의 가장 좋았던 작품들의 장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에 번역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브레이브 스토리> 빼고는 다 구매하고, 읽었지만, 여자 주인공 투 탑의 책은 처음 읽는듯하다. 첫장면부터 나오는 손으로 불을 쏘는 여자 준코. 그냥 '파이어' 하면, 불이 화르르 정도가 아니라, 순식간에 최고점으로 인간을 태우고, 쇠를 녹여버릴 수 있는 무기로써의 '불'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런 만화같은 설정을 굉장히 섬세하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동안 보아왔던 최면이라던가, 염력이라던가 하는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 준코라는 여자는 무척 복잡한 캐릭터이다. 자신이 가진 힘으로 나쁜놈들을 죽이고 다니는 여자. 라고 하면, 어떤 종류의 스테레오타입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미미여사가 창조한 캐릭터이다.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미미여사의 하드보일드..라고 하면, 나는 '외딴집' 정도가 떠오른다. 이 책 미야베미유키표 하드보일드다. 여러가지 면에서 얼마전에 읽은  가노 료이치의 <제물의 야회>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를 추구하는 준코의 모습은 히로의 모습과 겹쳐진다. 프로페셔널 킬러와 맞먹는 손에서 불이 나오는 초능력자 여전사..라. 흥미롭지 않은가! 미야베 미유키의 준코는 조금 더 복잡하고, 독자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녀가 죽이는 이들은 법집행의 굴레를 빠져나가는 미성년자들이다. 이 부분 역시 <제물의 야회>에서 다루어졌던 주제이다. 인간이 아닌 악마를 찾아 '싸워' '태워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평범한 겉모습과는 달리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를 내부에 간직하고 있으리라.  그녀만의 외로운 싸움에서, 그녀가 죽이게 되는 것은 악마와도 같은 소위 '스포츠 킬링'(재미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을 하면서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 미성년들에 그치지 않기에, 무고하다면 무고한 사람까지 죽이게 되기에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준코에의 감정이입에 망설이게 된다.

이 무고하다면 무고한 사람은 <낙원>을 떠올리게 한다. <낙원>에서는 살짝 보여주기만 했던 주제를 독자에게 내세운다. '죽음'으로.  

준코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또 한명의 여자 주인공은 치카코이다. 준코와 평행선을 그리며 정의를 추구하는 그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그렇다. 화재전담반의 형사다. 워낙 여자형사가 없는 경찰청, 남자들만의 세계에 그녀가 들어가게 된 것은 이런저런 우연과 실력이 좋은 타이밍으로 합쳐져서 이다.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가 떠오른다. Mom이라고 불리우며, 사건 수사를 하는 40대의 치카코는 <얼어붙은 송곳니>의 다카코와 같은 상황이지만, 남자들만의 세계에 적응하는 그녀만의 어려움, 그녀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경찰조직에서의 그녀의 모습과 위치에 관한 이야기 역시 가볍지 않게 다뤄진다.  

미야베 미유키가 그렇지 않은가. '범죄'와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 즉, 범인, 희생자, 범인의 가족, 희생자의 가족, 미디어, 목격자, 등에 각각의 무게를 두어 어느 한 곳으로 치우쳐 감정이입하지 못하게 한다. 독자에게 한면만 바라보지 말고, 가능한 다양한 면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그간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여러가지를 새로운 형식과 전혀 새로운 주인공의 모습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플러스,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들중 가장 하드코어다.

위에 묘사한 범인들. 미성년자 범인들의 잔인한 범죄뿐만 아니라, 준코의 그들에 대한 처형 역시 잔인하게 묘사된다. 
티피컬해 보이는 등장인물에 사 놓고도 한참을 미루고 있었는데, 정말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었다.

미미여사, 이 책을 읽고, 한두가지가 아닌, 무척이나 많은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이것이었다.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justice and reve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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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6-25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글을 보니 마치 sf소설인 인간을 넘어서가 연상되네요.거기서도 초능력자가 나오거든요^^

비연 2009-06-2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야베미유키! 바로 사야겠슴다..^^

Kitty 2009-06-26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각하게 읽으면서 내려오다가 다시 올라가서 사진 보고 푸하하
번역서 표지 저게 뭐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