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건 다 읽은 책, 노란건 읽는 중인 책, 빨간건 50페이지 미만으로 들쳐본 책들이다.
1월은 책 부지런히 읽으려고 노력했고, 1월 마지막 주는 집중력 꽤 돌아온 것 같았다.
좋은 책들 많이 만났다.
가장 좋았던 책들은
리베카 롬니, 제인 오스틴의 책장
희귀서 수집하고 파는 책사냥꾼의 책이라기보다 ( 이런 이야기조차 재미있게 풀어내지만)
여성 작가들의 바이오그라피, 여성 글쓰기의 역사로 읽혀서 내 책읽기 비워져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딸깍 채워진 느낌이었다. 주제도 좋아하는 주제들이지만, 글을 너무 재미있게 썼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것, 받은 느낌을 이어가기 위해 2월에도 <비포 제인 오스틴>을 읽기로 했다.
박서련, 체공녀 강주룡
오랫동안 표지랑 제목만 알았던 책이다. 체공녀가 고공 농성해서 체공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고나서야 알았다. 무슨 공녀로 팔려나갔던 인물인가 했지. 독립운동 하고, 노동운동도 했던 인물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북쪽지방 옛 말투를 재현해서 낯선 단어와 문장들에 서서히 익숙해지게 된 것도 좋았다. 박서련 작가의 마법소녀 책들도 제목만 알고 있고, 영역본만 챙겨뒀는데, 읽어보면 재미있을까 싶다.
김민향, 극야일기
커버 투 커버로 좋다. 사진도 글도 여백도. 부모에 대한 애도 일기는 내가 잘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공감과 취향을 넘어서는 북극 지방에서 지낸 일기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 책이 들러붙어서 일상에도 다른 책을 읽을 때도 계속 생각났다.
현찬양, 식탐정 허균
현찬양의 책들 중 몇몇은 초반에 양판소 웹소처럼 시작하나 싶다가, 읽다보면 재미 있고, 더 읽다보면 깊이까지 쌓여서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 책이다.
이 책은 정말 똑똑하고, 웃기는 책이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먹을거에 눈이 도는 허균이 조선 시대 먹거리에 대해 늘어 놓는 지식들이 똑똑하고, 여인(피가 섞이지 않은 남동생)과 허형(허균), 작은년(밥 지어주는데, 쌀 더 주고 검험도 시킴) 과의 티키타카가 만담 같지만, 더 웃기고, 웃기다가 푹 찌르는 그런게 있다.
2권 내시고요, 현찬양 작가님 열일하세요.
이렇게 네 권이 좋았고,
이 외에 추천하는 책들로는
Patrick Ness, A Monster Calls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읽었는데, 나레이터가 몬스터 목소리, 아픈 엄마 목소리를 너무 실감나게 해서 오디오북도 추천
Yew tree ( 검색해보면, 진짜 괴물같고 무섭고, 악몽에 나올 것 같은 이미지들이 주르륵 나온다) 가 몬스터가 되어 아이를 방문하고, 이야기 세 개를 해 주고, 그 다음에는 니 이야기 하나 내놓으라고 한다. 엄마는 암에 걸려서 새로운 치료방법들을 시도하지만 죽어가고 있고. 학교에서는 불링 당하고.
엄마가 죽어가고, 아빠와 이혼해서 아빠는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불링을 당하는 이야기는 미들 그레이드 소재에서 많이 보는 이야기이고, 몬스터가 나오는 것도, 그리고, 몬스터의 정체를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묘한 무서운 분위기가 있었다. 사람에 따라 엄청 슬픈 이야기라고 눈물 쏟았다고 하는 독자들도 있지만, 내게는 공포와 조여오는 상황에 따라 응집되는 두려움과 막막함 같은 것들이 크게 느껴졌다. 감상이 다양할 것 같은 보석같은 책
조우리, 4x4의 세계
4x4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콱 와닿았다. 다들 좋은 책이라고 추천 많이 듣고 읽어봤는데, 역시 좋은 이야기였다. 소아병동이 배경인 이야기이다. 조우리의 <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의 보고서> 도 좋았고, 이 책도 좋다.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지만, 읽히고 싶은 책이고, 어른들에게도 깊이 와닿는 부분들이 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 그렇다고, 아이가 어른 같이 구는 그런 책도 아니고.
후안옌,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
힘든 매일과 잘쓴 글이 좋았던 에세이다.
LA Review of Books에 이번에 나온 신간 댄 왕의 <브레이크넥>과 이 책을 비교해서 리뷰해둔 것을 읽었는데, 리뷰중에 과로와 빈곤에서 재능 있는 사람이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하는지 보여준다고 하는 부분이 좋았다. 나도 그 부분 좋았다. 남 일 같지 않고, 과로와 빈곤과 그와 같은 역경을 겪게 될 때 어떻게 나 자신을 유지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았고.
1월 초반부터 글이 잘 읽혔던 것은 아닌데,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하게 되었고, 왜 중간이 없지. 책이 너무 잘 읽히고, 계속 책 읽고 싶다. 트위터 끊어야 책 더 읽힐텐데, 나는 그거 못한다고 징징댔지만, 책이 더 잘 읽히니깐 자연스레 덜 하게 된다.
역시 뭘 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보다 뭘 해야지. 하는 것이 더 쉽고, 효과가 좋다.
그래서 2월에 읽을 책을 이만큼이나 쌓았잖아. 2월에는 반은 일하고, 반은 쉰다. 1월도 빨리 지나갔지만, 2월은 정말 눈 깜짝하면 지나가겠지. 눈깜짝 하는 사이에 책 많이 읽어야지. 기세지. 기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