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 당신의 생명을 지켜 주는 경이로운 작은 우주
필리프 데트머 지음, 강병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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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사용하는 독서앱에 인생책을 기록하는 기능이 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다가 필리프 데트머의 <면역>을 읽고 인생책 표시를 해보았다. 3개까지 고를 수 있다. 인생책을 골라봐야지 마음먹고 첫 인생책은 올해 읽은 80여권의 책장 맨 위에 명예의 전당처럼 세 권만을 위한 자리 중 첫 번째 자리에 놓여졌다. 


한 해 2-300권 정도 읽고, 좋아하는 책도 많은 내게 정말 좋은 책들은 많다. 그러나 인생책은 책을 읽고 난 후의 세상이 읽기 전과 바뀌는 것이다. <면역> 이 그렇고, 레이첼 카슨의 책들이 그렇다. 다시 읽으면 인생책이 되지 않을까 싶은 책들은 더 있지만, 일단 지금 꼽아본다면 <면역>과 레이첼 카슨의 책들이다. 읽고나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뜨인 책들이다. 


<면역> 을 읽으면서 아, 이것은 인생책, 레이첼 카슨의 책들이 생각났고, 아, 인간은 인간 그 자체로 이렇게 대단하고 하나의 우주와 같다는 점에서 <코스모스> 생각났다. (코스모스와는 반대의 의미로. 인간이 이렇게 하찮으니 일희일비하지 말자. 는 것에 비해 면역은 인간이 이렇게 위대하니 일희일비하지 말자.로) 


과학과 거리가 멀었던 나도, 이제 좀 과학책 읽어볼까 좋다는 책 사보기만 하던 나도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일반인이 읽을 수 있는 최대한까지 면역과 관련한 생물학 지식을 밀어 붙인 '면역' 에 관한 책이라는 책친구의 평에 동감한다. 


앞부분은 지루할 수 있다. 아니, 사실 안 지루하다. 뒤에 비해 덜 재미있을 뿐이지. 근데, 이게 아는 것들이 쌓일수록 재미있는 거라서 앞부분, 1부 면역계의 기초를  넘기고 읽으면 안된다. 2부 챕터 5부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 진다. kurtgesagt 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유튜버인데, 이천백만 구독자가 있는 과학 유튜버이다. 영상과 함께 보면 더 재미있다. 이 책은 영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나왔다고 한다. 책의 내용들과 영상이 일치하는 건 아니다. immune system 에 대한 영상들 보고, 책 읽고, 다시 영상 보면 모르던 세포들중에서 이상형을 찾게 된다. 저의 픽은 가지 세포입니다. 


큰 포식 세포와 중성구, T 세포와 B 세포, 살해 세포와 조력 세포와 기억 세포 등등 낯선 세포의 이름들이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익숙한 친구처럼 여겨질 것이다. 사실 이 세포들은 친구보다 더 가까운 '나' 이기도 하다. 

저자는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면역 세포와 면역 시스템의 일들에 대해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고, 요약도 해주고, 복습도 해준다. <면역>에서 설명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나 자신과 너무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과거에 일어났거나 지금 일어나고 있거나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라서 관심 주제가 아닐 수 없기도 하고, 비유도 엄청나다. 엄청난 호러무비 같기도 하고, 블록버스터 전쟁영화 같기도 하며, 때로는 노벨 문학상을 탄 시인의시같기도 하다. 이 모든 일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면역의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성이다. 면역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어쩌구가 많이 나오지만, 면역세포가 강해져서 걸리는 현대의 병들이 더 많다. 예를 들면 알러지. 면역 시스템이 우리 몸 안에서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체들과 전투를 벌일 때 민간인 세포들 또한 피해를 입는다. 집에 바퀴벌레가 들어왔다고 탱크 부대를 보내 아파트 한 동을 폭파시켜버릴 수는 없다. 그러므로 면역세포들은 적의 규모에 맞게 정확한 대응을 해야 하고, 자신의 일을 마치면(적들을 모두 물리치면) 자살한다. 면역 시스템의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점은 다양한 세포들이 자신의 역할을 함으로써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우리 몸을 지켜낸다는 점이다. 면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성이고, 자신과 타자를 구별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면역> 책 전반에 걸쳐서 계속 나오는 핵심이다. 나와 타자를 구별해 물리치는 내 안의 면역 세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잠을 잘 자세요.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세요. 특히 섬유질. 맨 뒤에 위생 이론과 미생물총에 대한 이야기 다른 모든 이야기들처럼 대단히 흥미로웠다. 운동하세요. 움직이세요. 혈액순환을 좋게 하면 당연히 여러모로 좋다.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하세요. 백만번 들은 이야기들인데, 이 책을 읽고나서야 내 면역세포들을 지켜야해. 마음이 움직였다. 과거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던 시대에서 현대의학과 위생 개념의 발달로 박멸되거나 거의 사라졌고, 면역 관련 병이 선진국 위주로 늘었다. 그리고 또 다가오는 감염병의 시대 면역에 대해 아는 것은 나에 대해 아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시대의 꼭 필요한 건강리터러시를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일 것이다. 


<면역>책을 한참 읽던 중에 처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 아픈 와중에도 몸 안의 면역 세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서 경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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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9-12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면역 좋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그 정도예요? 한번 꼭 읽어봐야겠네요.. 가지세포.. ㅋㅋㅋ

하이드 2023-09-12 21:33   좋아요 1 | URL
모두모두 많이많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재미있어요.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앞에 서너 챕터만 지나면 본격 재미있어진건 6챕터부터였어요.
 
Nightbooks (Paperback)
J. A. White / Katherine Tegen Books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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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 전에 꼭 필요한 스포일러 : 고양이 안 죽음! 


헨젤과 그레텔과 아라비안 나이트의 멋진 현대판 동화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흥미진진한데,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넷플릭스에 영화도 있지만, 책 속의 주인공들이 훨씬 멋지다. 책부터 읽을 것! 책에서는 르노아 (고양이) 치즈 뚱냥이인데, 영화에서는 괴물고양이처럼 나옴. 그래도 좋지만. 


알렉스는 호러매니아다. 호러를 너무 좋아해서 소설, 영화를 섭렵하고 굿즈를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나이트북스라고 이름 지어준 노트에 호러 소설을 직접 쓴다. 그러나 학교에서 놀림을 받고, 나이트북스를 다 버리고, 평범한 아이가 되기로 결심한다. 지하로 내려가야하는 엘리베이터는 4층에서 멈추고, 평소보다 어두운 복도로 나간 알렉스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좀비 영화가 들리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쫓아 모르는 집에 들어가기까지 한다. 그리고, 문은 없어지고, 마녀 나타샤 등장! 


이전에 잡혀 있던 야스민은 마녀가 만드는 마법 약물을 위한 정원을 관리한다. 알렉스는 집을 달래기 위해 매일밤 무서운 이야기를 써서 들려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책 안의 책으로 알렉스가 나이트북에 써 두었던 이야기들을 읽게 되는데, 정말 으시시하고 재미있다. 환상특급 같은 이야기들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Top Bunk가 가장 무서웠다. 


마녀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유혹해서 잡는데, 나라면 뭐에 끌릴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알렉스가 라이터스 블럭을 만나 글쓰기 고민하는 부분도 재미있었고, 등장인물들 모두 단순한 캐릭터 없이 복잡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 것도 좋았다. 영어 레벨 4-5학년 수준. 오디오북 나레이터는 남자인데, 나타샤 성질 부리는 걸 너무 잘 연기해서 웃겼다. 


2권 Gravebooks 도 나와 있어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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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Cat in Space Ate Pizza (Hardcover)
맥 바넷 / Katherine Tegen 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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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구가 북펀딩한다고 해서 보니, 마침 읽고 있는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있었는데, 재미있어서 구매 완료.

쥐 왕(rat king)이 달을 침략해서 달을 뜯어 먹자 달로 인해 지구가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비밀리에 연구되던 고양이가 달로 파견된다. 우주선에는 지구의 모든 음식이 튜브 형태로 들어있고, 고양이가 ‘피자’ 튜브를 먹으려는 순간 위험 신호가 울린다. 그 이후로도 고양이가 피자를 먹으려고 할 때마다 ..

고양이는 몰래 우주선에 탄 발톱깎기 로봇과 달에 착륙해 달의 여왕과 함께 쥐 왕을 물리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달에 있는 여러 나라들과 종족들을 만나게 된다. 어린왕자가 행성들을 오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 2권은 예약판매중.

그림이 몹시 귀엽고, 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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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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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 프랑크에 대해 뜨문뜨문 읽고, 안네의 일기도 어린이 버전으로 읽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더라도, 열 세살 소녀가 쓴 책이 이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힘들어하는 10대, 20대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읽는 동안 했다. 비록 일기를 쓴 이는 열 세살에서 열 네살이 되고, 열 다섯살은 맞이하지 못하지만. 


음모론이든, 시절이 암울해서든, 요 며칠 중국의 전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고, 매일 뉴스 보면 나라가 후퇴한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안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큰 부자였다. 전쟁 앞에서 모두 평등하게 힘들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모두 살기 위해 애써야했다. 안가에 숨어 지내며 성격이 제각각인 여덟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 시간들을 그렇게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가면서 죽지 않는 것을 버틴다고 할 수 있다면, 버텨나가는 것이 생생해서 지금 여기를 생각하게 된다. 이년이 안 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람이 망가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고, 결국 그들 여덟 명 중 살아 남은 사람은 안네의 아버지인 오토 프랑크가 유일하다. 마지막을 알고 읽는 안네의 읽기 마지막 장은 씁쓸했다. 이 예민하고, 영민한 소녀가 어른으로 자라지 못하다니. 







그래픽노블이 굉장히 잘 뽑혔고,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봤지만, 구매할 예정이다. 안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서 전자책으로는 사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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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기 안내서 - 더 멀리 나아가려는 당신을 위한 지도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반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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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잘 잃는 사람, 하지만,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것이 나다. 

솔닛은 <길 잃기 안내서>에서 길을 잘 잃는 사람, 길을 잃지 않거나, 길을 잃지 못하는 사람, 길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길을 잃는 방법과 왜 길을 잃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솔닛의 안내를 따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길 잃기를 쫓아가다보면, 세상이 점점 커진다. 지나가는 모든 발자국들이 떠난 자리가 아니라 '떠난 자리가 있는 공간' 으로 채워진다. 그렇게 과거가 채워지고, 앞으로 가야 할 곳, 길을 잃어야 할 곳만큼이 푸르게 넓어진다. 솔닛은 먼 곳을 표현하기 위해 푸름을 가져왔다. 책은 모래밖에 없어서 삭막하다고 생각했던 사막을 생명들로 채우고, 길을 잃기 위해 떠나야 할 곳을 푸름으로 채운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채우고, 길을 잃는 것을 미지의 곳으로 한 발짝 내딛는 용기로 채운다. 


우리는 모두 길을 잃어야 한다는 말은 우리는 모두 미지로 발을 디뎌야 한다는 말이고, 그 과정에서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솔닛이 이렇게까지 거침없이 걷고, 새로운 곳으로 늘 발을 디디고, 앞으로 나아가며 세계를 넓히는 사람인줄 몰랐다. 작가라고 하면, 머릿속에서, 마음 속에서 한계 없이 사고가 뻗어나갈 것 같은데, 솔닛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물리적인 존재의 움직임으로 외부의 세계 또한 넓혀 나간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못하고,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것 치고는 흘러가는 것에는 거부감 없어서, 흘러가지는대로 흘러와서 늘 길을 잃으며 여기까지 왔고, 혹은 길을 무시하며 내키는대로만 내 세계를 넓혀왔던 것 같다. 그렇게 지금은 솔닛이 머물렀던 사막의 오두막처럼, 이 곳 섬의 숲 끄트머리와 맞닿은 집에서 이곳이 영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솔닛은 사람도 사막도 오두막도 결국 떠났지만, 나는 또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솔닛은 떠나고 잃은 빈 자리마저 '빈 자리' 로 채웠지만, 나는 지나온 길에 아무것도 남기고 싶지 않다. 현재와 현재 내가 짊어지고 있는 사랑하는 것들과 더 이상 길 잃지 않고, 풍경이 되고 싶다. 풍경이 되어 적극적으로 길 잃는 이들을 응원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나아가서 더 이상 길 잃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잠시의 사막의 오두막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요즘 종종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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