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도 때론 책을 폼으로 들고 다닌다.
오늘 서울숲.으로 피크닉.을 가면서 무슨 책을 가져갈까,
퍼런 러그 위에 엎드려 발 까딱까딱하며 읽을 책. ( 여의치 않아 벤치에 책상다리하고 와인 홀짝였다만)
으로 뭘 고를까 책장 앞에서 고민고민( 하다가 약속시간 한시간 늦었당!)
결국 들고 나온건 음흉한 덱스터씨.
그러나 그 전에 나는 조앤 해리스의 '블랙베리와인'을 골랐더랬다.
그.러.나. 와인 마시면서 '블랙베리와인'읽는건, 좀 그렇다. 너무 직접적이다. 싶어 놔두고
생긴것도 몹시 아리따운 포스터 시리즈.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일곱권! 있다. 그 중에 딱한권 읽었다. 그러니 읽을 책은 많다. 음하하하하핳흐흐;; 흑. 책 뒤표지에 나온 내용들을 보다가 '모리스' 낙점.
알다시피 휴그랜트빠였던 고딩시절, 보았던 영화.이기도 했다.
여기서부터 나의 잡생각은 끝간데 없이 펼쳐져나가기 시작한다.
'모리스'를 읽고 있는 여자. 멋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음흉한 덱스터'를 들고 나오긴 했지만;;
... 그러면 안되지만, '읽고 있는 책'으로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뭐, 순간, 지나가면서, 후딱, 다시 볼 사람도 아니니, 나쁘지 않다. 며칠전에는 어떤 여자가 요상한 체크무늬 치마를 입고, 흰 블라우스에 조끼를 입고 안경을 쓰고 머리를 묶고(전체적으로 기이촌스런 느낌이었다) '아임 소리 마마' 를 들고 내 앞을 지나갔다.
난, 속으로 '허걱' 내 생각이 어디로 뻗쳐나갔는지는 얘기하지 않겠다만, 뭐, 무튼,
나야 미스테리 소설 팬이다. 읽었을때 폼나는 미스테리.는 어떤게 있을까.
동서미스테리..문고판의 경우. 히피한 차림으로 문고판 책 한손으로 들고 무심한 태도로 읽고 있으면, 폼 날것 같다.
챈들러.의 책은 아주 여성스런 차림으로 원서. 정도 들고 읽고 있으면, 왠지 범접못할 아우라가 뿜어날것 같고,
뤼팽.은 워낙에 아동용으로 나왔던게 머리에 박혀있고, 표지..가 너무 아동틱한 관계로 패스.
우부메의 여름. 검정색 표지의 두꺼운 그 책을 읽고 있으면 역시 멋질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고 있으면, 흐음. 별 생각 안 날것 같고,
팔코시리즈.를 읽고 있으면 다시 볼 것 같다.
콜린 덱스터의 모스경감 시리즈. 빨간 책을 들고 있으면, 흠. 그것도 나쁘지 않을 듯.
폴 오스터의 책은 매니아와 베스트셀러 사이를 오가는 독자층일테고
마시멜로, 20대에 해야할, 이런 류의 실용서를 들고 있으면, 두 번 안 보고 우리나라의 베스트셀러에 한숨 지을 것 같다.
하루키는 피츠제럴드의 개츠비를 세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있다. 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위대한 개츠비' (특히 예쁜 펭귄판 원서) 를 읽고 있는건 왠지 후까시. 같다. (일본 드라마에 종종 나온다;; 꽃보다 남자의 오구리 슌;;)
남자가 읽고 있으면, 다시 볼것 같은 책은...
남자건 여자건 중요한건 '무심한듯' 읽고 있어야 한다는거( 그니깐, 내가 느끼기에 그렇단 말이다 ^^;)
쉽게 안 읽히는 사회/인문학/과학 책등을 읽고 있으면 지루할 것 같고
런던 튜브에서 얼굴에 피어싱 다섯개 이상한 고딕스타일의 여자가 '총균쇠'(물론 영문판 페이퍼백이었다)를 읽고 있는걸 보고 다시 한번 얼굴 쳐다본 적 있다. 사람이 달라보이더라는;;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촌스런 표지의 '총균쇠'를 읽고 있어봤자, 별로 감흥 없을 것 같다.
남자가 '모리스' 읽고 있으면, 이윽;; 할 것 같고
지금 내 책장에서 보이는 책들 중에선 '체호프 단편집' 정도를 읽고 있으면 멋질 것 같다.
평전류를 읽고 있는 사람도 멋져 보인다. ('체게바라' 빼고.)
한밤의 잡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