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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악몽 - 유럽 판타지 단편선
알퐁스 도데 외 지음, 고봉만 옮겨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지난 생일선물로 받았던 이 책. 오늘에야 꺼내 들었다.
우울하고 처지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일곱개의 단편중 그나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사람을 죽이다' 가 알고보니 '마크 하임'으로 스티븐슨 '지킬박사와 하이드' 의 뒤에 나와 있었던 이야기라는것이 조금 아쉽지만.
여러 걸출한 작가들-알퐁스 도데, 기 드 모파상, 안데르센, 찰스 디킨스 등의 단편들 중에 유독 돋보였다는 점에 재독의 의의를 둔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신문에 실렸던 글들을 모았다는 이 '크리스마스의 악몽' 단편집.
경건하고, 사랑하고, 베풀어야하는, 즐거워야하는 크리스마스날의 악몽같은 이야기들 모음집이다.
작가가 글을 쓸 때 제정신으로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쓸 때는 위스키 스트레이트로 한병반쯤 마시고, 혼자서, 고독을 짓씹으며, 악몽같은 환상속을 헤매이며 썼을 것 같다.
왠지 나도 촛불 켜 놓고, 문 살짝 열어 놓아 바람에 불빛이 일렁이게 만들어 놓고, 싸구려 와인 쪼로록 따르면서 보면 딱 어울릴 것 같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속에 풍덩 빠지기에.
정신을 차렸다, 잃고 책 속으로 빠졌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가, 다시 책 속으로 빠졌다가 하면서 책을 읽어냈다. 다른 날 읽었으면 어땠을까.
크리스마스가 유효기간인 책이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 후에도 계속, 계속, 크리스마스는 온다.
메리크리스마스(음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