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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빌 브라이슨.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영국의 어느 작고 아담한 서점에서였다.
유럽 여행기를 찾다가 우연히 그의 여행기를 사게 되었다.
neither here nor there . 유럽 여행기.
그 책을 읽다가 튜브에서 굴러떨어질뻔한 나는 몇 권 더 샀는데, 친구집에 놔두고 와서 더 많이 읽지는 못했다. 그리고 여기 서울. 동작구. 도서관에서 어느 더운 여름 곰새끼가 삐쭈름히 얼굴 내밀고 있는 빌 브라이슨의 ' 나를 부르는 숲'을 만났다.

지은이는 어느날 문득 에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이 ' 니더 히어 노어 데어' 에서 비둘기똥 에피소드로 이스탄불 어느 후진 호텔에서 날 굴러떨어지게 만들었던 카츠와 함께 에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는 이야기이다.
에팔래치아 트레일은 에팔라치아 산맥을 따라 3440km 정도의 산길을 걷는 것이다. 참 먼길. 넘어야할 가장 높은 봉우리는 2010m 조금 못미치는 테네시 주의 클링먼스 돔으로 대단히 가공할만한 높이인건 아니지만, , 대체적으로 산들이 높은 편이고 끊임없이 펼쳐진다. 1,500m 가 넘는 봉우리를 350개 넘어야 하고, 적어도 5개월여를 열심히 걷기만 해야 하고, 최소 500만번의 걸음을 내 딛어야 한다. 필요한 모든 짐을 지고. 대략 18kg 가량의.
문득 든 충동으로 이 대단한 여정에 나서는 빌 브라이슨.
이 책은 한마디로 ' 빌 브라이슨의 에팔래치아 트레일기' 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안에는 지질학, 환경학, 삼림학, 유머학( 그런게 있다면),곰학( 역시 그런게 있다면) , 원예학, 동물학, 조류학, 미국 역사 등등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역시 자기계발, 멘토링, 우정, 삶, 자연과 인간, 등등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은이의 식견을 엿볼 수 있는 이런 이야기들에 나는 환장한다.
게다가. 빌 브라이슨은 정말이지 죽이게 웃긴다.
더운 여름 나는 소파에 드러누워 이 책을 읽다가 몇번이나 눈물을 훔쳐야 했는지 모른다.
만사 무기력한 우라지게 더운 여름. 난 이 책을 읽으며 배를 쥐고 웃느라 허리를 꺾는 대단한 노동을 해야 했다.
이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유익하고 웃기고 가식적이지 않은( 이 부분이 특히 중요. 난 가식적이거나 독자에게 가치관을 강요하는 책들을 혐오한다) 지은이의 경험이 짙게 녹아난 이 책에 완전 반해버렸다.
사실 몇달전에 오디오북으로 다운 받아놨었는데, 이 책을 읽다말고 꺼내어 들어보니 i'm bill bryson 으로 시작한다. 흐음. 생긴것관 달리 상당히 느끼한 목소리이다.

* 사진은 애팔래치아의 대피소들. 대략. 푸르다. 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