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과 떠남의 건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당신에게 도착의 건축도 있나요?
음, 알려진 대로 나는 세계 곳곳에서 일을 하고 또 그것을 즐겨요. 런던, 마드리드, 장크트모리츠, 그리고 이곳 제네바 호수 옆에서도 가족과 함께 살아요. 나에게는 도착할 곳이 참 많아요.
집도 있나요? 오, 물론이죠. 우리 집은 여기 스위스에 있어요.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집은 내 책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또 가족이 살고 있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곳이죠.
노먼 포스터 인터뷰中
◎ 노먼 포스터는
* 1935년 영국 출생 *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건축, 도시계획 전공 * Foster Associates 설립 * 주요 작품 | 홍콩 상하이 은행, 영국 런던 시청 * 수상 경력 | 미국건축가협회상, 프리츠커 상
뭔가 퍼스널 히스토리가 그렇게 임팩트 있어 보이지는 않게 적혀 있는데 (홍샹 빼고!) 소개 글을 조금 옮겨보면
' 수많은 기록을 세웠으며 세계에서 가장 크고 높고 비싼 건물을 지었다. 그동안 건축과 관련한 주요 상을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에서 주는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포스터의 명성은 지금도 식을 줄 모른다. 포스터는 건축에 입문한 초기에 이미 영국 입스위치에 있는 사무용 건물과 영국 스텐스테드 공항 설계로 건축의 역사를 새로 썼다.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사무용 건물과 공항 시설물 다수가 포스터가 처음 체계화한 아이디어에 따라 세워졌다. ...'
여튼, 대단한 사람. 이 책에 나온 20명이 다 건축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대단대단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무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세계 곳곳을 자기집 안마당처럼 오가는 노먼 포스터에게 '집의 의미'를 물었을 때, 가족보다도, 아이들 학교 보다도 먼저 나온 대답,
'집은 내 책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매력적이고, 애정 돋는 답변이지 않은가!
나도 언젠가 저렇게 대답하고 싶지만, 난 뭐, 내가 사는 곳에 책도 있고, 가족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뭐, 그럴 뿐이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느껴 볼 수는 있다. '책'은 '상품'이고, 나에게 대부분의 '책'은 스쳐지나가는 존재이지만, 스쳐지나갈까 말까 하다가 책궁둥이 붙이고 눌러 앉는 책들이 있는 곳이 '나의 집'이다. '나만의 방'이고.
책을 공기처럼 의식하지 않고 (자리 없어서 어디에 또 쌓아둘까 고민할 때 빼고) 그냥 옆에 있는 존재..로만 생각했다면,
뭔가 '돌아갈 곳', 즉, '집' 을 집으로 만들어 주는 애착가는 존재 ( 사실 이 애착이 그렇게 좋기만 한건지는 모르겠다만.. 무소유! 무소유!) 로 만들어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니
책이 다시 보인다.
오래간만에 책정리를 해볼까?
... it's raining book ... 책이 하늘에서 마구 쏟아져.. 인 생일주간이라 ^^ 책정리할 타이밍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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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 라우테르베르크의 <나는 건축가다>
제목이 작위적인 것을 빼면, 정말 멋진 책이다.
원제는 Talking Architecture. Interviews with Architects by Hanno Rautererg
원제 보고 나니 왠지 '나는 건축가다' 라는 제목이 더 오버스러워 보이지?
자의식 과잉(?)은 이 안에 인터뷰한 건축가들로도 충분히 족하고 넘치고 남는데 말이다.
관심분야의 탓이겠지만, 작가, 예술가의 이야기는 많이 봐서 아무리 특이한 작가거나 예술가거나 감동은 받아도 새삼스럽지는 않다. 뭔가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틀 안에 있는 이야기들.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책도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평소 관심은 가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이 사람들의 머릿속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현존한 건축가들이고 .. 당연히, 왜 당연하냐면, 이 20인의 건축가와의 인터뷰가 인터뷰니깐;;
인터뷰책 측면에서도 독특하다. 일단 책의 수준은 '건축'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사회사를 아우르고 있으므로 짧고 굵다. 각주는 있는데, 그리 친절하지는 않다. (친절했다가는 이 책의 부피가 ... ㄷㄷㄷ 그러므로 이해할 수 있다. 대신 원어 꼼꼼히 함께 적어 주었으니, 궁금하면 공부하기!) 이들과 대화가 통화는 인터뷰어의 수준도 장난 아니고, 인터뷰이의 비유를 맞추는 인터뷰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게 하는 인터뷰어가 아니라 대립도 하고, 밀고 당기고 농담도 하는 (세계적인 대가들과!) 그런 내공의 인터뷰어라서 질문들을 보는 것도 재미났다. (이건 나중에 기회되면 다시 페이퍼)
사진도 많은데, 종이질도 맘에 들고 안에 인테리어도 굿이다. (그러니깐 제목만 빼고;;) 다 좋아.
이 책처럼 사진 많은데 종이가 유광인건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