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전쟁, 완전 흥미진진

 

나도 카리스마 리뷰어가 될 수 있을까?  

요즘 재미나게 읽고 있는 사사키 도시나오의 <전자책의 충격>중 05. 책의 미래 챕터에
새로운 패키지로 태어나야하는 '책'에 소셜미디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 책은 상당히 유익하면서도 흥미진진하며, 때로 빵빵 터지게 웃기는데,
어떤 한 부분만 집어서 이야기하기에 아까울 정도로 이야기의 응집력이 강하긴 하다만,
그렇다고, 책을 다 배껴낼 수는 없으니, 리뷰 쓰기 전에 요렇게 뛰엄뛰엄이나마 이야기해 본다.  

와타나베 지카와라는 유명 블로거. 블로그 이름은 '내가 모르는 대단한 책을 당신은 분명히 읽고 있다' 라고 한다.  

이야기의 중요성에 비해 지엽적인 이야기라 책에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새벽에 킥킥거리고 웃었던만큼 옮겨보고 싶다.  

" 가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온다. 흔들리고 있는 것은 전철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다. 크게 취한 것만 같다. 너무 커다란감정에 뒤덮여서 일어설 수도 없다. 이것은 올해 No.1으로 대단한 책이다.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이 리뷰의 부분은 익히 알고들 있을 책인 할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이다.
이 정도면 뽐뿌성 몇%라고 할 수 있을까? 뽐뿌성 퍼센테이지는 가늠할 수 없는 아스트랄한 리뷰이나 (오해를 막기 위해 말해두면, 이 리뷰의 나머지도 다 이런 식인 건 아니다.) 재미나고, '좋다'는 입소문 일색인 이 책이 드디어, 마침내 궁금해져서 사고 싶어졌다.    

 

 

 

 

그러니깐 이것은 나의 취향중 하나  

저자는 이들 영향력 있는 블로거를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라고 하고 있는데, 연예인과 같은 셀러브러티들이나 지식인들이 '인플루언서'로 대중들에게 넓고 얕게 영향을 끼친다면, 이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은  '작은 커뮤너티 안에서 정보 발신의 축이 되는 블로거나 마니아' 라고 말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음식'으로 시작된다.유명한 레스토랑 가이드인 '미슐랭'과 일본 현지의 음식관련 소셜 미디어인 '다베로그'에서 도쿄의 레스토랑에 점수를 매겼는데, 그 차이가 꽤 컸다. 다베로그의 운영 담당자가 말하길

'다베로그에서는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그래서 내 맘에 드는 리뷰어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는 그 사람의 평각가 미슐랭 가이드보다 더 유익할 수 있습니다.'

미슐랭 조사원은 전문가지만, 그도 한 사람의 인간. 그의 미각이 '독자'와 맞지 않는다면, 미슐랭 평가는 '나'에게는 옳지 않으며, 다베로그에서 '나'와 비슷한 미각의 리뷰어를 찾았다면, 그 혹은 그녀의 평가를 보고 음식점을 찾아가는 것은 결코 '헛일'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  

그리고, 이것을 그대로 책에 적용시킨다.  

뒤로 가면, 이것에 대한 분석을 '맥락성'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 또한 흥미롭다.  

나의 평소 생각은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와는 거리가 멀다. '나쁜 책은 졸라 많다.' 막 시간도 아깝고, 돈도 아까운 책들을 늘 보고 있다. 고르고 골라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책을 한 입만 베어 먹어 보고 그 맛을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리뷰와 소개와 저자와 출판사 등의 기존의 패키지를 보고 '짐작해서' 구매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내가 설령 '진짜 시간 아깝고, 돈도 아까운 책이다. 작가는 글을 발로 썼나, 이렇게 허접한 책은 근래 본 적도 없고, 앞으로 향후 십년간은 보기도 힘들듯, 사기 당한 기분이다' 등등등의 혹평을 한다고 해서  

그 책이 나쁜 책인 것은 아니다. 그 책은 '나에게는 나쁜 책이다.'
그러므로, 내가 나쁜 책이라고 생각하는 책들이 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별로였다면, 그리고, 내가 좋아 미치고 팔짝 뛰겠다고 하는 책이 역시 좋았다면, 내가 블로그에 글을 씀으로써 전달하는 '맥락'이 그 독자들과 맞는 것이고, 그건 책 한 두권으로 이야기할 수 없고, 역시 꽤 오랫동안(천일이 두 번도 더 지나도록) 나의 취향과 호오의 맥락을 발신하고 있었으니, 그것과 맞으면 맞는거고, 아니면 아닌거고.  그러니깐, '왜 당신은 나와 취향이 다릅니까?' 라고 나한테 불평해봐야 소용없음. 아니, 이것은 혹시.. 그간 혹평 리뷰에 대한 폭풍 까임에 대한 귀신같은 자기쉴드 끼워 넣기? ^^;  

이 책에는 음악 이야기 역시 많이 나온다고, 이 전 페이퍼에서도 이야기했다.
그 중, 사운드와 씬scene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독립 레이블을 직접 만들었고, 음악 평론가로도 유명한 하라 마사아키가 음악 공간 전체를 '사운드sound'라고 불렀는데  

'우리는 곡 하나하나를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사운드라는 거대한 혼돈으로서의 음악 세계와 접속된다' 는 주장  

더욱 커다란 사운드에 접속하는 '새로운 맥락'  

그리고, 저자는 이것을 책에 적용시킬 때는 기존의 패키지를 해체하고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리패키징'으로 이야기한다. 
리패키징과 더욱 커다란 사운드의 공통점은 '마이크로 컨텐츠' 이다.

지금 이 순간, 나도, 당신도 공급하고, 동시에 소비하고 있는 이와 같은 글들.
 


댓글(5) 먼댓글(1)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정통 문학, 라이트 노블, 휴대폰 소설 분류하기
    from 커피와 책과 고양이 2010-08-09 07:38 
    얼마전 미치오 슈스케의 <술래의 발소리> 40자평을 올리면서 '에도가와 란포의 휴대폰 소설 버전에 정신분석학을 가미한 듯한 단편집' 이라는 평을 남긴 적 있다.   '휴대폰 소설'이라는 것은 일본에서 유행하였고, 사실, 휴대폰 소설이라는 것을 지나가면서 봤을 지언정 제대로 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만, 기본적으로 장난 같은 말로 이루어진 가벼운 글들. 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사키
 
 
루체오페르 2010-08-08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이 나쁜 책인 것은 아니다. 그 책은 '나에게는 나쁜 책이다
지금 이 순간, 나도, 당신도 공급하고, 동시에 소비하고 있는 이와 같은 글들

마음에 드는 글, 문구 입니다.^^

하이드 2010-08-0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디게 재밌습니다.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책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 좋아요.

HAE 2010-08-0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는 이미 카리스마 리뷰어 이심. 페이퍼 올라오는 족족 저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쓸어담고 있다니까요. ;; 남이 보는 책, 특히 하이드님이 보는 책은 왜 이렇게도 재미있고 유익해보이는 걸까요?

어렸을 적 엄마가 먹는 밥이 더 맛있어보여서 한동안 밥먹을 때마다 엄마한테 밥을 바꿔달라고 하던, 그 버릇이 이렇게 남은 걸까요...^^;;

하이드 2010-08-09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우셔라 ^^ 책지름은 ... 좋은 것이에요. 아마도!

엄마한테 밥 바꿔 달라고 하셨다는 이야기 들으니깐, 꼭 내가 젓가락 가져다 된 반찬 집었던 동생녀석이 생각나네요.

pjy 2010-08-09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게 나쁜 책은 졸라 많다~너무 공감됩니다 ㅋㅋㅋ 취향은 다 제각각인거니까요^^
이래서 정보와 지식이 널려있어도 선택의 묘미가 있는거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