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의 집 불구경이 재미있다고, 아마존과 애플과 출판사의 전자책ebook을 둘러싼 싸움이 흥미롭다. 
아니, 근데, 책값이 밥값보다 많이 나오는 내가 흥미로워만하고 있어도 되는건가? 무튼.  

몇달 전, 아마존과 출판사간의 전자책 가격에 관한 싸움은 일단 출판사의 승이다. 
고객들에게 이야기했던대로 전자책의 가격또한 후려치려고 했던 (사실, 그건 당연해 보인다.) 아마존은
몇몇 출판사의 책에 '구매' 버튼을 없애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가격을 조정하려 했으나,
결국에는 출판사가 주장하는 종이책과 비슷한 가격이 전자책에도 책정되게 되었다.  

아마존은 게임에도 지고, 온라인 서점중 가장 크고, 전자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신의 입장을 남용했다며 욕까지 먹게 되고...  

그래도 여기까진 소비자들은 아마존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전자책의 가격이 왜 종이책과 비슷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 여기 하나 추가요.  

아마존과 애플의 싸움에서, 아마존은 또 한번 출판사를 '구매' 버튼을 없애버리겠다며 위협했다.고 며칠전 뉴욕타임즈에 기사가 났다.  어이, 이렇게 빨리 또 써먹기엔 너무 강수인거 아님?  애플의 아이북 4월출시를 앞두고, 랜덤하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거대 출판사들과 이미 계약을 맺은 애플. 14불 정도의 가격으로 판다고 하고, 그것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팔지 못하도록 계약. 아마존에서 원하는건 울며 겨자먹기로 그렇게 하되, 3년간 가장 저렴한 가격 보장. 출판사에서는 급변하는 전자책 시장에 3년간 묶이는건 좀 곤란. 뭐 이러고들 있다.   

전자책 판매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아마존에서 전자책 판매는 현재 종이책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 성장세가 놀랍다. 킨들이 대박을 치면서, '종이책의 종말'을 논하는 것은 나는 믿지 않지만 (믿고 싶지 않지만!) 영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닐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럴리는 없는 블라블라블라  

무튼, 이렇게 '전자책'을 둘러싼 파이 나눠먹기에 출판사와 아마존과 애플이 눈에 불켜고 있다.

아이팟, 아이튠이 CD시장을 망하게 하는데 일조한 것 처럼, 전자책이 종이책 시장을 크게 잠식할 수 있을까? 사실 전문가들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책'이 가진 특성. 돌책,가죽책 뭐 이런거는 제하고, 프린트된 책(최초의 프린트된 책인 구텐베르크 성경)만 치더라도 500년도 넘게 인류와 함께 해오지 않았나.  

마쓰오카 세이고는  <다독술>에서 책의 '펼침 페이지'에 주목하였다. 거의 대부분 '펼침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 책의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단순한 구조가 천 년 이상 계속되어 왔고, 이 펼침 페이지가 백 권, 천 권, 수만 권으로 향하는 '창문'이 되며, 이것을 PC나 휴대전화가 흉내낸다는 것은 도저히 무리' 라고. 짧고 성의없는 인용이다만, 저자의 편집공학에 기반한 '책'에 대한 세계관을 이해한다면, 공감가는 이야기이다.  

내가 사는 동안 종이책의 종말을 볼 것 같지는 않다. 행여 그렇더라도, 죽을때까지 읽어도 다 못읽을만치 쟁여놓은 책이라도 행복하게 볼 수 있을테니, 걱정은 없다고, 일단은 생각하지만..

이와 같은 전자책과 종이책의 논쟁 속에서 Yale Alumni Magazine에 종이책의 (설마)종말이 논의되는 와중에 필연적으로 미리 사장된, 혹은 사장되고 있는 '장서표의 심리학' 에 대한 칼럼이 실렸다.

“This book belongs to me.” For over five centuries, that has been the message conveyed by every bookplate, whether printed and hand-tinted for Hildebrand Brandenburg in 1480 or mass-produced for Barnes & Noble or Amazon. (Yes, they sell bookplates.) Think of a bookplate as a wedding ring binding the reader to the book, and vice versa. The symbolism isn’t so far apart: ownership, possession, desire. - Psychology of the bookplate-  

 나는 장서표를 가져 본 적 없지만, 열권 읽으면 9.9권은 정리하고, '499권의 알짜배기 하렘'을 만드는 것이 나의 궁극의 목표인지라, 정리하는 책 말고, 간직할 책을 위한 장서표에 대한 욕심이 살며시 고개를 쳐든다. ...위에 '장서표는 독서가와 책간의 결혼반지'라는 비유가 있길래 무리한 하렘비유  ^^:;;  

아래 아름다운 장서표의 이미지들을 본다면, 아마 욕심나지 않을 수 없을껄?
후다닥 읽고 마는 책에는 황송해서 장서표 찍지도 못하겠다.

Ex libris~ (~의 도서관의 책) this belongs to me  

위의 Yale Alumni Magazine의 장서표 콜렉션 이미지들
각 장서표에 대한 설명은 'This is my book' 에서 볼 수 있음  

 

This man forgot to return my book
ㅎㅎ 이 남자는 내 책을 돌려주는 걸 잊었;;  

 

드 골 장군의 장서표. 프랑스 상징 심볼이 나찌를 찍고 있고, 승리의 V 



이런 장서표 ....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싶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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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초면 책 한권 스캐닝 완료
    from 커피와 책과 고양이 2010-03-23 06:51 
    요즘, 전자책에 대한 글이 눈에 들어오는데, 어제 또 서핑하다 가디언 블로그에서 이북에 대한 글 발견. 무슨 글이었는지는 생각 안 나는데 -_-;; 그 아래 댓글에 격렬한(?) 토의가 벌어지는 와중에 몇가지 인상깊었던 단편들만 남았다. * 이북 값이 그렇게 비싸다니 미쳤뜸? * 현재 발행되는 이북의 10% 정도는 이미 해적판임. 아, 생각났다. 글은 전자책 불법 다운로드에 관한 이야기였다. * 그리고 이거. 어디어디 가면 신간이고 뭐고 파
 
 
moonnight 2010-03-22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쁘다. 정말 욕심나네요. ^^ 제 책 빌려간단 말도 안 하고 빌려가서는 1년 넘었는데도 돌려주지 않고 있는 직장 동료에게 교수형 장서표를 보여주고 싶어요. -_-+

blanca 2010-03-2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책의 종말 얘기는 사실이 되든 아니든 괜히 가슴이 아파요. 한창 리브로에서 전자책 몇 권 다운받아 읽긴 했었는데 저는 영 속도도 안나고 (사무실에서 딴짓하기는 좋았지만요 ㅋㅋ) 저 칼럼 얘기처럼 내 책이라는 느낌이 안오더라구요. 예쁜 책 사서 안고 쓰다듬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하이드 2010-03-2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서표 만들고 싶어요~~ ^^


마녀고양이 2010-03-2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이라... ㅠㅠ. 정이 안 간답니다. 효율적이라는건 인정하면서도, 사람 사는데 모든게 효율적으로만 흐르면 우리는 언제 흙 냄새, 종이 냄새, 먼지 냄새를 맡을까 싶은게. 전자책 시대가 일찍 올까봐 두려워요(저 죽기 전에..).

요즘 동네에 대여점이 없잖아요.. 홀랑 다 망해서. 그래서 옛날 영화나 만화 빌려볼 곳도 없고. 운치도 없고. 딱 그런 느낌이네요... 아아... 싫다~

하루 2010-03-2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장서책. 정말 하나쯤 장만해야 하는 아이템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