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보니 '지른다' 라는 말이 참 없어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지르다' 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저지르다' 에서 '저'가 생략된걸까?
사전을 찾아보니 '도박 등에서 돈·물건 등을 걸다.' 라는 뜻이 있다. 예로 '판에 돈을 지르다'
음.. 이건 아닌것 같군, 아무래도 저지르다에서 나온 말인듯하다. 아닌가?
사실 '질러버려' '지름신' '지르다' 등등 '지름'에 관한 말은 무언가 '참지 말고' '확그냥' 이런 뉘앙스가 있는데,
너무 흔해져버려서, 그 의미가 퇴색된 경우가 아닌가 싶다. 나처럼 문득 버릇처럼 쓰고 보니 없어보인다.는 느낌을 가지게 될 수도 있고.
그걸 다시 '저지르다' 로 바꾸면 어떨까. '저질러버려' , '저지름신이 왔다' 음.. 그러니깐, 지름이 '저지름'에서 왔다는 나의 추측은 추측일뿐이다.
무튼, 12월에 미친듯이 질렀지만, 올해가 나의 마지막해인것처럼, 내년부터는 책을 못 살것처럼 후회없이 '지르다' 보니
책이 미친듯이 산을 쌓고있고(산은 조금씩 작아져야 하는데, 책산은 무럭무럭 자라기만 한다. ㅜㅠ )
오늘 도착할 책들을 생각하면, 책자리를 좀 마련해두어야 한다. 아니면, 책 이고 먹고 잘판.
이 부담은 물론 오늘 도착할 셜록홈즈 전집 덕분이다.
그리고 당일배송을 눈여겨보다 드디어 풀린 밤산책을 사야할 때, 예약판매이던 로마 서브 로사를 사야 할 때,
올해 안에 사고팠던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사랑의 역사를 사야 할 때, 엊그제 페이퍼에서 봤던 윌리엄 진서의 책을 사야할 때..
이 죽일놈의 바로드림, 교보에서는 원서를 30년만에 대폭할인한다!고 한다.
새로 나온 벨자 (눼, 아직 못 질렀습니다;;) 를 9천원대에 살 수 있고, 카버(이것도 아직;) 16천원대에 살 수 있다. (2만3천원대부터 봤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 고양이 문화사도 바로드림 할 수 있고, 어제 도착한 올리비에 토드의 카뮈1권에 이은 카뮈 2권도 바로드림할 수 있다. 카프카의 편지도 사고픈데, 예산초초과다. 카프카의 편지, 알라딘과 교보의 장바구니 들락거리니라 요즘 좀 바빴는데, 마지막 순간에 밀렸다.
사고 싶다고 다 살 수 있나, 게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한 욕망의 크기는 보통사람의 그것에 비해 비대하고, 집착의 정도는 집요함의 극치다.
먹는 것과 책에 대한 나의 욕망과 집착의 크기는 나의 다른 욕구들을 줄여서 지대로 불균형한 욕망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예를 들면, 집구석, 특히 내 방 추워 죽겠다. ㅠㅠ 손 발이 가끔 무지하게 시려워서 뚝 뿌러지는거 아닌가 싶고, 가끔 동상의 전조인 가려움도 동반한다. 내가 물론 추운걸 좋아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발난로도 사고 싶고 (아.. 발난로, 진짜 따뜻할 것 같은데) 손난로도 사고 싶고 (자판 칠 때는 그나마 난데, 마우스질 할때는 손이 시립다 못해 쑤신다.) 진짜 추운날, 강기사가 이런날 보일러 안 틀고 언제 틀게. 라고 하면, 옷 껴 입으면 되지, 보일러는 왠 보일러. 라며, 할매같은 소리나 하고 앉았고, 이불 한 겹으로는 추워서 안되겠다. 담요를 두르고 이불을 덮는 지지리 궁상을 연출하면서 책값에 비하면 얼마 되지도 않을 내 몸의 따뜻할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 내가 하도 춥다고 지롤하니깐, 동생마저 장판이라도 가져다 깔으라며 지답지 않은 소리를 했다. 이 시점에서 나는 책 살때의 적극성과 반대의 무한수동성을 발휘하여, 책 살 때의 치타같은 빠름과 호랑이같은 용맹함과는 반대로 저어 호주의 코알라같은, 혹은 나무늘보라고 하는 이름부터가 아주 그냥 늘어질 것 같은 수동성으로 으으으으응(느리게 돌리기) 라고 대답하고, 춥다고 투덜거리며 겨울을 보낸다. 그리고 또 무시하는건 '정돈된 집구석'? 하하
교보 바로드림의 매력은 토요일도, 일요일도 지를 수 있다는거지. 일단 오늘은 알라딘 밤산책을 포함한 등등등을 질러볼까나.
집구석이 이렇게 추운데, 바깥은 또 얼마나 추울까. 교보까지 걸어가려면 단단히 무장하고 가야한다.
날이 추워지니 고양이의 털이 엄청 풍성해지고 부드럽고 윤기가 좔좔 흐른다. 우와-
장바구니의 책들







마지막 순간에 빠진 책들

오늘 도착할 책들




아, 어제 머그컵 도착했는데, 하트컵이 또 와부렸다.
머그컵 기준이 6만원에서 5만원으로 다시 내려갔다. 그러게 6만원은 무리수였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