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표지 디자이너 ① John Gray of Gray 318 에 이어 랜덤 하우스의 Peter Mendelsund 를 두번째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랜덤 하우스의 쟁쟁한, 북디자이너계의 파르테논 신전과도 같은 그곳에서 하필 Peter Mendelsund를 먼저 소개하는 것은 피터를 거느리고 있는 신전의 신들이(아래에 이름이 나오는 칩 키드의 경우 오바마, 푸틴과 함께, 타임의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히기도 했다.) 얼마나 대단한가를 먼저 살짝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Peter Mendelsund의 표지 중 우리 눈에 익은 표지를 들자면 스콧 스미스의 공포소설 <폐허>를 들 수 있다.



번역본 표지 디자인이 원서만큼이나 잘 빠졌다. 이 소설은 멕시코의 유적지 폐허를 찾아가는 미국 여행객들의 이야기로
빨간 꽃은 식인 식물, 나무줄기들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서 움직이며, 여행객들을 잡아먹;; 뭐, 그런 류의 이야기이다.
강렬한  검정 바탕에 빨간 꽃이 치명적 아름다움을 암시한다.

사진이 꼭 비고 모텐슨처럼 나왔는데, 사실은 좀 nerd과에 가까운 모습이지 않나; 하는 생각. 뒤에 나오는 사진을 보고 판단하심. 이 사진은 그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진이다. 

그가 북디자이너가 된 이력은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 안에서 일하는 유명한 북디자이너가 되었을까 싶을 정도인데, 그 의외성이 그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린시절, 그의 집안에는 예술적 기질이 넘쳐 흘렀다고 한다. 아버지는 건축가였다가 조각가가 되었고, 여동생은 화가였으며, 어머니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일했다. 가족 중에 유일하게 예술가기질도, 센스도 결핌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는 피아노를 가르쳤고, 콜롬비아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철학과 문학 시간 외의 대부분의 시간을 피아노를 치면서 보냈다. 졸업하고 나서도 그는 디자인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피아노를 가르치고, 치면서 근근히 입에 풀칠이나 하다가, 첫 딸이 생기자 돈벌이를 위해 CD 라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어 (라고 하지만, 인연이 아니라 운명, 내지는 천운?) 어느날 정신차리고 보니 존 갈의 방문 앞에 있더라는... 그렇게 그는 랜덤 하우스의 올스타 라인업에(존 갈, 케롤 디바인 칼슨, 칩 키드) 조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빈티지 북스에서 일하다가, 8개월후 크노프Knopf 하드커버 라인에서 일하게 되었고, 랜덤 하우스의 기라성 같은 선배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그들이 당신을 고용한 이유는...?

PM: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제가 간 날 랜덤 하우스 물에 약이라도 탔나봐요. 그들은 제가 괜찮은 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들이 작업하고 있는 책들을 읽었거나 최소한 익숙하게 알고 있었지요. 여기서는 두가지 특성이 필요하다고 해요. 공간과 색에 대한 탁월한 센스, 그리고 문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 이런 것들이 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입니다.  그들은 디자인 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것을 가르쳤어요. (어떻게 볼 것인가), 나는 두번째(문학)을 어떻게 커버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지요. 그래서 나는 디자인 수업에서 지속적으로 말합니다. 디자인과 관련되지 않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요.

아무튼, 그런 이유로 그들이 나를 뽑았어요. 플러스, 물에 탄 약이랑요. 아마 칩과 캐롤, 존만이 확실한 이유를 알겠지요.

*인터뷰 참조  

그가 디자인한 마오쩌둥에 관한 책 'Mao'의 디자인을 보자.



일단 우리가 아는 그 티피컬한 마오의 사진이 아니라는 것이 반갑다. 빨강의 강렬한 배경색은 초록과 노랑의 동양적 격자 무늬 틀 안에 들어 있다. 이 강렬한 표지로 그는 북디자인계에서 처음 눈길을 끌었을지도 모르겠다.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우리의 마오쩌둥 디자인들을 모아 보았다. (진짜 안 내켰다.)

 

'Mao'외에 인물을 주제로 한 피터의 다른 커버 디자인들을 보도록 하자.



왼쪽부터 카프카, 르 꼬르뷔지에, 쇼스타코비치와 스탈린이다.
이 중에서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인 'K'는 정말 멋지다. 제목이 'K'이고, 그것이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쨌든 'K'라는 글자만으로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깔끔하고, 우아하고, 기발하다. 
르 꼬르뷔지에도 일단은 르 꼬르뷔지에와 어울리는 구성이다.

워낙에 북디자이너가 표지 디자인을 할 때 그 책을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 최소한 내용을 알고 그 책의 디자인을 하여야
할텐데, 피터는 그 점에서 특히 강점을 지녔다. 대학때 전공한 철학과, 책을 좋아하는 문학소양은 북디자이너로서 그의 큰 강점이다. 그런 이유로 그가 고전 작품들의 표지 디자인을 맡아 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그이기에 특별한 점도 있다.  

 

그의 '전쟁과 평화' 북커버이다. 최고다! 정말 구매욕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표지이지 않은가.

"'전쟁과 평화'의 경우, 나는 Pevear 와 Volokhonsky의 번역을 오래도록 기다려왔다. 그들이 번역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었을 때 내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었다.톨스토이에 대해서도 같은 느낌이었다. 바이킹 출판사에서 안나카레리나를 그들의 번역으로 출판했을때, 나는 리차드 피버와 통화를 하기도 했고, '전쟁과 평화'가 나온다고 했을때 나서서 뛰어들었다. "

고전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깊은 북디자이너는 그렇지 않은 북디자이너에 비해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의 심플한 표지들을 모아보았다. 



이 중에서 'lonliness'와 'FROST', 'PEACE'를 좋아한다.
론니니스(외로움)의 알파벳 'i'위의 점이 얼마나 외롭게 홀로 떨어져 있는지 보이는가? 아.. 외롭다.
프로스트의 저 샤한- 느낌도 맘에 든다.   

그가 영향을 많이 받은 사조는 '구성주의' 인데,  그가 추구하는 표지이기도 하다. 그는 알빈 루스티히Alvin Lustig의 표지와 같은 추상적인 표지들의 빅팬이라고 한다.  

구성주의
구성파라고도 한다. 일체의 재현() 묘사적() 요소를 거부하고, 순수 형태의 구성()을 취지로 하며, 따라서 회화나 조각의 영역에서는 기하학적 추상()의 방향을 취한다. 금속이나 유리, 그 밖의 근대 공업적 신재료를 과감히 받아들여 자유롭게 쓰지만, 자기표출()로서의 예술이기보다, 공간구성 또는 환경형성을 지향했다. 필연적으로 기능성이 중시되고, 기계주의적 내지는 역학적()인 표현이 강조되었다. 재래의 회화나 조각의 개념을 풀어 헤치고, 새로운 공업시대에 적응하는 조형의 방법을 찾으려는 자세가 뚜렷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백치>의 표지가 눈에 띄고, 발터 벤야민의 표지도 눈에 띈다.
카프카의 구성주의적인 표지 또한 멋들어진다.  

당신의 표지중 많은 부분이 기하학적 요소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의식적인 선택인가요?
PM : 도스토예프스키 커버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그렇게 했다. 그리고, Walter Abish's memoir 'Double Vision'을 만들때도 물론 의식적인 결정이었다. 나는 보통 북쟈켓에 사진보다는 일러스트를 사용하기를 좋아하고, 더 추상적일수록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 접근이 독자들에게 더 많은 상상의 여지를 남겨 둔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백그라운드 없이, 빠른 시간 내에 스타가 되어, 많은 작업을 마친 Peter Mendelsund. 지금까지 보여준 것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지니고 있는만큼,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디자이너 중 하나이다. 


 

   

 

 

그외의 피터의 디자인들



 * 잘 봤으면 추천해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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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2-0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의 표지는 정말 강렬하군요. 구성주의라... 정말 실감납니다.

하이드 2009-02-09 20:02   좋아요 0 | URL
페이퍼 정리하면서 구성주의가 뭔지 몰라 찾아봤어요.

"러시아 혁명을 전후하여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일어나, 서유럽으로 발전해 나간 전위적(前衛的)인 추상예술 운동"

라고 나오는데, '러시아 혁명'은 뭐지? 하고 있으니, 저의 무지는 끝도 없습니다;; 기회 될때 더 찾아보고 싶어요. ^^

위에 언급된 알빈 루스티히에 대해서도 준비중입니다. 알빈 루스티히의 표지들과 2-30년대 체코의 구성주의 표지들을 모아서요. 글 쓰면서는 구성주의 표지들 긴가민가 했는데, 다시 보니 강렬하고, 더 관심이 가네요. (막, 자기가 쓰고, 읽고, 관심 간다는 이 북장구치기는 뭔가요? ^^;)

무해한모리군 2009-02-0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자와 그림이 잘 어울려있네요. 멋지다..

starla 2009-02-09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

비연 2009-02-09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챦네요. 심플한 디자인들에 많이 끌린다는...^^
그나저나 우리나라 마오쩌뚱 표지들은 안습입니다..;;;

2009-02-09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9-02-09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사실, 마오쩌둥 표지만 그런게 아니겠지요. 휴우-
starla님, 재미있게 봐주셔서 다행입니다. ^^ 이제 2번이지만, 앞으로 쭉쭉- 몇번까지 하는지 관심있게 지켜봐주세요.
휘모리님, 그렇죠? ^^

Kitty 2009-02-10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디자이너계의 파르테논 신전 <- 완전 동감 ㅋㅋㅋ 기가 막힌 비유십니다 ㅋㅋ
그야말로 명품 페이퍼네요.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추천 하나만 누르기 미안한 1인;;;;
발터 벤야민 책 표지는 정말 멋지다 생각했는데 이 사람이 디자인한 것이로군요!!

하이드 2009-02-1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 북디자이너를 찾으려면 랜덤하고 펭귄만 훑어도 된다는;; ㅎㅎ
추천 감사합니다. ^^ 표지 페이퍼에는 유난히 추천을 밝히고 있는 하이드입니다요;

발터벤야민도 그렇고, 도스토예프스키도 볼수록 맘에 드네요.

jjinssong 2009-02-1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ter Mendelsund. 멋진 북 표지들을 디자인한 일러스트레이터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었어요^^!!

하이드 2009-02-1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앞으로도 쟁쟁한 북디자이너들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때도 관심있게 봐주세요~

하루(春) 2009-02-11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늦었지만, 제가 갖고 있는 'Extremely loud &..'도 gray318이 디자인한 걸로 책 뒷표지에 나와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