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미술 독서리스트를 소화하는 막간에(근데, 어째, 막간에 읽는 책들이 더 많냐;;) 닐 게이먼의 <스타더스트>를 집었다. 동화같은 이 책을 허겁지겁 사게 된 것은 어느 리뷰에 인용된 '사랑스럽지만 냉담한 고양이, 고상하지만 겁이 많은 개' 라는 문구를 보았기 때문이다. 참말로 귀여운 이 문구들에 냉큼 주문했고, 지루하기 짝이 없던 장석주의 <강철같은 책들>을 다 읽은 기념으로 '별똥별'을 집었다.
트리스트란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10월은 멀어져갔다. 그는 자신이 지금 여름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만 같았다.숲속에 난 오솔길은 길 한쪽으로 산울타리가 높게 쳐져 있었다. 그는 그 길을따라 걸었다. 그의 머리 위에서는 별이 반짝였고 보름달은 잘 익은 옥수수처럼 황금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산울타리 속에는 찔레꽃이 달빛을 받아 하얗게 피어났다.
반짝거리다 못해 황송스럽게 책장 사이에 펼쳐지는 자연의 노래라니... 이야기의 스케일은 <반지의 제왕> 못지 않은데, 전개는 동화책 같다. 근데, 수위는 나름 성인용이다. 마구 헷갈리며 닐 게이먼의 별빛세상에 퐁당 빠져본다.
"이보게."
그때 누군가가 그의 귀에다 대고 작고 털이 묻은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꿈을 좀 조용히 꿀 수 없겠나? 자네의 꿈이 내 꿈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어. 나는 연대를 외우라면 골이 지끈지끈해지는 사람이야. 정복왕 윌리엄 1066년, 나는 그것까지는 외울 수 있어. 하지만 나는 왕 같은 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거든."
"음?" 트리스트란은 잠에서 깨어나며 어리둥절해했다.
"미안하지만 꿈 좀 조용히 꾸라고 했네." 어떤 사람이 트리스트란에게 주의를 주었다.
"미안합니다,"
귀엽다. 귀여워. 이래서 영화를 안보고 책을 읽는다.

http://www.nytimes.com/2007/08/16/science/space/16star.html?_r=1&oref=s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