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까칠한 기분인건 아닌데, 언젠가는 한 번 정리해보아야지 했던 테마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글이다. 나는 좋고 싫고가 쓸데없이 분명한 인간인지라, 좋아하는 것엔 열광, 싫어하는 것엔 저주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 대상이 추리소설이 되다보면, 별 다섯개에 더 못 줘서 안달하거나, 별 두개를 더 못 깎아내려서 혼자 씩씩거리거나이다.( 별 한개는 정말 환경오염성 책에만 주기 위해 아껴 놓는다)

내가 싫어하는 추리소설이 딱히 쓰레기인 것은 아닌데,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따라간다.
무순으로 생각나는데로 몇가지 꼽아보자면,

우타노 쇼고의<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꽤나 술술 넘어가는 책이면서, 동시에 내가 싫어하는 점을 골고루 갖췄다.
쓸데없이 지루한 설명조들.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커피 공짜로 먹는 방법을 한페이지에 걸쳐 주구장창 설명하던 것. 사회파소설을 가장한 엔터테인먼트 소설. 사회파 추리소설도 궁극적으로는 독자를 엔터테인하지만, '사회파'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작가의 고민과 공부의 여부에 있는 것이지, 단순히 관심끌기용소재로 끌어붙이는 것은 '사회파'라는 타이틀을 더럽힐 뿐이다. 그리고, 소설이나 소설가의 탓은 아니지만, 이 소설의 트릭은 일본에서나 통하지, 우리나라에서는 당췌 있지 않는 일이라, 우리가 읽기에는 전혀 얼토당토 않고, 승복할 수 없는 트릭인 것이다. '일본 문화' 에 대해 빠삭한 사람이라 그와 같은 환경을 알고 있었다면 모를까.
무엇보다도, 이 책이 '내가 싫어하는 추리소설' 의 첫타자를 장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를 속이기 위한 속임의 비열함이다. 추리소설 작가는 독자를 속인다. 당연하다. 그런 머리싸움을 위해 추리소설을 읽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것이 복선이나 단서를 넘어선 '속이기 위한 속임' 이라면,그 속임을 간파했건 못했건간에 다 읽고 나서 억울한 것이다.

 패트리샤 하이 스미스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아마, 어떤사람은 아이 유괴,폭행에 관한 이야기에 유달리 혐오감을 가질 수도 있겠고, 또 어떤 사람은 성폭력에 유달리 혐오감을 가질 수 있을 수도 있겠다.
세상에서 <플란다즈의 개>가 가장 슬픈 나는 그것이 픽션일지라도 동물학대성 이야기가 나오면 경기를 한다. 다행히 '동물학대'가 주제인 추리소설은 드물다. 불행히 내가 좋아하는 일본 추리소설들에는 잔인하게 고양이/개 죽이는 범인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오지만, 패트리샤 하이 스미스의 이 책은 정말정말 불쾌해서, 이 책이 내 책장에 꽂혀있는 것도 진심으로 토할 것 같았고, 이런 불쾌한 책을 쓴 작가에 대한 혐오도 한동안 떨쳐내지 못했다. 계속 사고싶었던 <태양은 가득히>를 이제 겨우 보관함에 집어 넣었을 정도이다(언제 살지는 모른다)

기리노 나쓰오의 책들
미스테리 소설을 좋아하고 CSI류의 범죄드라마에 열광하다보면,
싸이코 패스나 사람 몸을 엽기적으로 해체하는 여러가지 방법이나, 잔인하고 심지어 때때로 오컬트적이기까지 한 여러가지 죽음에 항시 노출되어 있고, 그것들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꽤나 면역이 되어 있어서 가끔 독창적인 잔인함을 보면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내기도 할 정도인데...
기리노 나쓰오의 이야기는 그 이야기 속의 '무언가'가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조장한다. 범인이 특별히 더 잔인하거나, 특별히 더 못나거나 평범하거나 한 것도 아닌데, 읽다보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불콰함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이다. 오죽하면, 기리노 나쓰오 책 옆에 다른 책들이 무서워할 것 같아서 한동안 다른 곳에 팽개쳐 놓았겠는가.  그런 작가에 대한 혐오에도 불구하고, <아웃>은 너무도 훌륭해서 고이 모셔놓고 있다는 거.

미키 스필레인의 책들
내가 좋아하는 하드보일드의 탐정들이 여성스럽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아니 그 반대로 남성호르몬을 팍팍 풍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선'을 넘은 탐정은 그 선 안과 밖이 열광과 혐오이다. 미키 스필레인은 물론 혐오이다. 딱히 마초 캐릭터에 분노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의 이유없는(?) 폭력과 주인공 옆에서 꺅꺅대는 여자들 캐릭터가 넘쳐날때 진정 책을 덮어버리고 싶다. 그것은 아마도 한심한 여자 캐릭터들을 심하게 싫어하고, 작품 속의 크고 작은 악당 캐릭터도 좀 좋아해주는 내 취향 탓일게다.

아마, 내 리뷰들을 다시 보면, 싫어하는 책들이 더 나오겠지만, 누가 언제 물어도 '난 이게 진짜 싫어' 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위의 책들이다. 이와 같은 조금은 이상짜한 페이퍼를 기어이 쓰게 만든 책은 지금 읽고 있는 얼 스탠리 가드너의 <비로드의 손톱>이지만, 벌써 세번째인가 읽는 페리 메이슨 책을 내가 싫어했었다는 것도 까먹고 있을 정도라면, 뭐 이 리스트에서는 빼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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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0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리노 나츠오 여사건 읽기 싫어요. 읽고나면 영 찝찝해서..

하이드 2007-08-08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웃>은 좋았던거 있죠! 강추에요. 다른건;;;

미미달 2007-08-08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웃 괜찮나요?
아임소리마마 읽고 덜덜거리며 찝찝한 마음에 다크 읽었는데
더더욱 덜덜덜덜 거렸다는.............

바람돌이 2007-08-08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칠한 하이드님... ㅎㅎ 이런 페이퍼도 재밌어요. 그래도 전 벚꽃지는 계절에는 뭐 그런대로 재밌게 읽었는데... ㅎㅎ

오차원도로시 2007-08-0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플란다스의 개..일요일 아침에 식구들 둘러앉아 볼때 저만 작은방에 가 있었더라는.."딱질색이야." 하면서...동물 데리구 눈물나게하는 만화,드라마,책 다 싫어요;;;

보석 2007-08-09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리노 나쓰오와 미키스필레인은 별로예요. 다만 저 역시 <아웃>은 좋았지요.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경우 전 그냥저냥 읽었는데 아는 사람 중 하나는 읽고 출판사의 항의전화까지 했대요.^^;;

카넬레 2014-12-2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벚꽃지는 계절... 여기저기서 하도 추천해서 읽었는데 별로였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