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옛날이야기에 흠뻑 빠진 수민이는 날마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얼마 전에는 알라딘에서 <팥죽할멈과 호랑이>(까치 호랑이 시리즈 한 권은 여러 번 읽기도 하고 찢기도 해서 나달나달한데다 구름빵의 그림작가가 새로 만든 책이라해서 덜컥 샀다.),<생강빵 아이>, 잠들기 전에 들려주던<신데렐라> 를 처음으로 주문했다. 택배아저씨도 오지 않는 산골에 살다보니 아랫마을에 도착하면 찾아와야하는터라 아빠가 퇴근 길에 가져다주시길 기다렸는데 그만 빈 손이었다. 아빠 앞에서는 내일 꼭 가져다달라고 얘기해놓고, 아래층에서 동생 젖먹이던 엄마에게 와서 온 얼굴을 찌푸리며 울음보를 터뜨렸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는데 차근차근 들어보니 주문해 놓은 책들을 지금 너무너무 읽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제 34개월 된 네 살이라 한 이야기를 듣고 줄거리나 대사를 외우려면 적어도 삼,사십번은 읽어주거나 들려주어야 하는터라 같은 이야기를 하루에 열 두번은 해주어야 한다. 요 며칠 사이에는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이야기, 시영이 언니가 선물해 준 권정생선생님 글로 씌어진 전래동화 <훨훨 날아간다>, 꼬마재봉사를 집중적으로 읽고 듣고 있는데 갑자기 <옷이 다른 소년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옷이 다른 소년 이야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냐, 네가 먼저 얘기를 해봐라 하면서 한참 둘이 실랑이를 한 끝에 드디어 그 이야기의 정체가 드러났다. 어떤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인지 알고 나서 나는 혼자 파안대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전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달라는 아이아빠에게 좋은생각 홈페이지에서 읽은 일화를 들려주었는데 아마도 옆에서 주의깊게 들었던 모양이다. 그 이야기에서는 "옷 달라요!"라는 대사가 되풀이되어 나왔기 때문에 수민이에게는 옷이 다른 소년 이야기가 되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이야기를 참고하시라, 흐흐!
좋은생각 홈페이지 베스트 오브 베스트 2006년7월11일
외국의 어느 자전거 경매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날 따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저마다 좋은 자전거를 적당한 값에 사기 위해 분주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주고객인 그 경매장 맨 앞자리에 한 소년이 앉아 있었고, 소년의 손에는 5달러짜리 지폐 한 장이 들려 있었습니다.
소년은 아침 일찍 나온 듯 초조한 얼굴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경매가 시작되었고, 소년은 볼 것도 없다는 듯 제일 먼저 손을 번쩍 들고 "5달러요!"하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곧 옆에서 누군가 "20달러!"하고 외쳤고, 그 20달러를 부른 사람에게 첫번째 자전거는 낙찰되었습니다. 두번째, 세번째,네번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5달러는 어림도 없이 15달러나 20달러, 어떤 것은 그 이상의 가격에 팔려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보다 못한 경매사는 안타까운 마음에 슬쩍 말했습니다.
"꼬마야, 자전거를 사고 싶거든 20달러나 30달러쯤 값을 부르거라." "하지만 아저씨, 제가 가진 돈이라곤 전부 이것 뿐이에요." "그 돈으론 절대로 자전거를 살 수 없단다. 가서 부모님께 돈을 더 달라고 하려무나." "안돼요, 우리아빤 실직당했고, 엄만 아파서 돈을 보태주실 수가 없어요. 하나밖에 없는 동생한테 꼭 자전거를 사가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에요." 소년은 아쉬운 듯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경매는 계속되었고 소년은 자전거를 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일 먼저 5달러를 외쳤고, 어느새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소년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그 날의 마지막 자전거, 이 자전거는 그 날 나온 상품 중 가장 좋은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경매를 고대했었습니다. " 자, 최종경매에 들어갑니다. 이 제품을 사실 분은 값을 불러 주십시오." 경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소년은 풀죽은 얼굴로 앉아 있었지만 역시 손을 들고 5달러를 외쳤습니다. 아주 힘없고 작은 목소리였습니다. 순간 경매가 모두 끝난 듯 경매장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아무도 다른 값을 부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5달러요, 더 없습니까? 다섯을 셀 동안 아무도 없으면 이 자전거는 어린 신사의 것이 됩니다." 사람들은 모두 팔짱을 낀 채 경매사와 소년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5..4..3..2..1." "와 -아!!" 마침내 소년에게 자전거가 낙찰되었다는 경매사의 말이 떨어졌고, 소년은 손에 쥔 꼬깃꼬깃한 5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경매사 앞에 내 놓았습니다. 순간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이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소년을 향해 일제히 박수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영어 발음이 신통치 못해서 이야기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다니, 나의 영어 발음이 원음에 가까워지도록 열심히 연습해야 할까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