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기도 하고 열성이 부족한 건지 사랑이 부족한 건지
수민이가 네 살이 되도록 육아일기는 커녕 작은 사진첩 하나도 만들어주지 않은 엄마라
시간이 허락되고 기억력이 허락되는대로 이 곳에 산골소녀의 발자취를 남겨두기로 했다.
수민이가 삼십 개월 쯤 되었을 때 태민이 잠 잘 자게 자장가 하나 불러 달라고 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노래가 있었으니
산골소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한 번만 부르면 오던 잠도 달아나게 만들기 충분한 곡이었다.
"따를릉 따를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딸를를를릉.."
(이 무렵 심심하면 온갖 단어에 ㄹ받침이 들어갔다. 살랑해요,요굴르트,홀랑이,글림책..
34개월인 요즘은 <수>대신 <슈>를 사용한다. 예를들면 김슈민, 슈박, 이쓔시개,슏가락 기타등등)
우는 동생 달래는 노래로 <사랑하는 우리 태민이 생일 축하합니다.>가 등장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자장가로 따르릉따르릉만 불러주는 까닭을 둔한 엄마가 한 동안 알 수가 없었다.
눈치빠른 이들은 이미 아셨겠지만
삼십개월 어휘력으로는 자장가가 너무 어려운 단어였는지
자기가 알고 있는 수준의 단어 <자전거>로 이해를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