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사은품으로 받은 유아용 실내 미끄럼틀을 제대로 탔다.

처음에는 계단 세 칸을 기어올라갔다.

다음에는 계단은 걸어올라갔지만 내려오지는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머리부터 아래로 슬라이딩~!

오랜 시간이 흐르고

며칠 전 걸어올라가서 미끄럼대에 걸터앉는다는 것이 거꾸로 앉는 바람에 앉은 채 뒤로 내려왔다.

뒤로 내려오길 몇 차례 반복하더니 어찌어찌하여 드디어 똑바로 타게 되었다.

오늘은 똑바로 타는 것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어주고 <참 잘했어요>라고 격려해 주었더니

철푸덕 내려와 앉은 자리에서 손뼉을 짝짝짝 친다.

여전히 엄마라는 말은 못하지만 알아듣는 말이 있다는 뜻이라 참 대견했다.

요즘엔 아빠가 퇴근하시면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안겨서는 위로 높이 들어달라고 보챈다.

자동차가 올라오는 소리가 나면 장난감을 내던지고 창가로 달려가 진입로를 내다보기도 한다.

침을 하도 많이 흘려서 이가 더 나려고 하는지 들여다보았더니 아랫니는 어금니까지 한 개씩 났고

지금은 위 어금니가 나려는 모양인지 잇몸에 하얗게 비치고 있었다.

누나 앞머리 자르러 간 길에 고모할머니 미용실에서 한 번 더 까까머리로 깎아주었다.

윙~하는 기계소리에 질겁을 하는지라 겨우겨우 깎았지만 무척이나 귀여워졌다.

요즘은 뚜껑과 버튼에 대한 관심이 좀 줄어들고 문 열고 닫기와 젓가락 가지고 놀기에 집중하고 있다.

어느 문이든 열어놓고 온갖 물건을 밖으로 내던진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닫혀있는 문은 열고 열려있는 문은 닫는다는 것이다.

방 안에 엄마가 있어도 자기가 방 밖에 있으면 문을 닫아버린다.

그래놓고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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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3-23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어금니까지... 미끄럼틀에 혼자도 올라가서 내려오고... 이제 우리도 애들 많이 키웠나 보다^^ 참 책은 받았나??

miony 2007-03-2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받아놓고 인사가 늦었네. 아빠께도 전해드렸어. 두 권 다 참 재미있더라. 고마워!^^
 


처음 깨뜨린 달걀과 직접 자른 딸기로 완성한 핫케잌

수민이가 달걀을 깨뜨려보고 싶다고 졸랐다.

예닐곱 살 무렵 처음으로 달걀을 깨뜨리다가 어찌할 바를 몰라

손 안에서 완전히 박살을 냈던 순간을 떠올리며 어려우니 더 커서 하라고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자꾸 졸라대니 귀찮기도 해서 쟁반에 밥 공기를 올리고 달걀 하나를 쥐어주었다.

그랬더니 톡톡 좌~악!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깔끔하게 손가락에 하나 묻히지도 않고 깨뜨리는 것이다.

무척 놀랍고도 대견했다.^^

그 성공 이후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깨뜨리고 싶어서

날마다 달걀프라이나 달걀찜, 핫케잌 따위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가끔 조그만 달걀 껍질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까지 실패는 없었다.

핫케잌 위에 장식하겠다고 해서 딸기를 두 개 주었더니 그것도 날렵하게 세로로 이등분 해놓았다.

내가 하는 것을 단 한 번 본 것 뿐인데 기특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자기가 잘라 놓고도 딸기가 두 개가 아니라 네 개(조각)있다는 사실에 당황한다는 거다.

엄마가 더 가지고 오셨죠! 이러면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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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3-20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혼자서 달걀을 깨다니 대단하다. 역시 수민이군..그런데 마지막은 좀 황당하네.ㅋㅋ 애들은 애들인겨^^

2007-03-20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설 2007-03-2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케익이 생각보다 조그많네^^ 딸기가 가운데 올라가 있으려니 했는데 밖으로 삐져 나오다니 상상과 아주 달라ㅎㅎ 암튼 수민이 솜씨 좋다!

지금여기 2007-03-29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맛있겠다~

지금여기 2007-03-2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섬인 지금도 달걀 깨트리는 것 좋아해서 미리 예약까지 합니다. 다섯살 때 자기는 커서 엄마되고 싶다고 했어요. 엄마가 되면 달걀프라이도 하고 뭣도 할 수 있어서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수민이도 집안 내력인 손재주를 벌써부터 나타내는 건 아닌지??(섬맘)

miony 2007-03-3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미니 일인용 핫케잌입니다.
수민이만 달걀깨뜨리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로군요!

hsh2886 2007-03-3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걀 깨는거 잘 못 하는데.....후아 수민이 대단하다
 

3주째가 되자 선생님께서 커리큘럼을 적은 쪽지를 보내오셨다.

월요일의 교육내용은 주말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란다.

체험학습보고서를 채워내려고 아이들을 데리고 놀토에 방황하는 엄마들을 떠올리면서

무슨 일을 해야 유치원에서 발표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잠깐이나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 뿐

동감의숙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도배를 하는데 청소도 하고 구경도 하느라 일요일은 그냥 지나갔다.

월요일이 되어 불행인지 다행인지 적어도 다섯 살 수민이를 위해

나는 더 이상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 선생님께서 주말에 뭐했느냐고 물으셨지?

- 응, 코 닦지 않으려고 엄마한테서 도망친 이야기 했어. 결국 붙잡혀서 코 닦았다고,히히...

  하은이는 부끄러워서 끝까지 다 말하지 못했어.

- 친구들은 네 이야기를 듣고 뭐래?

- 응, 웃기다고 그랬어.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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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7-03-30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수)ㅋㅋㅋ수민이 유치원 잘 다니나 보네 . 아후 어쩜 이렇게 귀엽고 재밌는지
 

월,화 이틀은 즐거워하며 집에서 놀았다.

화요일 아침에는 켁켁거리며 감기가 걸려서 유치원에 못가겠단다.

"오늘 또 감기가 걸려서 못 보내겠네요."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리란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점심 먹기 전에 데리러 간다고 약속을 하고

유치원 안 가면 구름빵이나 아이스크림도 안 사준다고 얼러서 억지로 보냈다.

언니 오빠들과 같이 소꼽놀이 하고 싶은데 자기는 끼워주지 않아서 안 가고 싶단다.

그러면서도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별 다른 말 없이 순순히 유치원에 갔다.

어느 날 밤 잠자리에서 유치원에서 사탕을 먹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번에도 어떤 이모(누군지 모르겠다.)가 껍질 까먹는 막대사탕을 주었다고 그러더니 그 얘기를 이어서 했다.

일곱명 중에 한 아이만 곰돌이 사탕을 먹었는데

곰돌이가 팔도 펴고 다리도 펴고 있는 모양이며 자기도 먹고 싶어서 너무너무 부러웠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길고도 진술이 오락가락 번복되거나 뒤섞이는 일이 많았지만 대충의 내용은 이렇다.

선생님께서 장터에서 상자에 곰돌이 사탕이 많이 들어있는 것을 사 오셔서 모두들 사탕을 하나씩 먹었다.

자기는 상자를 내리려다가 땅에 떨어진 것을 먹고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께서 꺼내주셨다.

- 엄마: 땅에 떨어진 것은 먹지 않기로 했잖아!

- 딸: 비닐에 싸여 있어서 더러워지지 않아서 괜찮아.

혹은 아이들 수 만큼 사탕이 땅에 떨어졌다.

또는 선생님께서 아이들 수 만큼 사탕을 꺼내어 나누어 주셨다.

아뭏든 자기가 먹은 것은 오렌지 파인애플 맛 곰돌이 사탕이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아

사탕을 먹으며 만족스러웠던 순간을 되새기는 모양이었다.

곰돌이 사탕이 너무 많이 들어있어서 상자는 불룩했고 툭 튀어나와 있었다.

선생님의 비밀창고에 물을 마시러 들어가는 것은 괜찮기 때문에 물을 마시며 과자상자를 구경했다.

물론 절대 손을 대지는 않고 구경만 한 것이다! (과자 상자는 비어있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는 교무실에 가셨고 자기는 아이들이 모르게 살짝(!) 물을 마시러 비밀창고에 들어갔던 것이다.

물을 마시고 나오다가 곰돌이 사탕 상자가 툭 튀어나와 있어서 그만 부딪치고 말았다.

상자에서 곰돌이 사탕 하나가 튀어나와서 바닥에 떨어졌고, 자기는 그것이 너무 우스워서 케케하면서 물을 마셨다.

상자를 다시 올려놓으려고 했지만 자꾸 부딪쳐서 떨어졌다.

결국 선생님께서 오셔서 사탕을 꺼내주시고 키가 닿지않는 높은 곳에 올려놓으셨다.

- 수민아, 사탕이 먹고 싶으면 선생님께 <사탕주세요>라고 말씀드려 봐.

  엄마가 밥 먹을 시간이거나 같은 음식을 자꾸 달라고 할 때 안 주는 것처럼 주시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러면 <다음에 주세요> 하면 되니까.

   자기 물건이 아닌데 살짝 가지고 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 (지체없이) 도둑!

옛날이야기에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단숨에 대답하니

혹시 유치원에서도 들은 단어인가? 그럴리 없고 할 필요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이 키우는데 좀 대범해야지 싶은데 벌써부터 잘 안된다.^^;;

이야기하는 동안 엄마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스스로도 마음에 부담이 되는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다 말하고나니 속이 후련했던지 너무 졸리다며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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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9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 자기가 글씨를 모른다는 사실에 의기소침해 있다.

아빠가 수민이 이거 못 읽느냐, 네가 글씨 배워서 혼자 책도 읽어야지 하면서

장난스레 하는 말에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글자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모로 생각해보는 모양이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며 뿌듯해한다.

- 엄마, 기사아저씨하고 비행기하고 똑같은 글씨가 있어요. 바로 <기>자예요!

- 해바라기하고 바가지 하고 똑같은 글씨가 있어요, 바로 <바>자예요!

이런 식이다.

수민이 글씨 잘 읽는데 아빠가 모르시는 것 같다며 아빠가 오시면 자랑이다.

하지만 이것도 자기가 생각해 낸 것에 한정된 것이지 내가 물어보는 것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어쨌든 음운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있는 중인가보다.

전에는 그림책 제목을 뭉뚱그려 대충 읽었는데 요즘은 한 글자씩 짚어가며 읽을 줄 알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제목이 아주 길면 짚어가다가 길을 잃기도 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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