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 이틀은 즐거워하며 집에서 놀았다.

화요일 아침에는 켁켁거리며 감기가 걸려서 유치원에 못가겠단다.

"오늘 또 감기가 걸려서 못 보내겠네요."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리란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점심 먹기 전에 데리러 간다고 약속을 하고

유치원 안 가면 구름빵이나 아이스크림도 안 사준다고 얼러서 억지로 보냈다.

언니 오빠들과 같이 소꼽놀이 하고 싶은데 자기는 끼워주지 않아서 안 가고 싶단다.

그러면서도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별 다른 말 없이 순순히 유치원에 갔다.

어느 날 밤 잠자리에서 유치원에서 사탕을 먹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번에도 어떤 이모(누군지 모르겠다.)가 껍질 까먹는 막대사탕을 주었다고 그러더니 그 얘기를 이어서 했다.

일곱명 중에 한 아이만 곰돌이 사탕을 먹었는데

곰돌이가 팔도 펴고 다리도 펴고 있는 모양이며 자기도 먹고 싶어서 너무너무 부러웠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길고도 진술이 오락가락 번복되거나 뒤섞이는 일이 많았지만 대충의 내용은 이렇다.

선생님께서 장터에서 상자에 곰돌이 사탕이 많이 들어있는 것을 사 오셔서 모두들 사탕을 하나씩 먹었다.

자기는 상자를 내리려다가 땅에 떨어진 것을 먹고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께서 꺼내주셨다.

- 엄마: 땅에 떨어진 것은 먹지 않기로 했잖아!

- 딸: 비닐에 싸여 있어서 더러워지지 않아서 괜찮아.

혹은 아이들 수 만큼 사탕이 땅에 떨어졌다.

또는 선생님께서 아이들 수 만큼 사탕을 꺼내어 나누어 주셨다.

아뭏든 자기가 먹은 것은 오렌지 파인애플 맛 곰돌이 사탕이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아

사탕을 먹으며 만족스러웠던 순간을 되새기는 모양이었다.

곰돌이 사탕이 너무 많이 들어있어서 상자는 불룩했고 툭 튀어나와 있었다.

선생님의 비밀창고에 물을 마시러 들어가는 것은 괜찮기 때문에 물을 마시며 과자상자를 구경했다.

물론 절대 손을 대지는 않고 구경만 한 것이다! (과자 상자는 비어있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는 교무실에 가셨고 자기는 아이들이 모르게 살짝(!) 물을 마시러 비밀창고에 들어갔던 것이다.

물을 마시고 나오다가 곰돌이 사탕 상자가 툭 튀어나와 있어서 그만 부딪치고 말았다.

상자에서 곰돌이 사탕 하나가 튀어나와서 바닥에 떨어졌고, 자기는 그것이 너무 우스워서 케케하면서 물을 마셨다.

상자를 다시 올려놓으려고 했지만 자꾸 부딪쳐서 떨어졌다.

결국 선생님께서 오셔서 사탕을 꺼내주시고 키가 닿지않는 높은 곳에 올려놓으셨다.

- 수민아, 사탕이 먹고 싶으면 선생님께 <사탕주세요>라고 말씀드려 봐.

  엄마가 밥 먹을 시간이거나 같은 음식을 자꾸 달라고 할 때 안 주는 것처럼 주시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러면 <다음에 주세요> 하면 되니까.

   자기 물건이 아닌데 살짝 가지고 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 (지체없이) 도둑!

옛날이야기에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단숨에 대답하니

혹시 유치원에서도 들은 단어인가? 그럴리 없고 할 필요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이 키우는데 좀 대범해야지 싶은데 벌써부터 잘 안된다.^^;;

이야기하는 동안 엄마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스스로도 마음에 부담이 되는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다 말하고나니 속이 후련했던지 너무 졸리다며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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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9 2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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