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산길을 가다가  헤드라이트 불빛에도 놀라는 기색없이 새끼들을 졸졸 달고 길을 건너는 멧돼지를 만난 적이 있다.

어떤 농부는 동물원에서 호랑이 배설물을 가져다가 밭 주위에 뿌리니 멧돼지가 오지 않는다는 뉴스를 들었던 기억도 난다.

아랫 마을 할아버지는 밤낮으로 무언가를 두드리셔서 멧돼지를 쫓는다.

미니는 유치원 친구 하은이 할머니가 조심해서 멧돼지를 막대기로 때려주셨다고 전한다.

바야흐로 외할아버지 밭에서 고구마가 손가락 굵기 만하게 열리기 시작하자

멧돼지가 하룻밤 사이에 포기마다 다 파헤쳐서 헤집어 놓고 갔다.

할아버지는 무척 속상해하시고 미니도 흥분했다.

" 멧돼지도 음식을 먹어야 잘 살 수 있어서 그런거야? 그래도 너무해. 내 고구만데!"

<내 고구마>를 수도 없이 되풀이 한 끝에 미니가 내놓은 해결책을 소개한다.

첫번째는 고구마를 아주아주 많이 심는 것이다. 천 개도 넘게.

그러면 멧돼지가 먹어도 수민이 고구마가 남아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할아버지가 힘드셔서 그렇게 많이 심을 수 없다고 했더니 엄마, 아빠, 미니가 모래(밭)를 파드리면

할아버지가 심으실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하자고 한다.

멧돼지들이 친구를 잔뜩 데려와서 파티를 하면 고구마를 다 먹어버릴텐데 어떡할거냐고 하니

두번째 해결책이 나왔다.

바로 높은 담을 쌓는 것이다. 나무나 벽돌로..

시아주머님도 멧돼지가 논이고 밭이고 엉망을 만들어 놓는다고 하시던데

요즘 농촌에서는 멧돼지가 참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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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9 1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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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0 06: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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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후 첫 날부터 유치원에 다녀와 미주알 고주알 하루 일을 보고도 잘 하고,

자기 소개하는 연습을 해보자며 잠깐 가르쳤더니

" 안녕하세요, 저는 김수민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또록또록하고 우렁차게 얘기도 잘 하길래 처음이지만 잘 적응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자기는 현장학습 가기 싫다길래

안내문을 보니 고학년은 하룻 밤을 자고 저학년은 당일에 집으로 돌아오는 수련회란다.

내일이 수련회 가는 날일까봐 다음 날부터 당장 유치원을 가지 않으려고 할 정도라서

지난 번에 수목원으로 현장학습 갔을 때 무슨 부정적인 경험이 있었는지 전화를 드렸더니

수민이가 낯을 가린다는 말씀을 이제야 하신다.

입학원서에 장점으로 <인사를 잘 합니다.>라고 써보냈는데

선생님들께서 먼저 인사를 건네도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낯을 가려서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수민이가 말을 잘 하는지 모르는 선생님이 계신다고 한다.

게다가 유치원 급식시간이 끝나도록 점심을 다 먹지 못한 날에는

고학년들이 점심을 먹으러 급식소에 몰려들어오면

자기 식판도 치우지 못하고 선생님 옷자락에 매달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수련회는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조를 짜서 모둠활동을 할 예정이라

그 날 낮에 조별모임을 하라고 보냈더니 도중에 울면서 유치원 교실로 돌아왔다고 한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유치원에서 좀 울었다고 하더니

다른 학년 언니,오빠들이 낯설고 무서웠단다.

수요일이 수련회였는데 화요일부터 결석하기 시작하여 목요일에도 수련회가 끝나지 않았을까봐 결석하고 점점 결석이 늘어서 요즘은 아예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 유치원에 간다.

그것도 자기가 간식당번이어서 간식도우미 하는 날 간식 가지고 가는 재미로

또는 선생님이 뭔가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시는 요리시간이 있는 날 선심쓰듯 한 번 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제 유치원 그만 다닌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린다고 하면 그러지 말란다.

1학년이 되려면 유치원에 다녀야하기 때문이라나?

동갑이라도 덩치나 생각이나 한글이나 수나 영어나 모든 것이 우위에 있는 하은이는

언니,오빠들과 블럭놀이를 하면서 미니는 끼워주지 않는단다.

" 끼우는 블럭은 끼워주는데 쌓는 블럭을 안 끼워 줘!"

(레고를 최근에 하나 사줬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까 나무쌓기 블럭도 사주고 싶어진다.ㅜ.ㅜ)

" 나는 영어를 못하니까 에이.비,씨,디를 좀 배워야 되. 엄마가 좀 가르쳐 줘."

이러면서 영어 테잎을 틀어놓고 종이접기 한 다음, 정말 알파벳 네 글자를 읽고 써보기도 했다.

한글도 따라쓰기에 열심이어서 전보다 몇 글자 더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주로 유치원 친구들 이름에 들어가는 글자들이다. <민>자는 받침이 있어서 그런지 어려워하고 자기 이름보다 김유수라는 친구이름을 더 즐겨쓴다.^^)

어리고 또 모르는 스트레스에다

집에서처럼 야무지게 굴지도 못해서 아마도 시키는대로 해야하는 스트레스가 있는 모양인데

아직 다섯 살이니 마냥 집에서 놀려야 할지 아니면 억지로라도 문제와 맞닥뜨려 해결하게 해야할지 초보 엄마는 갈피를 못 잡고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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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8 1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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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7-07-0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말이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가르쳐야하는 건지..스탠퍼드라는 것이 있다고? 검색 한 번 해봐야겠다. 지금은 예전과 많이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스로 떼길 바라는 마음을 떨칠 수가 없어서 내가 수동적인 것 같다. 너도 민우 어릴 때 만화나 텔레비젼 프로그램 외워서 한글 뗀 우리 어린 시절 생각하면서 꼭 시켜야되나? 고민하던 글을 어제 읽었단다. (네 서재 초기 페이퍼들을 좀 읽었는데 무지 재미있어서 많이 웃었다.^^)애플비에서 나온 한글,수학 몇 권을 사주었더니 아주 열심히 하긴 하더라. 좀 어려운 것은 좀 굴리다가 어느 날 하기도 하고..일단 그런 책이라도 몇 권 더 구입하는 것이 좋겠지? 마냥 놀릴 일은 아닌 것 같긴 하다.

2007-07-09 0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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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9 0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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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9 1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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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7-07-0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치도록 고맙다.정말 너무 아무 것도 안 해준다는 반성은 늘 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시작해볼까 한다. 영어는 그런 식으로 하면 수민이가 정말 좋아할 것 같다. 같이 그림도 그리고 종이도 접고..손톱 물어뜯는 버릇이 엄마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미니가 느끼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던 중인데 열심히 해봐야겠다. Danke sehr!!!!!

이모 2007-07-1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내다 안보내다 하는 것은 아주 않좋은 것 같아. 민이는 다섯살이라도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좀 이른 편이니 싫어하거나 거부감이 있더라도 보내는 것이 좋을 거야. 대신 말로 많이 어루만져 줘. 사람들이 많은 곳이 무섭다거나 하면 없는 셈 치지 뭐..이런 말들 있잖아. 조수미가 이태리에서 공연하면 그랬다는.^^ 우리집 아이들 다 숫기 없어서 큰 일이다. 봄이는 좀 나을래나.ㅋㅋ

이모 2007-07-10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손톱 물어 뜯는 버릇은 거의 모든 아이들이 있으니 너무 자책하지 말고. 불결하다는 이야기만 주지 시켜줘. 우리집 아이들 아직도 둘 다 물어 뜯고 주위에 안 물어 뜯는 아이가 없을 정도..

2007-07-19 1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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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30 13: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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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30 13: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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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30 1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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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요즘도 매운 음식을 싫어해서 물에 씻어서 겨우 조금 먹곤한다.

그런데 태민이는 김치를 좋아해서 양념이 잔뜩 묻은 채로 덥석 손으로 집어먹으려 들 정도다.

밥은 안 먹고 김치만 계속 달라는 날도 있으니...

- 엄마, 태민이는 김치를 좋아하니까 김치순이라고 하자!

- 남자는 보통 돌이라고 하니까 김치돌이라고 하자.

- 응, 그러면 나는 밥을 좋아하니까 밥돌이라고 하자.

- 너는 여자니까 밥순이지.

이런 대화를 나눈 다음 날, 엄마는 똑순이, 아빠는 약돌이가 되었다.

아빠는 하루종일 환약을 동글납작하게 빚었던 탓에

공사돌이 대신 약돌이라는 다행스런 별명을 얻었는데

엄마가 똑순이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

알맞은 크기의 제환기가 없어서 크게 만든 환약을 마르거나 상하기 전에

둘로 나누어 빚어야 하는 까닭에 하루종일 도마 위에서 똑똑 소리를 내었더니

- 약을 '똑똑'하고 자르니까 엄마는 똑순이라고 하자. 하하하!

우스워 죽겠다는 듯 이런 판정을 내렸다.

별명을 그렇게 지은 이유야 어떻든 남이 들으면 좋은 오해를 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짧은 이야기 따로 하나.

- 엄마, 사냥 말고 산양도 있지? 산에 사는 양 말이야.

부엌 문턱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기더니 벌떡 일어나 걸어나오며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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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9 1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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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들고 누웠는데 배 위에 올라설 태세로 한 쪽 발을 올려놓길래 황급히 말렸다.

- 뱃 속에는 내장이 들어있어서 조심해야 돼! 올라서면 아파서 안된다구.

- 내장이 뭔데요?

- 위, 간, 심장, 허파 뭐 그런거야.

- 토끼 간 말이에요?

- 맞아, 그 간이야. 그런데 사람도 간이 있어. 동물들은 다 간이 있단다.

- (눈이 휘둥그래지며) 그러면 사람도 짐승이야?

- 그래, 사람도 짐승이야. 그렇지만 다른 짐승하고 다른 점이 있단다. 어떤 점이 다를까?

- 음, 사람은 말을 할 수 있는데 다른 동물들은 말을 못하고 이상한 말을 하잖아.

- (오호! 제대로 짚었는 걸. 흐뭇흐뭇) 또?

- 사람은 옷을 입는데 동물들은 털만 있잖아.

- 우와, 우리 수민이 참 잘 아네! 또 어떤 점이 다를까?

- (칭찬을 받자 들떠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사람은 머리카락이 있는데 동물은 머리카락이 없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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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9 1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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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7-07-2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귀엽다!
 

유치원을 마치고 종일반 선생님과 한의원까지 걸어내려와 한 시간쯤 기다렸다가 집으로 오는 날이 종종 있다.

그런데 하루는 좌변기가 아닌 화장실에서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다가 그만 옷을 적시고 말았다.

그 날 따라 타이트 치마를 입고 있었던 것이 또 화근이었다.

그래도 쉬 하다가 옷을 버렸다며 간호사 아줌마에게 이러더란다.

" 수건을 두르면 되겠어요."

금요일마다 일주일 동안 유치원에서 썼던 수건을 세탁해보내라고 넣어보내시는데

시영언니한테 선물받은 파란 미피 수건이 미니의 미니스커트가 된 것이다.

클립 두 개로 양쪽 옆구리를 고정하니 언뜻 보면 못 알아볼 정도로 그럴 듯 했다.

다행히도 금요일이었기에 망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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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7-0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모습 사진으로 보여주셨으면 얼마나 예쁘고, 앙증맞아 보였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miony 2007-07-0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쉽네요^^;;

2007-07-19 1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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