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혼자 컵을 들고 물을 잘 마신다.

쉬나 응아를 하면 어기적거리며 엄마에게 걸어오거나 혼자 벗어버린다.

온 엉덩이에 응아를 묻히고 다니면서도 천연덕스럽던 시절은 지나고

기저귀를 가는 동안에도 허리를 바닥에 내려놓지 못한다.

그리고 기저귀에 남은 응아에 무척 관심이 많아서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변기에 떨어내어 물을 내리면 아주 열심히 쳐다본다.

배변훈련을 시작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볼펜을 주면 뚜껑열고 스프링 빼내고 완전히 해체를 해서 못 쓰게 만들기만 하더니

얼마 전부터 드디어 무언가 그리기 시작했다.

스케치북이나 색종이에 그리면 양반이고 책상, 바닥 아무데나 마음 내키는대로

콕콕콕 점을 찍거나 시원하고 긴 선을 죽죽 그어 놓는다.

 

배가 고프면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무언가 내놓으라는 듯 무릎을 굽혔다 폈다...

 

혼자서 팝업북을 열심히 들여다본다.

열심히 넘기고 들추고 앞으로 뒤로 또 넘기고 들추고

그렇지만 읽어주겠다고 다가가면 훌쩍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아직 아빠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름을 불러도 역시 돌아보지 않는다.

요즘 흥얼거리는 곡은 연날리기.(에헤야 디야 바람 분다 연을 날려보자~!)

그 외에 그 동안 불러오던 여러가지 노래를 바꾸어 흥얼거린다.

 

양손에 먹을 것을 들고도 접시에 놓인 음식을 다른 사람이 집어가는 것을 못 견딘다.

이럴 때 누군가 와서 인사를 하면 양손에 든 음식을 황급히 품안에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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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4-25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가 30개월인가요?
그때 우리 아이들이 어땠는지 잘 생각이 안 나요.
좀 늦는 것 같아도 다 때가 되면 하던 걸요.
우리 아들도 여전히 또래 아이들보다 늦지만
큰인물이 되려고 네가 그러는구나 하면서 위안을 삼아요.

miony 2008-04-2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돌 무렵에는 늦되는 것이 무척 신경쓰였는데
이제는 그런가보다 하고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솔랑주 2008-04-2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이 너무 재밌어요 누나도 어렸을 때 그랬던 것 같은데^^
 

미니아빠가 고집도 세고 강한 성격이라서

나중에 아이들이 사춘기 맞고 자기 주장이 생길 무렵이면 부딪칠 일이 많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내가 나서서 아빠 편이 되도록 은근히 부추기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

미니도 본능적으로 우리 집안의 권력지형을 느끼는지 언제나 무슨 일이나 아빠 손을 들어준다.

우리 부부가 말다툼이라도 하면 무조건 아빠 말이 옳다고 하고

아빠가 사다주신 돼지저금통을 주위 사람들에게 들고 다니며

아빠 차를 사드려야 된다고 성금(?) 모금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자기에게 필요한 돈도 아빠처럼 약을 지어서 벌겠다고 하고

아빠가 너도 1학년이 되면 화개장터에 가서 약을 팔아야 한다고 해도 두 손 들어 환영이다.

장터는 강바람이 불어 춥고 약 파는 일은 힘들다고 해도 무슨 소풍 기다리듯이

주위 사람들에게 약 팔러 간다고 자랑을 하고 다닐 지경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며 두 눈이 반짝반짝한다.

(그러나 엄마의 육감으로 보면 장터에 가득한 온갖 주전부리를 상상하고 있는 눈빛이다.^^)

장난기가 발동한 아빠는 약 파는 연습을 해보자며 선창을 했다.

" 약 사세요!"

미니도 따라서 약 사세요!를 외치는데 아빠가 또 해보라고 했다.

우리는 당연히 또 한 번의 약 사세요!를 기대한 것 뿐인데 미니는 천연덕스럽게

" 몸에 좋고 효과 좋은 약 사세요!!!" 란다.

절대 집안에서 이런 문구를 사용한 적이 없는데 어디서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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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25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몸에 좋고 효과 좋은 약, 어디가면 살 수 있나요?'
아빠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굉장한 것 같은데요~~~~ 시장체험도 좋겠죠!^^

소나무집 2008-04-25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약 있으면 저도 좀 보내 주세요.
요즘 마음을 비롯해서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거든요.
3년 전에 화개장터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 근처에 사시나 봐요.
아이들하고 예쁘게 사는 모습 보고 싶어서 근처에 가면 한의원 간판 보며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지리산 국립공원이 있으니 한 번쯤은 지나갈 일이 있겠지 싶어요.

2008-04-26 15: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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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휴대폰을 가지고 놀던 미니가 저장된 사진을 깡그리 지워버렸다.

내복 입고 장난감 기타치는 미니 모습이 휴대폰 메인화면이었는데 회사 로고만 떴다.

그리하여 급하게 메인화면을 장식하려고 찍은 사진.

미니 표현에 따르자면 하얀 꽃이 화려하게 장식된 치마를 내복 위에 걸치고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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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1 0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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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8-04-21 19:49   좋아요 0 | URL
헉,정말? 내가 저랬던가?

2008-04-22 17: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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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2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요일이라서 12시가 채 못되어 미니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는데

시간이 좀 일러서 태민이랑 운동장에서 놀았다.

 

오른쪽 끝에 농구대 뒤편이 유치원 교실이다. 건물 옆 하얀 뾰족지붕은 유치원 놀이터.




뒷 산의 신록을 휴대폰 카메라는 전혀 담아내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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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2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2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씨가 제법 더워졌다.

낮에 산여울에서 점심을 먹고 시작된 물놀이.

태민이는 물 속에 돌 던지며 까르륵거리고 미니는 숫제 팔다리 걷어부치고 물 속에 뛰어들다

결국 돌을 헛디뎌 물에 빠진 새앙쥐 꼴을 하고도 신나게 놀았다.

앞산은 새 초록이 반짝여 넋을 빼놓고 바람은 산들산들 모처럼 봄날을 즐겼다.

아이들 노는 모습이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전화기를 두고 와서 안타까웠다.

집에 돌아와 두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두 세 시간 지나자 또 산책을 가자는 미니!

집에서 아이들 걸음으로 10분 쯤 걸리는 곳에 있는 북카페에 가서

따끈한 베이글에 쨈 발라먹고 싶은 속셈이 훤히 보인다.

도로에 뛰어드는 태민이 데리고 길 따라 왕복할 자신이 없어서 또 다시 냇가로...

어느 새 그늘이 내려 부는 바람이 서늘했지만 두 아이에겐 아랑곳 없었다.

처음엔 본의 아니게 머리 위로 돌을 던져올리던 태민이도 마지막엔 제법 먼 곳에 물무늬를 만들었다.

 
타고 올라가서 미끄럼 타고 놀던 바위


 
던질 돌 고르느라 열심인 태민


 

  돌 던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지만 잘 안 되었다.



시내 건너편에 있는 산녹차 밭. 드디어 녹차를 따기 시작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하얀 점이 점점이 찍혀있는데 녹차따는 아주머니들의 머릿수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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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17: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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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19: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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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8-04-2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너무 좋았겠다 ~

2008-04-22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