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름, 제법 비싼 아기샴푸를 산 첫 날,

한 번 쓰고 남은 것 한 통을 전부 노트북 위에 쏟아 놓았다.

노트북이 닫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샴푸가 무척 아까웠다.

대충 주워담느라고 노력했지만 1/4정도 다시 사용했을 뿐이다.

올 여름, 벼르다가 일 년 만에 그 샴푸를 다시 주문했다.

이번엔 태민이 젖먹이는 동안 욕조 안에 한 통을 다 부어버렸다.

물 묻은 발로 욕조 난간을 딛고 올라서서

제 키 높이보다 높은 곳에 둔 것을 끌어내린 것이다.

잘못 보관한 엄마 탓이지만 어쨌든 계속 이런 식이어서는 안될 것 같아서

결자해지, 네가 돈을 모아야 샴푸를 산다고 말해두었다.

돼지저금통이 아니라고 툴툴거리는 공룡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면서

뭐 사달라고 하면 이거 모아서 사자고 달래기를 여러번,

산에 오셨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큰이모가 배춧잎을 주셨길래

"저는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말씀드리고 다시 갖다드려!"했더니

양미간을 찌푸리며 엄마를 가르치는 듯 한 어조로

말아 쥔 지폐를 더 꼭 쥔 손을 흔들어 보이며

" 돈으로 사야지~!!!"

한 마디를 남기고 개어 쌓아놓은 이불 사이에 갖다 숨기는 산골소녀.

경제교육을 너무 일찍 시작한 것일까? 대략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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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6-08-22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눈에 선해용~~~
 

.- 엄마, 부엌이 무슨 방이야?

할머니가 쓰시는 단어를 알게 된 소녀, 좀 뽐내고 싶었나보다. 아니면 기억이 안났던걸까?

- 부엌은 주방이란다. ㅎㅎ

 

- 엄마, 화살이 뭐야?

말문이 막힌 엄마, 공들여 그림을 그려가며 열심히 설명한다.

- 나무막대에 뾰족하고 단단한 것을 매달아서 새 깃털을 어쩌구 저쩌구...

- 슈렉한테 꽂힌 거 말이야?

피오나 공주를 구하려는 로빈훗 일당이 쏜 화살이 슈렉의 엉덩이에 박혔었다.!

 

안되는 노래지만 꿋꿋하게 흥얼거리는 엄마,

(얼마 전에 엄마는 노래는 별로 잘 못하는 것 같다는 뜻의 말을 대놓고 하던 산골소녀다.)

- 돈데보~이, 돈데보~이

- 그게 무슨 말이야?

- 신이시여, 우리는 어디로 가야합니까? 뭐, 그런 뜻이래.

- 계단으로 가면 되지~!!! (1층에서 2층으로 향해 가던 중이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찬물을 마시며

- 엄마, 이걸 마시니까 몸이 좀 부들부들 떨어.

- 그래가지고선 차가운 수박을 어떻게 먹겠니?

- 어떻게 먹긴 뭘.  입을 아~ 벌리고 먹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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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6-08-2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넘넘 재밌다.
 

여러사람이 둘러앉아 포도를 먹느라 커다랗고 하얀 일회용 접시를 포도껍질 담을 그릇으로 내놓았다.

산골소녀 야무지게 한 몫하는데 껍질을 둥근 접시 가장자리를 따라 일렬로 늘어놓는다.

- 수민이 뭐하니? 접시 장식하니?

- 응, 케익장식!!

 

교육방송 캠페인에 등장한 촛불(희고 굵은 정전대비용 초)을 보고 무척이나 반기며 하는 말

- 케익 불이다!!!

 

시영이 생일에 선물한 바 있는 인형놀이 책을 샅샅이 훓어보며

(마트, 정원, 주방, 침실, 욕실, 아기방 여섯페이지가 있지만 마트만 본다.)

- 엄마는 뭐가 제일 좋아? 나는 케익이 제일 좋은데. 이건 무슨 색깔 케익이야?

 태민아, 너도 빵을 좋아하나 보구나. 이 빵이 제일 좋니? 엄마, 어떤 사람은 레몬을 좋아하지?

한참을 더 들여다 보며 이러쿵저러쿵하다가 결국 하는 말,

- 엄마, 이 책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그럼, 우리 모두 마술을 부리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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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6-08-22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을 챙겨주는 수민!!!

>>sunny 2006-08-22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몬 내가 좋아한다고 했는데,,,
설마 어떤 사람이 나????ㅋㅋㅋ

miony 2006-08-30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디선가 들은 말들을 하는 것일테니..
 

2006년 8월 6일, 34개월 9일째 되는 날

아빠, 엄마, 태민이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그렸다. 처음으로..

물론 크레용으로 그렸다.

동그라미를 그리다 이지러진 타원형이 된 것은 실패해서 콩이 되었다며 옆에 그냥 두고

그런대로 동그라미다 싶은 것에 조그만 동그라미로 눈,코를 그리고 입은 가로 선을 그려넣었다.

옆에 있던 아빠가 귀는 어디있느냐고 하니까 귀도 동그라미로 그려넣었다.

그런데 조카들이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자기가 정남쪽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앉아 그린다 치면

얼굴의 이마는 북서쪽쯤을 향하게 비스듬하게 그리고 있다.

아직 동작이 완전하지 못해서 그런가보다.

 

우리 가족 다음에 그린 인물은 시영이 언니다.

시영이 언니는 동그란 얼굴에 제일 먼저 8자를 옆으로 그려넣으며

리본도 달았다고 한다.

시영이 언니 귀는 동그랗게 그리려다 손동작을 잘못해서 이지러졌는데

전화기같이 되었다고 얘기했다.

스케치북 3장을  찢어내어 벽에 걸었다.

 

그런데 엄마 얼굴을 제일 크게 그렸다.ㅎㅎ

다른 얼굴은 단색으로 그린데 비해 여러가지 색깔을 사용하기도 했다.

아직은 엄마의 존재감을 가장 크게 느낄 때인가 보다.

그러고보니 자기 얼굴은 안 그렸다. 수민이 얼굴은 엄마가 그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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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8-0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나중엔 또 뭘 그릴지 기대대는군요.

2006-08-11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6-08-0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방법이네요. 게으름쟁이 엄마가 실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도해보아야겠어요.^^

>>sunny 2006-08-1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봤는데,,,넘 잘그렸더군요,,,ㅎㅎㅎ 정말 이모얼굴을 더 잘그렸어용!!!

2006-08-12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산타할아버지가 썰매를 타고 굴뚝으로 들어와 선물을 주신다

는 사실을 그림책과 만화, 노래 등을 통해서 파악한 요즘,

태민이가 울면,

태~민아, 너 그러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신다.

하면서 훈계를 한다.

그리고 바이얼린이 무언지나 알고 그러는건지 모르고 그러는건지

산타할아버지가 수민이에게 바이얼린을 선물해주시면 좋겠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너 어젯 밤에 자다가 많이 울고 보채더라고 했더니

아직 제대로 뜨지 못한 눈을 비비며

그래도 설마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주시지는 않겠지?

산타 할아버지 선물을 굉장히 받고 싶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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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8-0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한여름에 산타할아버지는 무슨. ㅋㅋ

2006-08-09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