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사람이 둘러앉아 포도를 먹느라 커다랗고 하얀 일회용 접시를 포도껍질 담을 그릇으로 내놓았다.
산골소녀 야무지게 한 몫하는데 껍질을 둥근 접시 가장자리를 따라 일렬로 늘어놓는다.
- 수민이 뭐하니? 접시 장식하니?
- 응, 케익장식!!
교육방송 캠페인에 등장한 촛불(희고 굵은 정전대비용 초)을 보고 무척이나 반기며 하는 말
- 케익 불이다!!!
시영이 생일에 선물한 바 있는 인형놀이 책을 샅샅이 훓어보며
(마트, 정원, 주방, 침실, 욕실, 아기방 여섯페이지가 있지만 마트만 본다.)
- 엄마는 뭐가 제일 좋아? 나는 케익이 제일 좋은데. 이건 무슨 색깔 케익이야?
태민아, 너도 빵을 좋아하나 보구나. 이 빵이 제일 좋니? 엄마, 어떤 사람은 레몬을 좋아하지?
한참을 더 들여다 보며 이러쿵저러쿵하다가 결국 하는 말,
- 엄마, 이 책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그럼, 우리 모두 마술을 부리면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