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빰빰빰빰~!이라고들 한다.

어제 어디선가 똑똑 우리집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둘러보니

작은 새 한 마리가 기둥에 매달려서 고개만 삐죽이 내민 채로 유리창을 쪼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노트북 너머 2층 창에 무언가 휙 솟구쳤다가 수직 하강하는 것이 언뜻 보였다.

너무 재빨라서 내가 잘못 봤나? 하는 순간 분수의 물줄기가 그러듯이 또 한 번 휙 솟아올랐다 떨어진다.

창가에 다가가 밖을 내다보니 내 손아귀에 들어갈 듯이 작은 새 두 마리가

비비비빕! 비비비빕! 하면서 나뭇가지를 넘나든다.

머리에는 검은 빵모자, 목에는 노란 목도리, 잿빛 날개, 오렌지색 가슴과 배

치장이 현란하다.

어제도 들렀어요! 하는 듯 유리창을 똑똑 두드려주고 멀리 날아갔다.

멀리 세석평전과 삼신봉에 활짝 핀 눈꽃이 볼 만한 꽃샘추위가 제법이지만 봄은 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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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7-03-3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수)봄봄봄봄봄이왔어요~~ 봄봄봄봄봄이왔어요! 에헤 봄이 벌써 왔구나-
여기도 봄이왔어. 학교앞에 큰 나무들 끝가지에 새록새록 새순이 돋아나는게 보이고
학교가는길에는 자목련이랑 사과꽃같은 흰꽃, 개나리도 보여.
음악학원() 가는 길에는 아마 복숭아꽃(?)이 활짝 피었고, 돌아오는길에는
예쁘게~ 핀 분홍색 겹벚꽃도 찾았어.
여기와서 봄꽃못봐 아쉬워 어쩌나~ 했는데 여기는 벚꽃나무도 다 키가 작아서
어떤면으로는 참 좋아

miony 2007-03-3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가보고 싶어랑~! 암튼 좋은 곳인 것 같고 너희들도 좋아하는 느낌이 팍 오는구나. 음악학원에서는 어떤 악기를 배우는데? 허셩은 피아노 질색이잖아?

hsh2886 2007-03-31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다 플룻배워요.^^.
단소 덕에 불기가 쉬워서..

miony 2007-03-3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다! 언제 한 곡 멋지게 불어주길... 그런데 선생님하고 의사소통이 되니?

hsh2886 2007-04-0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다 말이안통해서 교과서영어와 몸짓으로...
 

꽃샘추위로 바람이 무척 차고 거칠게 불었다.

밤새 걱정하다 새벽에 인삼이 널린 비닐하우스와 공사 중인 3층에 다녀온 아빠는

우리는 다행히 괜찮은데 어느 찻집 지붕이 날아갔다고 한다.

휘이잉거리며 몰아치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웬일인지 태민이는 무서워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창밖을 내다보며 앉아 첫 날부터 못보내나 고민하다가 그냥 챙겨서 아빠를 따라나서게 했다.

나가기 직전에 누나 앞에 마주앉아 같이 도리도리하며 놀자고 하는 태민이가 불쌍해서

"누나, 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와!" 했더니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어, 그, 그건 좀 안되겠는데..."란다. 

보내고나니 든사람은 몰라도 난사람은 안다고

청소, 빨래, 설겆이, 아궁이 불넣기,,, 다른 날과 하는 일은 똑같은데 조용하고 한적하고 허전하기가 그지없다.

혼자 물 떠다 마시고 혼자 화장실에도 가고 요즘엔 윗도리도 혼자 입어서

수민이가 내 손타는 일은 많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수시로 간식을 챙겨주지 않아도 되어서 그런걸까?

누나 눈치 보지않고 엄마랑 눈도 맞추고 그림책도 두어권 읽어주고 시소도 태워주고 그래도 심심해보이는 태민!

스쿨버스가 없어서 5시에 학교에서 일 하시는 아저씨가 아이들을 하교시키며 한의원에 내려주었다.

오늘따라 아빠에게도 손님, 외할아버지께도 손님이 오셔서 데리러 갈 사람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실장님의 빨간 티코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마당에 나갔더니 차 안에서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 눈가가 촉촉하길래 수민이 울었어?했더니 울었대요.

   아빠 차 타고 싶은데 모르는 아저씨가 차를 태워주셨다고 울었다네요.

하시면서 방에까지 안아다 뉘어주셨다. 실장님 차를 타니 마음이 놓여서 졸렸나보다.

오늘 유치원에서 뭐 했어?

- 소꼽놀이도 하고 모양만들기도 했어.

공부는 안했어?

- (잠깐 골똘히 생각하더니) 응, 공부는 안했어.

그림그리기나 노래부르기는 안했어?

- (깜짝 놀라며) 종이접기를 했어! 거기에 빨대도 하나 붙이고 그림도 그렸어. 노래는 안 불렀어.

    엄마 보여줄려고 가져올려고 했는데 깜박 잊어버리고 안 가지고 왔다!

안 가지고 와도 괜찮아. 그런데 너는 뭘 그렸는데?

- 사람이랑 번개.  엄마, 우르릉 하는 게 천둥이지?

응.

- 번개를 그려서 스케치북에 비가 내렸어!

 선생님께서 무슨 말씀하셨어?

- 여자들은 여자끼리 줄서세요. 남자들은 남자끼리 줄서세요.

  그런데 나는 요구르트에 빨대를 잘 못 꽂아서 오빠가 도와줬어.

   그래서 오빠 옆에 앉았어. 그 오빠가 나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해주었어.

쉬하고 싶을 때 어떻게 했어?

- 선생님, 화장실에 데려다 주세요 그랬어. 그런데 선생님이 화장실은 교실에 있어요라고 말씀하셨어.

  그래서 쉬도 하고 응아도 하고 그랬어.

응아는 누가 닦아줬는데?

- 내가 닦았어. 휴지는 초록색 뚜껑 휴지통에 버렸어.

  그리고 식당에서 밥도 먹었다!!!

수민이가 급식소에서 먹은 것은 매운 돼지고기와 밥, 김치.

매운 떡은 먹지 않았고 이제 밥이랑 김치도 먹을 수 있다고 자랑이다.

조금 매운 음식은 먹을 거라며 매운 것이 몸에 좋은 것이냐, 그러니까 먹어야 되느냐고 묻는다.

흘리지 않고 잘 먹었어?

- 응, 그런데 실수로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렸어. 엄마, 한 번 떨어뜨린 건 실수지?

   두 번은 실수 아니고 세 번도 아니고 네 번도 아니지? 두 번은 일부러야, 일부러!

내가 평소에 실수로 한 번 그랬다는 말을 자주 썼나?  혼자 생각해봤다.

- 선생님이 간식도 주셨어. 요구르트랑 과자!

무슨 과자를 주셨는데?

- 음, 부드러운 과자.  아무래도 조그만 빵 같아.

밤에 유치원입학 축하한다고 전화한 막내이모는 쵸코파이, 난 카스타드를 생각했다.

- 선생님이 동화책도 읽어주셨어.

제목이 뭐였는데?

- 그건 기억이 안 나.

그럼 무슨 이야기였어?

- 어떤 아이가  친구들이 안 놀아줘서 다른 친구를 만났어.

응, 새친구를 사귀었구나!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 새친구하고 길을 떠났어. 그래서 나중에 다른 친구들이랑 다 섞였어.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수민이는 기분이 어땠어?

- 응, 뿌드~읏했어!

싸운 아이들은 없었어?

- 내가 언니하고 싸웠어. 장난감을 서로 가지려다가 언니가 내 등을 밀어서 여기 무릎이 다쳤어.

  그래서 언니가 장난감 하나 줬어.

오늘 유치원에서 제일 좋았던 일이 뭐야?

- 모양만들기! 내가 모양만들기에서 일등을 했거든!!!

모양만들기가 뭔지 모르겠지만 무슨 블럭놀이 같은 것이리라. 나름대로 일등이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럼 힘들거나 싫었던 일은?

- 으음~ (한참 생각만 하고 결국 대답을 못한다.)

그럼 제일 기분좋았던 일은?

- 엄마! 내가 아까 모양만들기라고 했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첫 날,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유치원에서 있었던 모든 일이 신기하고 나중에 다 자란 수민이와 누군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엄마 쓰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런 일들이 신기하고 궁금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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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3-0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똘똘한 수민이 아마 할말도 많겠지. 난 아직까지도 마이 궁금하네.. 알도는 물으면 대답을 안하지만 놔두면 종알종알 하는 편이라 그래도 다행이긴 한데 말 안하는 아이들도 많은 모양이더라고..
 

처음엔 왕성초등학교에 원서를 넣었는데

병설유치원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이 부족하다는 주위의 읍소(?!)로

쌍계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엄마와 태민이랑 같이 가지 않고 혼자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다섯 살이 되면 유치원에 보낼까봐 전전긍긍하는 한편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한다고 또 3월을 기다리기도 하더니 

아침에는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한 마디 한다.

입학식이라곤 하지만 그냥 편안하게 입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고무줄을 넣어 항아리 모양이 되는 윗도리가 깜찍한 쫄쫄이 옷 한 벌을 입고가자 했더니

-치마는 어떨까? 춤추기 딱 좋은 치마 있잖아!

모자가 달린 외투를 입고가자 하니 분홍가디건과 리본 달린  둥근 챙모자를 쓰고 가겠다고 한다.

아빠가 교문 앞까지 바래다 주셔서 유치원 교실에 먼저 들렀다가

2층 과학실에 마련된 입학식장으로 올라갔다.

어서 유치원 교실에서 장난감 가지고 놀고 싶어서 칭얼대는 것을

입학식하지 않으면 유치원 다니지 말라고 한다고 을러서 앞줄에 세워 놓았더니

7살 오빠 셋, 언니 하나, 동갑내기 하은이 여섯 중에 키가 제일 작다.

그래도 1학년 입학생들은 의젓하게 기다리는데

유치원생들은 몸을 비비꼬고 돌아보고 떠들고 수민이는 계속 손톱을 물어뜯고 볼 만했다.

교장선생님 환영사가 한창일 때 갑자기 획 뒤돌아보며

- 이게 원래 이렇게 길게 하는거야? 하더니

교가 제창을 하자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씰룩하며 춤을 추었다.

유치원교실에서 놀고 있다가 엄마들 얘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닭똥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엉엉 울기 시작하더니

걸어서 목압에 거의 닿을 무렵까지 그치지 않는다.

저녁을 차리고 있을 때도 갑자기 생각이 나는지

- 엄마, 아빠는 정말 너무해!

   나는 유치원에서 더 놀고 싶은데 조금만 놀고 집에 데리고 오면 어떡해!

  일요일에도 유치원에 가고 싶어!

이러면서 거짓 울음을 내더니 눈물 한 방울을 억지로 짜내는 것이었다.

결국 아라언니와 큰이모에게 전화로 하소연을 하고 엄마, 아빠가 너무해서 저녁도 못먹겠다고

엉터리는 내고서야 그쳤다.

세영이 동생 서연이가 등록하여 7명이 되면 오후 5시까지 종일반을 운영하실 듯 하다.

그 작은 공간에서 하루종일 보내게 하느니 오후 한 두시 쯤 집으로 데려오면 좋겠는데

장난감과 친구들을 남겨놓고 과연 혼자 집으로 돌아올런지 모르겠다.

시영이처럼 종일반을 고집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눈 쌓이면 유치원 못가는 겨울엔 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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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3-0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이 입학했군. 벌써. 수민이 입학 축하해. 등원 하원 문제가 가끔 신경쓰이겠지만 정말 잘됐다. 모두에게.. 축하해. 지금은 종일 있겠다하여도 또 몇일 지나면 모를일이니까 종일반을 하는건 차차 생각해봐. 수민아. 다시한번 축하해!

지금여기 2007-03-0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다섯살인데 빨리 입학하네? 산골에서 학교는 좀 멀지 않나요?

2007-03-05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7-03-05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늦게 읽었네!^^;;
예섬언니가 보내준 그림책들 재미있게 읽고 있단다.
특히 고구마파이 굽는 얘기랑 로지의 산책, 마이프렌즈. 다시 한 번 고마워.
그런데 예섬이는 다섯 살 때부터 안다녔니? 요즘은 3년동안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많거든. 병설유치원인데 집에서 자동차로 넉넉잡아 15분 쯤 걸리는 곳이란다.

지금여기 2007-03-1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되게 머네요...
저는 다섯 살때 어린이집 다니다가 일곱 살때는 유치원 안가고 집에서 놀았어요 ㅎㅎ
 

알고보니 그 날따라 파도가 높았던 것이었다.

산골소년은 조그만 쾌속선을 타고 먹은 우유를 다 토해내며 칭얼거렸다.

누나는 배가 아프다며 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후쿠오카 하카다 항에 상륙하자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생생해졌다.

새벽녘 해뜨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때리는 빗방울을 맞으면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는 벳부의 노천온천

- 이건 들은 얘기고 밤에 큰언니의 도움으로 잠든 태민을 안고 야경을 바라본 것이 전부다 -, 

옥색의 깊은 물 위로 무럭무럭 솟아오르는 수증기와 거센바람이 인상적인 아소의 활화산 분화구,

오오쯔루하시 유메라는 계곡에 걸린 다리에서 내려다본 가족폭포(아기폭포는 말라 있었다.)

- 바람이 너무 심한데다 태민은 모자도 씌우지 않아서 중간에서 뒤돌아 섰지만 -

버스만 타면 버둥거리는 태민이를 달래는 사이사이 가이드가 들려주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선배, 동기들과 그 가족들, 동감 회장단, 졸업생들에게 민폐를 끼치며 보낸 2박3일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건강이 완전하지 않은 큰언니와 해빛나에게 크게 기댄 날들이었다.

언니가 같이 가지 않았더라면 어찌했을지 모르겠다. - 무지무지 미안하다

특히 마지막에 하카다항 대합실에서 더할 수 없이 큰소리로 울고 보채며 뻗대어 유종의 미를 거두느라

더 힘들고 다녀와서 녹초가 되었지만 그래도 좋았던 온 가족 첫나들이다.

 

집에 돌아온 첫 날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 엄마, 일본에는 숟가락이 없어?

- 응, 젓가락만 있어서 국물이 있는 것은 그릇을 들고 마신대.

-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그럼 나라도 일본 사람들한테 숟가락을 빌려줄까?

 

막내이모가 사준 유아용 도넛모양 놀잇감은 "탕"이 되었고,

저녁에 세숫대야에 발을 담궈 씻다 말고 갑자기 생각난 듯이

- 엄마, 나 아주 큰 탕에 발 씻은 적이 있었어! 오렌지도 둥둥 떠 있고.

 그런데 오렌지는 왜 넣어놓은거야?

 

일본에서 한 일 중에 호텔에서 잔 것이 가장 좋았다는 수민,

산길에 접어들자 꼬불꼬불한 길이 시작되고 소나무가 보이니 집에 다 온 모양이라며 무척 즐거워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뭐니뭐니해도 역시 우리집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며 보낸 나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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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3-0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애 데리고 다니면 아무리 좋은 곳도 아무리 맛있는 것도 힘들어서 잘 모르지.. 아직은 힘든 시긴가봐. 그래도 조금 수월하게 지내고 왔으면 좋으련만.. 태민이도 제딴엔 뭔가 새로운 상황이 불편했던게지..
그래도 부럽다^^;;

miony 2007-03-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타면 버둥거리고 보채고 소리지르기도 하고 내려서 어딘가 다니면 업혀서 쿨쿨~! 잠들면 무척 무겁기도 하거니와 이왕 데리고 간 것이니 같이 구경하고 싶었는데 내가 욕심을 부렸나 싶더라.

hsh2886 2007-03-3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다~~~~~~
나도 일본가고싶은데..
 

가끔 시댁에 가 있으면 논밭에 소 몇 마리 키우는 작은 마을에도

여호와 증인을 믿으라며 파수대인지 파수꾼인지 작은 인쇄물을 나누어주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는 말끔하고 무언가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들 같아보이지 않는데

아마도 여러가지 자기 일들은 팽개치고 그리 돌아다니는 것이지 싶다.

어제는 진입로 가파른 길을 남자 둘, 여자 둘이 걸어올라오길래

아랫마을에서 민박한 사람들이나 가끔 지나가는 등산객이려니 했는데 자꾸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마침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술래잡기를 하고 있던 중이어서 없는 척 할 수도 없었다.

문을 열어주었더니 두 여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러 왔다면서 성경을 펼쳐서 읽어주고 인쇄물을 주고 간다.

여기서 사느냐, 살림집으로 지은 것이냐 몇 가지 질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느라 제법 오래 세워두었는데 마음은 이 골짜기까지 온 사람들 잠깐 들어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또 이런저런 얘기 길게 늘어놓을까봐 짐짓 모른 체 하였다.

승용차로 산길을 올라도 15분이 걸리는 해발 500미터 산골에 다섯 집이 모여 사는데

이런 곳까지 찾아와 겨울 북서풍을 맞으며 서서 몇 마디하고 인쇄물 한 장 주고 내려가다니

그것이 옳든 그르든 어떤 방향을 향한 것이든 사람의 신념이란 정말 놀라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여호와 증인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종교도 생활의 전부보다는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저마다의 삶에 더 좋으리라 생각하기에

그들의 신념과 열정의 방향을 자신의 일상으로 돌려보게 되길 맘 속으로 빌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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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2-2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까지 그런 사람들이 찾아 가는구나... 들여놓지 않길 잘했어. 합리적인 사고가 어려운 상황인 사람들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