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시댁에 가 있으면 논밭에 소 몇 마리 키우는 작은 마을에도

여호와 증인을 믿으라며 파수대인지 파수꾼인지 작은 인쇄물을 나누어주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는 말끔하고 무언가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들 같아보이지 않는데

아마도 여러가지 자기 일들은 팽개치고 그리 돌아다니는 것이지 싶다.

어제는 진입로 가파른 길을 남자 둘, 여자 둘이 걸어올라오길래

아랫마을에서 민박한 사람들이나 가끔 지나가는 등산객이려니 했는데 자꾸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마침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술래잡기를 하고 있던 중이어서 없는 척 할 수도 없었다.

문을 열어주었더니 두 여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러 왔다면서 성경을 펼쳐서 읽어주고 인쇄물을 주고 간다.

여기서 사느냐, 살림집으로 지은 것이냐 몇 가지 질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느라 제법 오래 세워두었는데 마음은 이 골짜기까지 온 사람들 잠깐 들어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또 이런저런 얘기 길게 늘어놓을까봐 짐짓 모른 체 하였다.

승용차로 산길을 올라도 15분이 걸리는 해발 500미터 산골에 다섯 집이 모여 사는데

이런 곳까지 찾아와 겨울 북서풍을 맞으며 서서 몇 마디하고 인쇄물 한 장 주고 내려가다니

그것이 옳든 그르든 어떤 방향을 향한 것이든 사람의 신념이란 정말 놀라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여호와 증인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종교도 생활의 전부보다는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저마다의 삶에 더 좋으리라 생각하기에

그들의 신념과 열정의 방향을 자신의 일상으로 돌려보게 되길 맘 속으로 빌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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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2-2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까지 그런 사람들이 찾아 가는구나... 들여놓지 않길 잘했어. 합리적인 사고가 어려운 상황인 사람들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