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왕성초등학교에 원서를 넣었는데

병설유치원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이 부족하다는 주위의 읍소(?!)로

쌍계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엄마와 태민이랑 같이 가지 않고 혼자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다섯 살이 되면 유치원에 보낼까봐 전전긍긍하는 한편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한다고 또 3월을 기다리기도 하더니 

아침에는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한 마디 한다.

입학식이라곤 하지만 그냥 편안하게 입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고무줄을 넣어 항아리 모양이 되는 윗도리가 깜찍한 쫄쫄이 옷 한 벌을 입고가자 했더니

-치마는 어떨까? 춤추기 딱 좋은 치마 있잖아!

모자가 달린 외투를 입고가자 하니 분홍가디건과 리본 달린  둥근 챙모자를 쓰고 가겠다고 한다.

아빠가 교문 앞까지 바래다 주셔서 유치원 교실에 먼저 들렀다가

2층 과학실에 마련된 입학식장으로 올라갔다.

어서 유치원 교실에서 장난감 가지고 놀고 싶어서 칭얼대는 것을

입학식하지 않으면 유치원 다니지 말라고 한다고 을러서 앞줄에 세워 놓았더니

7살 오빠 셋, 언니 하나, 동갑내기 하은이 여섯 중에 키가 제일 작다.

그래도 1학년 입학생들은 의젓하게 기다리는데

유치원생들은 몸을 비비꼬고 돌아보고 떠들고 수민이는 계속 손톱을 물어뜯고 볼 만했다.

교장선생님 환영사가 한창일 때 갑자기 획 뒤돌아보며

- 이게 원래 이렇게 길게 하는거야? 하더니

교가 제창을 하자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씰룩하며 춤을 추었다.

유치원교실에서 놀고 있다가 엄마들 얘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닭똥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엉엉 울기 시작하더니

걸어서 목압에 거의 닿을 무렵까지 그치지 않는다.

저녁을 차리고 있을 때도 갑자기 생각이 나는지

- 엄마, 아빠는 정말 너무해!

   나는 유치원에서 더 놀고 싶은데 조금만 놀고 집에 데리고 오면 어떡해!

  일요일에도 유치원에 가고 싶어!

이러면서 거짓 울음을 내더니 눈물 한 방울을 억지로 짜내는 것이었다.

결국 아라언니와 큰이모에게 전화로 하소연을 하고 엄마, 아빠가 너무해서 저녁도 못먹겠다고

엉터리는 내고서야 그쳤다.

세영이 동생 서연이가 등록하여 7명이 되면 오후 5시까지 종일반을 운영하실 듯 하다.

그 작은 공간에서 하루종일 보내게 하느니 오후 한 두시 쯤 집으로 데려오면 좋겠는데

장난감과 친구들을 남겨놓고 과연 혼자 집으로 돌아올런지 모르겠다.

시영이처럼 종일반을 고집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눈 쌓이면 유치원 못가는 겨울엔 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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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3-0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이 입학했군. 벌써. 수민이 입학 축하해. 등원 하원 문제가 가끔 신경쓰이겠지만 정말 잘됐다. 모두에게.. 축하해. 지금은 종일 있겠다하여도 또 몇일 지나면 모를일이니까 종일반을 하는건 차차 생각해봐. 수민아. 다시한번 축하해!

지금여기 2007-03-0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다섯살인데 빨리 입학하네? 산골에서 학교는 좀 멀지 않나요?

2007-03-05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7-03-05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늦게 읽었네!^^;;
예섬언니가 보내준 그림책들 재미있게 읽고 있단다.
특히 고구마파이 굽는 얘기랑 로지의 산책, 마이프렌즈. 다시 한 번 고마워.
그런데 예섬이는 다섯 살 때부터 안다녔니? 요즘은 3년동안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많거든. 병설유치원인데 집에서 자동차로 넉넉잡아 15분 쯤 걸리는 곳이란다.

지금여기 2007-03-1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되게 머네요...
저는 다섯 살때 어린이집 다니다가 일곱 살때는 유치원 안가고 집에서 놀았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