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째가 되자 선생님께서 커리큘럼을 적은 쪽지를 보내오셨다.

월요일의 교육내용은 주말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란다.

체험학습보고서를 채워내려고 아이들을 데리고 놀토에 방황하는 엄마들을 떠올리면서

무슨 일을 해야 유치원에서 발표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잠깐이나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 뿐

동감의숙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도배를 하는데 청소도 하고 구경도 하느라 일요일은 그냥 지나갔다.

월요일이 되어 불행인지 다행인지 적어도 다섯 살 수민이를 위해

나는 더 이상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 선생님께서 주말에 뭐했느냐고 물으셨지?

- 응, 코 닦지 않으려고 엄마한테서 도망친 이야기 했어. 결국 붙잡혀서 코 닦았다고,히히...

  하은이는 부끄러워서 끝까지 다 말하지 못했어.

- 친구들은 네 이야기를 듣고 뭐래?

- 응, 웃기다고 그랬어.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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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7-03-30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수)ㅋㅋㅋ수민이 유치원 잘 다니나 보네 . 아후 어쩜 이렇게 귀엽고 재밌는지
 

월,화 이틀은 즐거워하며 집에서 놀았다.

화요일 아침에는 켁켁거리며 감기가 걸려서 유치원에 못가겠단다.

"오늘 또 감기가 걸려서 못 보내겠네요."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리란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점심 먹기 전에 데리러 간다고 약속을 하고

유치원 안 가면 구름빵이나 아이스크림도 안 사준다고 얼러서 억지로 보냈다.

언니 오빠들과 같이 소꼽놀이 하고 싶은데 자기는 끼워주지 않아서 안 가고 싶단다.

그러면서도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별 다른 말 없이 순순히 유치원에 갔다.

어느 날 밤 잠자리에서 유치원에서 사탕을 먹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번에도 어떤 이모(누군지 모르겠다.)가 껍질 까먹는 막대사탕을 주었다고 그러더니 그 얘기를 이어서 했다.

일곱명 중에 한 아이만 곰돌이 사탕을 먹었는데

곰돌이가 팔도 펴고 다리도 펴고 있는 모양이며 자기도 먹고 싶어서 너무너무 부러웠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길고도 진술이 오락가락 번복되거나 뒤섞이는 일이 많았지만 대충의 내용은 이렇다.

선생님께서 장터에서 상자에 곰돌이 사탕이 많이 들어있는 것을 사 오셔서 모두들 사탕을 하나씩 먹었다.

자기는 상자를 내리려다가 땅에 떨어진 것을 먹고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께서 꺼내주셨다.

- 엄마: 땅에 떨어진 것은 먹지 않기로 했잖아!

- 딸: 비닐에 싸여 있어서 더러워지지 않아서 괜찮아.

혹은 아이들 수 만큼 사탕이 땅에 떨어졌다.

또는 선생님께서 아이들 수 만큼 사탕을 꺼내어 나누어 주셨다.

아뭏든 자기가 먹은 것은 오렌지 파인애플 맛 곰돌이 사탕이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아

사탕을 먹으며 만족스러웠던 순간을 되새기는 모양이었다.

곰돌이 사탕이 너무 많이 들어있어서 상자는 불룩했고 툭 튀어나와 있었다.

선생님의 비밀창고에 물을 마시러 들어가는 것은 괜찮기 때문에 물을 마시며 과자상자를 구경했다.

물론 절대 손을 대지는 않고 구경만 한 것이다! (과자 상자는 비어있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는 교무실에 가셨고 자기는 아이들이 모르게 살짝(!) 물을 마시러 비밀창고에 들어갔던 것이다.

물을 마시고 나오다가 곰돌이 사탕 상자가 툭 튀어나와 있어서 그만 부딪치고 말았다.

상자에서 곰돌이 사탕 하나가 튀어나와서 바닥에 떨어졌고, 자기는 그것이 너무 우스워서 케케하면서 물을 마셨다.

상자를 다시 올려놓으려고 했지만 자꾸 부딪쳐서 떨어졌다.

결국 선생님께서 오셔서 사탕을 꺼내주시고 키가 닿지않는 높은 곳에 올려놓으셨다.

- 수민아, 사탕이 먹고 싶으면 선생님께 <사탕주세요>라고 말씀드려 봐.

  엄마가 밥 먹을 시간이거나 같은 음식을 자꾸 달라고 할 때 안 주는 것처럼 주시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러면 <다음에 주세요> 하면 되니까.

   자기 물건이 아닌데 살짝 가지고 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 (지체없이) 도둑!

옛날이야기에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단숨에 대답하니

혹시 유치원에서도 들은 단어인가? 그럴리 없고 할 필요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이 키우는데 좀 대범해야지 싶은데 벌써부터 잘 안된다.^^;;

이야기하는 동안 엄마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스스로도 마음에 부담이 되는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다 말하고나니 속이 후련했던지 너무 졸리다며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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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9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 자기가 글씨를 모른다는 사실에 의기소침해 있다.

아빠가 수민이 이거 못 읽느냐, 네가 글씨 배워서 혼자 책도 읽어야지 하면서

장난스레 하는 말에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글자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모로 생각해보는 모양이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며 뿌듯해한다.

- 엄마, 기사아저씨하고 비행기하고 똑같은 글씨가 있어요. 바로 <기>자예요!

- 해바라기하고 바가지 하고 똑같은 글씨가 있어요, 바로 <바>자예요!

이런 식이다.

수민이 글씨 잘 읽는데 아빠가 모르시는 것 같다며 아빠가 오시면 자랑이다.

하지만 이것도 자기가 생각해 낸 것에 한정된 것이지 내가 물어보는 것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어쨌든 음운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있는 중인가보다.

전에는 그림책 제목을 뭉뚱그려 대충 읽었는데 요즘은 한 글자씩 짚어가며 읽을 줄 알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제목이 아주 길면 짚어가다가 길을 잃기도 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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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아빠가 산청 다니러 가신다고 데리러 가기 어려워

오늘은 집에서 엄마랑 초밥 만들어먹으며 놀자고 했더니 좋다고 한다.

아빠가 출근하고나서 아침부터 초밥을 만들어먹고 나자마자

우리 집에는 재미있는 그림책도 없다며 유치원 가고 싶다고 징징거려서

할아버지가 늦게야 데려다주시고 오후에도 데리고 오셨다.

넷째 날 아빠가 4시 반에 데리러 갔더니 엄마 보고 싶어서 울었다고 한다.

다섯째 날  외할머니와 밥도 먹고 빵도 먹고 싶어서 또 유치원 안 간단다.

다시 유치원에 가겠다고 변덕부리지 않기로 철썩같이 약속을 했지만

아빠가 출근하신 후에 아침먹고 빵 먹고 나서 다시 할아버지 할머니와 유치원으로 갔다.

할머니더러 금방 다시 데리러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란다.

금요일에는 날씨가 따뜻해서 일학년과 함께

목압을 지나 한의원 앞을 지나 석문으로 한 바퀴 산책을 했나보다.

수민이가 계속 걷기에는 조금 멀다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힘들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업어주셨단다.

하지만 일학년 언니야,오빠야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꾹 참았다고 하면서

자기도 유치원 다녀서 일학년이 되겠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한다.

쌍계한의원 글씨가 보이길래 "쌍계한의원에 다 와 간다."라고 했단다.

그 글씨를 간판이라고 한다고 했더니 거기  <쌍계한의원>이라고 써져있느냐고 물어본다.ㅎㅎ

다칠 때나 급식소를 오갈 때 서로 챙겨주도록 짝도 정했는데 수민이는 선생님과 짝이란다.

선생님과 이름표도 바꾸었다고 하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코팅한 예쁜 이름표를 새로 만들어주신 것이었다.

<수민이의 작은 책>이라는 이름으로 A4용지를 접어 몇 장에 걸쳐 그림과 글씨를 울퉁불퉁 네모로 오려 붙여왔다.

그런데 가위로 잘 못 오려서 나비 날개가 조금 잘려나갔다고 알려준다.

개미라는 글씨는 거꾸로 붙였지만 자기는 거미처럼 보인다고 해서 살펴보니 다리가 8개다.

그래서 관찰도 잘 한다고 칭찬해주고 죽죽 두 줄을 긋고나서 아래에다 거미라고 써 주었다.

수민이의 작은 책이라고 또박또박 한 자씩 짚어가며 읽으면서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일곱 명이지만 주소록도 보내주시고 알림장 겸 출석부 수첩도 만들어 가지고 왔다.

며칠 다녀보니 새로움도 덜 하고 종일반이 힘들었던 모양인데다

두 번이나 아빠랑 약속한 자기 말에 책임을 못진다고 꾸중을 들어서인지

이제 다섯살이라도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

점심 먹기 전에 아빠가 데리러 가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고민 중이다.

하루종일 굵은 눈발이 휘날리고 내일부터 꽃샘추위가 다시 시작된다는데 아마도 내일은 결석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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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깨웠는데도 어리벙벙 졸려서 정신을 못차린다.

오늘도 유치원에 갈거냐고 물었더니 가고 싶은데 너무 졸린단다.

안가도 된다고 했더니 그제야 주섬주섬 일어나서 옷을 입으며 오늘도 혼자 가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엄마랑 같이가면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하니 얼른 혼자 가고 싶단다.

해가 바뀌기 전부터 새해가 되고 다섯 살이 되면 유치원에 갈 것이라고 알려주어 여러 달 기다렸다.

유치원에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씩씩하게 잘 다니겠다고 하더니

엄마랑 태민이가 같이 안 가고 혼자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유치원에 보낼까봐 걱정하던 단계를 거쳐

처음에 선생님께 인사드릴 때는 엄마랑 아빠랑 태민이랑 같이 간다는 것에 좀 안심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혼자 유치원에 가야한다는 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탓인지

친구가 아무도 없는 산골에서 장난감도 책도 물려받은 것들로 채워져 있는 탓인지

작은 교실 한 칸에 화장실, 선생님 책상, 오르간, 작은 소꼽놀이집, 유아용 탁자가 놓여 있어서

비좁은 시골학교 병설유치원에 완전히 마음이 사로잡혀

주위에서 한 달쯤 걸릴거라던 적응기간은 하루로 끝이 난 것 같다.

오늘은 아빠가 데리러 왔다고 좋아한다.

선생님께서 아빠 오셨다고 해서 밖으로 나왔더니 아빠가 모래(운동장!)를 걸어오고 계셔서

빨리 달려가서 아빠 품에 안겼다고 온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이다.

선생님께서 갈치 가시를 발라주셨다는 얘기를 하면서

- 그게 선생님이 좋은 점이야!

란다. ㅎㅎ

우유도 씹어 먹는다고 하셔서 자기도  한 번 따라해봤다고 이를 맞부딪치는 시늉을 한다.

오늘도 누가 밀어서(선생님은 덩치가 작아 밀렸다고 하셨다지만) 정수리를 바닥에 부딪혔다고 아프단다.

어떻게 하면 밀려서 정수리가 바닥에 부딪힐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그 아이도 실수로 그런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웬 걸, 절대로 실수가 아니라 밀었던 거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오늘은 뭘 물어도 벌써 귀찮다는 듯 대답이 성의가 없다.

골고루 먹는 아이의 이야기를 읽어주셨고

화장실에 슬리퍼가 두 개 있으니 두 사람이 같이 들어가도 된다고 하셔서 언니들이 같이 들어갔으며

초등학생들이 교실에 다녀간 다음 조금 밖에 안 놀았는데 간식먹게 정리하라고 하셨다며

온통 불만인 표정으로 입을 쑥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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