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아빠가 산청 다니러 가신다고 데리러 가기 어려워

오늘은 집에서 엄마랑 초밥 만들어먹으며 놀자고 했더니 좋다고 한다.

아빠가 출근하고나서 아침부터 초밥을 만들어먹고 나자마자

우리 집에는 재미있는 그림책도 없다며 유치원 가고 싶다고 징징거려서

할아버지가 늦게야 데려다주시고 오후에도 데리고 오셨다.

넷째 날 아빠가 4시 반에 데리러 갔더니 엄마 보고 싶어서 울었다고 한다.

다섯째 날  외할머니와 밥도 먹고 빵도 먹고 싶어서 또 유치원 안 간단다.

다시 유치원에 가겠다고 변덕부리지 않기로 철썩같이 약속을 했지만

아빠가 출근하신 후에 아침먹고 빵 먹고 나서 다시 할아버지 할머니와 유치원으로 갔다.

할머니더러 금방 다시 데리러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란다.

금요일에는 날씨가 따뜻해서 일학년과 함께

목압을 지나 한의원 앞을 지나 석문으로 한 바퀴 산책을 했나보다.

수민이가 계속 걷기에는 조금 멀다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힘들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업어주셨단다.

하지만 일학년 언니야,오빠야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꾹 참았다고 하면서

자기도 유치원 다녀서 일학년이 되겠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한다.

쌍계한의원 글씨가 보이길래 "쌍계한의원에 다 와 간다."라고 했단다.

그 글씨를 간판이라고 한다고 했더니 거기  <쌍계한의원>이라고 써져있느냐고 물어본다.ㅎㅎ

다칠 때나 급식소를 오갈 때 서로 챙겨주도록 짝도 정했는데 수민이는 선생님과 짝이란다.

선생님과 이름표도 바꾸었다고 하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코팅한 예쁜 이름표를 새로 만들어주신 것이었다.

<수민이의 작은 책>이라는 이름으로 A4용지를 접어 몇 장에 걸쳐 그림과 글씨를 울퉁불퉁 네모로 오려 붙여왔다.

그런데 가위로 잘 못 오려서 나비 날개가 조금 잘려나갔다고 알려준다.

개미라는 글씨는 거꾸로 붙였지만 자기는 거미처럼 보인다고 해서 살펴보니 다리가 8개다.

그래서 관찰도 잘 한다고 칭찬해주고 죽죽 두 줄을 긋고나서 아래에다 거미라고 써 주었다.

수민이의 작은 책이라고 또박또박 한 자씩 짚어가며 읽으면서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일곱 명이지만 주소록도 보내주시고 알림장 겸 출석부 수첩도 만들어 가지고 왔다.

며칠 다녀보니 새로움도 덜 하고 종일반이 힘들었던 모양인데다

두 번이나 아빠랑 약속한 자기 말에 책임을 못진다고 꾸중을 들어서인지

이제 다섯살이라도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

점심 먹기 전에 아빠가 데리러 가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고민 중이다.

하루종일 굵은 눈발이 휘날리고 내일부터 꽃샘추위가 다시 시작된다는데 아마도 내일은 결석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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