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에 깨웠는데도 어리벙벙 졸려서 정신을 못차린다.

오늘도 유치원에 갈거냐고 물었더니 가고 싶은데 너무 졸린단다.

안가도 된다고 했더니 그제야 주섬주섬 일어나서 옷을 입으며 오늘도 혼자 가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엄마랑 같이가면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하니 얼른 혼자 가고 싶단다.

해가 바뀌기 전부터 새해가 되고 다섯 살이 되면 유치원에 갈 것이라고 알려주어 여러 달 기다렸다.

유치원에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씩씩하게 잘 다니겠다고 하더니

엄마랑 태민이가 같이 안 가고 혼자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유치원에 보낼까봐 걱정하던 단계를 거쳐

처음에 선생님께 인사드릴 때는 엄마랑 아빠랑 태민이랑 같이 간다는 것에 좀 안심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혼자 유치원에 가야한다는 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탓인지

친구가 아무도 없는 산골에서 장난감도 책도 물려받은 것들로 채워져 있는 탓인지

작은 교실 한 칸에 화장실, 선생님 책상, 오르간, 작은 소꼽놀이집, 유아용 탁자가 놓여 있어서

비좁은 시골학교 병설유치원에 완전히 마음이 사로잡혀

주위에서 한 달쯤 걸릴거라던 적응기간은 하루로 끝이 난 것 같다.

오늘은 아빠가 데리러 왔다고 좋아한다.

선생님께서 아빠 오셨다고 해서 밖으로 나왔더니 아빠가 모래(운동장!)를 걸어오고 계셔서

빨리 달려가서 아빠 품에 안겼다고 온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이다.

선생님께서 갈치 가시를 발라주셨다는 얘기를 하면서

- 그게 선생님이 좋은 점이야!

란다. ㅎㅎ

우유도 씹어 먹는다고 하셔서 자기도  한 번 따라해봤다고 이를 맞부딪치는 시늉을 한다.

오늘도 누가 밀어서(선생님은 덩치가 작아 밀렸다고 하셨다지만) 정수리를 바닥에 부딪혔다고 아프단다.

어떻게 하면 밀려서 정수리가 바닥에 부딪힐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그 아이도 실수로 그런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웬 걸, 절대로 실수가 아니라 밀었던 거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오늘은 뭘 물어도 벌써 귀찮다는 듯 대답이 성의가 없다.

골고루 먹는 아이의 이야기를 읽어주셨고

화장실에 슬리퍼가 두 개 있으니 두 사람이 같이 들어가도 된다고 하셔서 언니들이 같이 들어갔으며

초등학생들이 교실에 다녀간 다음 조금 밖에 안 놀았는데 간식먹게 정리하라고 하셨다며

온통 불만인 표정으로 입을 쑥 내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