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블럭 탑쌓기에 제법 열중이다.

너댓 개는 쓰러뜨리지 않고 30센티미터 높이까지는 쌓을 수 있고, 레고도 같은 크기 블럭을 열 개 이상 열심히 붙여놓는다.

어느 날은 우황청심환 담는 작은 아크릴 병 뚜껑을 한 줄로 늘어놓는 놀이를 하더니

열 댓 개 내어놓은 찻잔을 역시 그렇게 늘어놓으며 논다.

그런데 찻잔은 양손에 하나씩 들고 심벌즈처럼 딱딱거리다가 결국 깨뜨리기 일쑤고

나무블럭은 쌓고 허물고 쌓고 허물고 그러다 싫증나면

혼신을 다한 기합소리와 함께 두 개를 밀어붙이다 급기야 짜증을 내곤 한다.

하고 싶은 말인즉슨 " 도대체 이게 왜 안 들어가?" 란다.

언제쯤 레고와 나무블럭을 구분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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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요 며칠 사이 갑자기 칭얼대서 젖도(아직도 떼지 못했다.^^;;) 밥도, 과자도 안아줘도 아무 소용이 없고

도무지 어떻게 해달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

어느 날 식탁 위에 있던 플라스틱 컵을 끌어당기길래 손에 쥐어주었더니

짜증을 내면서 거칠게 바닥에 내팽개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물을 주었더니 헐떡거리며 단숨에 대략 50밀리리터 정도 꿀꺽꿀꺽 마시더니

콜록거리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더니 다음 날은 갖고 놀다 바닥에 뒹굴고 있던 컵을 가져와 내 가슴팍에 퍽 내밀길래

물을 주었더니 역시 아주 달게 마셨다.

모유를 먹이는 동안은 물을 따로 먹이지 않았고 밥을 먹게 된 후에도 두유를 많이 주었는데

요즘은 두유는 아예 먹지 않고 물을 먹고 싶은 모양이다.

이럴 때 <물>이라고 한 마디 하면 지나 나나 얼마나 편할까?!

아직 엄마라고도 하지 않는 태민이는 만 19개월 열흘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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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랑 오디가 먹음직스럽게 익었다.

검게 익은 오디는 어릴 때 잘 먹어보지 못했던 것이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단맛이 덜 해서 그런지 손길이 잘 가지 않지만

커다란 딸기나무에 주렁주렁 익은 산딸기는 달려가던 차를 세우게 만든다.

우리 집 딸기소녀(벌써부터 딸기가 다시 날 새 봄을 기다린다.^^)는

그렇게 군데군데 차를 세워가며 딸기를 따 바치는 아빠와

밭 일하고 돌아오시는 길에 커다란 손아귀에 칡잎 두어장 놓고 수북하게 한 줌씩 따다주시는 외할아버지와

산책을 겸해 가시 살펴가며 직접 따보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시려 일부러 통 챙겨들고 손잡고 나서주시는 외할머니 덕분에 

산딸기 붉은 요즘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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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7-07-04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다~~~~~~~~오디....예전에 ㅅㄱ미술관에서 많이먹지는 않았지만 따는 즐거움이...
대신여기는 체리(버찌)가 가로수라 행복합니다^^

miony 2007-07-05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길 가다 체리를 맘껏 따먹을 수 있다는 거네. 어떤 모습일지 머릿 속에 그려보는 중!
잘 지내쟈?
 

동감의숙에 좁고 긴 소박한 화단이 있다.

민박과 식당을 하던 전 주인이 심어 가꾼 것인데 수종이 은근히 다양하다.

봄이 되면서부터 낮은 담에는 담쟁이 넝쿨이 푸른 잎을 올리고 있고

작은 소나무와 장미나무들 사이로 나리꽃, 작약, 금낭화, 목단 그리고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여러가지 꽃들이 비록 몇 포기 되지 않지만 쉬지않고 피고 진다.

얼마 전에는 소나무에 꽃이 피어 아주 작은 솔방울이 달리는데

처음에는 노란색이다가 보라색, 갈색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이 앙증맞아 사진을 찍어 두었다.

막무가내로 도로로 뛰어드는 태민이를 달래면서 잠깐씩이나마 오늘은 무슨 꽃이 피었나 들여다보는데

며칠 전에는 꽈리가 어느 새 초록주머니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그 자리에 고추가 매달려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고추나무(?)와 똑같은 모습이 아닌가!

신기하기도 하고 어릴 때 문방구에서 팔던 고무꽈리랑 빨갛게 익으면 속을 빼내고 꽉꽉 혀끝에 물어보던 진짜 꽈리 생각이 떠올라 한동안 그 앞에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초록주머니가 빨갛게 바뀌고 그 속에 열매가 익으면 수민이랑 꽈리를 만들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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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었다.

며칠째 흐리고 빗방울이 왔다갔다 한다.

과학시간에 달달 외우던 것 중에서 <따뜻한 공기가 산사면을 타고 올라갈 때> 구름이 생긴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때는 그냥 구체적인 이미지는 없는 추상적인 암기목록일 뿐이었는데

너덜이에서 살게 되면서 날이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낮은 산허리에서 만들어진 구름이 산을 타고 계속 올라가다가 하늘에 뜬 큰 먹장구름에 빨려들어가듯이 합류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그야말로 구름이 모이고 흩어지고 바람을 따라 빠르게 흘러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떤 때는 우리 집이 앉은 산 사면을 따라 그렇게 하늘로 올라가는 구름이 눈 앞을 가로막아

안개 속에 갇힌 듯 하얀 구름 속에서 얼마동안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오늘도 걸레를 빨아들고 일어서는데

아침에 내린 비로 말끔한 먼 산 허리에서 구름이 승천하는 모습이 눈길을 붙잡았다.

비가 온다고 해도 여전히 후텁지근하고 빨래도 마를 기미가 안 보이니 한편으론 답답하지만

근사한 비구름을 실컷 보는 것으로 어느 정도 마음이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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