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었다.

며칠째 흐리고 빗방울이 왔다갔다 한다.

과학시간에 달달 외우던 것 중에서 <따뜻한 공기가 산사면을 타고 올라갈 때> 구름이 생긴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때는 그냥 구체적인 이미지는 없는 추상적인 암기목록일 뿐이었는데

너덜이에서 살게 되면서 날이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낮은 산허리에서 만들어진 구름이 산을 타고 계속 올라가다가 하늘에 뜬 큰 먹장구름에 빨려들어가듯이 합류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그야말로 구름이 모이고 흩어지고 바람을 따라 빠르게 흘러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떤 때는 우리 집이 앉은 산 사면을 따라 그렇게 하늘로 올라가는 구름이 눈 앞을 가로막아

안개 속에 갇힌 듯 하얀 구름 속에서 얼마동안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오늘도 걸레를 빨아들고 일어서는데

아침에 내린 비로 말끔한 먼 산 허리에서 구름이 승천하는 모습이 눈길을 붙잡았다.

비가 온다고 해도 여전히 후텁지근하고 빨래도 마를 기미가 안 보이니 한편으론 답답하지만

근사한 비구름을 실컷 보는 것으로 어느 정도 마음이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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