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장터 앞 다리를 건너면 구례와 광양이 서로 이마를 맞대고 있다.

섬진강 하류로 내려가면 광양 다압인데 요즘 매화가 만개하여 온통 꽃천지다.

이 곳에 자리잡고 5년만에 처음으로 꽃이 가득한 매화마을에 다녀왔다.

새벽 6시 반에 두드려 깨워짐 당한 엄마와 잠든 상태에서 옷 갈아입혀진 아이들은

왜 하필이면 오늘 가야되느냐, 잠옷 입고 더 자고 싶다는 미니의 대성통곡과 더불어 출발하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엄마 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낮에 가든지 아님 혼자 다녀오든지 하면서 툴툴댔다.

그러나 섬진강을 배경으로 섬진강변에 흐드러진 매화를 보며 달리다보니

어느 새 잠도 달아나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미니는 앉아있을 기운도 없다면서 엄마다리를 베고 누워 있었는데 오히려 꽃이 더 잘 보였다고 한다.

여러 해 전 드라마 허준과 함께 뜬 청매실농장에서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였다.

차에서 내리자 춥다고 온갖 인상 찌푸리며 오들거리던 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온갖 포즈로 사진찍는 일이 만족스러운 나머지 이리저리 폴짝거리고 뛰어다녔다.

아빠는 아이들 사진 찍어주는 일에 전혀 무관심한 엄마에게 핀잔을 줘 가며 카메라를 챙겼는데

그 멋진 카메라로 찍은 열 너댓 장의 사진은 언제 세상의 빛을 볼지 알 수 없고

언제나처럼 엄마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만 몇 장 올린다.

아뭏든 한 사람이 부지런을 떤 덕분에 모처럼 상쾌한 아침이었다.

  

멀리 보이는 섬진강과 지리산                        접사에 실패한 매화^^;;


  


  

나름대로 새로운 포즈에 도전하는 미니

 


오르내리는 한 시간 내내 아빠 엄마 번갈아 안겨 있었던 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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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3-18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진강에가서 꽃구경하고 오셨군요.
꽃도 예쁘지만
매화보다 미니의 드레스가 화려해서 눈길이 더 가네요.

알맹이 2008-03-19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다~!! 미니 빨강머리 앤 같아 ㅋㅋ

솔랑주 2008-03-2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이 너무 커서 수민이가 더 커 보여요 ~

빨강머리앤 같다고 하시니 정말 그런것 같아요 ㅋㅋ

2008-03-25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반유치원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병설유치원에선 해마다 수료식을 하고 입학식, 서류제출을 다시 한다.

가을학기에 집에서 실컷 논 미니는 잔뜩 기대를 하고 있다가 입학을 하였다.

 

이모가 사주신 꽃분홍 프릴달린 바바리코트가 어찌나 꼭 맞고 예쁜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학식장에 섰다.

태민이가 애국가를 맘에 들어해서 자장가로 들려주던 시절에 익힌 노래를 부르겠다고는 했지만

선생님들께 인사는 커녕 묻는 말씀에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엄마를 붙들고 섰길래

약 45명 가량의 전교생 중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우렁차게 불러낼 줄은 미처 몰랐다.

 

거의 고함을 치다시피하며 어린 여자아이의 새된 소리로 고래고래 불렀고,

엄마, 아빠를 닮아 음정과 박자가 가끔 독특했으며^^;;

엄마의 귀로 아이의 목소리를 듣다보니 거짓말 조금(?) 보태서 미니 노랫소리만 들렸다.

 

올해도 쌍계병설유치원에 등록을 하게 되었는데

1학년 신입생은 4명이고 유치원 친구들은 2명 뿐이다.

하은이는 이사를 가서 같이 놀지 못하니 아쉬워했고

작년에 같이 다니던 일곱살 서연이 언니와

스물 여섯 큰누나 아래로 군대가는 형이 있는 일곱살 용국이 오빠랑 일년을 지낸다.

 

입학식을 마치고 상주에 모임이 있는 아빠를 따라나서는 바람에 첫 수업일부터 결석을 했는데

오가는 차 안에서 입학식이 그렇게 힘들 줄은 미처 몰랐다고 혼잣말을 했다.

교장선생님께서 말씀을 아주 오래 하시는데 다리가 아파도 앉을 수도 없고 무척 힘들었지만

꾹 참고 잘 서 있었다고 스스로 대견해하는 모습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작년에는 뒤에 선 엄마를 자꾸 돌아보곤 하더니 올해는 앞만 쳐다보고 바르게 잘 서 있었다.

 

전통주와 반가음식을 같이 배우는 사람들이 상주의 장 담그는 집에 모여 앉았는데

이틀 동안 밑술이다 덧술이다 몇 말씩 담그느라고 새벽 서너 시까지 일하고

네 시간을 가끔 함박눈까지 뿌리는 엉성하기 그지없는 88고속도로를 타고 운전하다보니

지치고 빈 속에 알코올 함량이 높은 내린 소주를 마신 아빠는 무척 취하고 말았다.

술 좀 깨야겠다고 현관 밖으로 나서는 아빠를 내다보다가

다른 일행들에게 돌아와 한 사람 씩 붙잡고 일일이 알려주었다.

" 아빠가 술 먹어서 취했는데 갑자기 밖으로 나갔어요. 힘들텐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일 유치원가면 선생님께도 또 보고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리끼리 얘기했더니

잠든 줄 알았던 미니가 한 번 쯤 봐줄테니 걱정 말라는 듯

"유치원에는 비밀로 해줄께요!" 란다.

 

드디어 오늘 아침에 여섯 살로 첫 등원을 하였다.

좋아하는 치마와 바바리를 입고 엄마 맘엔 도무지 안 차는 직접 고른 알록달록 구두풍 운동화를 신고

배꼽에 손 올리고 역시 우렁차게 다녀오겠습니다를 외치고 씩씩하게 나섰다.

 

올해는 문제없이 적응하고 유치원 생활을 잘 해내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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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0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그림처럼 펼쳐져요.
애국가를 그렇게 씩씩하게 큰소리로 불렀다니 덥석 안아주고 싶어요. 행사때면 다들 애국가를 부르기 싫은 듯 억지로 부르는지...ㅠㅠ
유치원생의 배꼽인사는 언제라도 보기 좋지요. 행복한 유치원생활 되기를... ^^

소나무집 2008-03-0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니가 너무 예뻐요. 그리고 씩씩한 모습이 보기 좋구요.
그런데 유치원에 친구가 그렇게 없어서 어떡해요?
학교가 분교인가요?
신입생 4명에, 유치원생 두 명이라니 정말 너무했다 싶네요.

알맹이 2008-03-06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축하해.. 올해는 재밌게 잘 다니기를..

2008-03-06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7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sh2886 2008-03-11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벌써 6살이구나아....ㅠ
보고싶다.....상상만 해도 넘 구여운 우리미니.>_<

2008-03-25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53개월, 6살

몸무게는 18kg에 육박하고 있고 신발은 180mm를 신는다.

키는 아직 제대로 재어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또래 평균보다는 약간 작은 듯하다.

 

3월이 되면 작년에 몇 개월 다녔던 쌍계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입학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한글이랑 숫자랑 혼자만 읽고 쓰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올해는 웬만한 한글은 다 읽을 수 있고, 절반 가량은 쓸 수도 있다.

숫자는 10까지는 대충 개념이 잡힌 것 같지만 여전히 <9는 아홉>이라는 것이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그냥 기계적으로 세기라면 100이상 셀 수 있고

998+1=999까지는 더하기1만 할 수 있다.

100더하기 58은 158이라든가 400더하기100은 500과 같은 셈은

<아주 어려운 덧셈>이라고 스스로 이름 붙여놓고 어서 퀴즈내라고 성화를 해서 맞추고 뿌듯해한다.

 

발레를 배우고 싶어해서 날마다 다리를 1자로 해보겠다고 애를 쓴다.

짐짓 놀라는 척 하며 칭찬을 해주고 있지만 사실 1자를 만들지는 못한다.

(뻣뻣한 엄마를 닮은 것 같아서 걱정이다.^^;;)

어디서 들었는지 100m달리기라면서 달리기도 열심이고

흥겨운 노래가 나오면 춤도 열심히 춘다. 열,심,히.^^

 

요즘 가장 자주 언급하는 장래희망은 축구선수와 요리사다.

아빠가 축구를 좋아해서 중계방송을 볼 때마다 어떤 색 옷이 우리나라 선수인지 묻고,

나물을 무칠 때나 달걀을 풀 때, 무언가 휘젓는 것은 모두 자기가 하고 싶어한다.

 

오늘 밤에는 자기 스티커를 못 쓰게 만들었다고 드디어 동생을 때렸다.  - 살짝.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처음으로!

간식도 나눠먹지 않고 혼자 먹으려 들고, 누나보다 먼저 먹고 뺏어 먹으려고 뒤를 쫒아와도

태민이가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좋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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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8-02-2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처음으로 ㅋㅋㅋㅋ
 

미니엄마가 미니 또래일 때, 양아줌마라고 불렀던 이웃이 있었다.

어린 나이라 아는 성씨가 자기 자신의 것 하나뿐이었던 탓에

온 세상 사람들이 양씨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미니는 우리 가족이 모두 다 같은 김씨였으면 정말 좋을텐데

엄마는 왜 양씨가 되었느냐고 은근히 타박이다.

 

편백이 물에도 강하고 단단하니 씽크대를 그걸로 만들어보자면서

목재를 잘 말려야 뒤틀어지지도 않고 오래간다는 핑계로

동감의숙이 생긴지 1년만에 씽크대를 들였다.

"우와! 아빠가 너덜이처럼 일반 씽크대를 만들어주실 줄 알았더니 예쁜 씽크대네!"

(너덜이 씽크대는 중고 업소용 스테인레스 뼈대로만 된 것이라 개수대만 크고 수납장도 없다.^^;)

엄마가 이제는 밖에서 찬바람 맞으며 설겆이 하지 않아도 되어서 안심이라며

식사준비랑 설겆이를 하는 동안 근처에서 얼쩡거리기를 며칠,

저녁준비를 하는데 등 뒤에서 난데없이 들려오는 말.

 

"어? 엄마, 양파도 양씨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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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5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도관이 얼어버려서

아버지는 거의 이 겨울 내내 산에서 흘러내려 마당 한 쪽 작은 물 확에 고이는 물로

한낮에 설겆이나 빨래를 하고 세수한 물은 화장실에 붓는 식으로 불편한 나날을 보내셨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그런 겨울이었는데

엊그제 아침 설겆이를 하려고 밖에 나 앉았더니 공기가 온화했다.

대낮에도 덜덜 떨리는 찬바람 맞으며 그릇 몇 개 씻다가

고개들어 앞산을 한 번 바라보며 부르르 추위를 떨쳐내곤 했는데

하룻밤 사이의 변화라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5박6일 동안 동감의숙에 손님들이 다녀가고나서

모처럼 한가하게 평일 대낮에 온 가족이 가까운 온천에 갔다.

웬일인지 요일감각이 마비되어 주말같은 느낌이 자꾸 들었다.

씻기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더운 물이 안 나오니 답답해 하시다가

월요일에 어머니와 우리를 목욕탕에 데려다주셨던 터라 사흘 만이었다.

(이게 웬 호강인지!^^)

 

덕분에 약속한 한 시간 반도 못 되어 아빠보다 먼저 마치고 나온 아이들이

쏟아지는 햇살에 발바닥이 간지러운 듯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나간다.

보도블럭이 깔린 넓은 인도를 달리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무를 흉내낸 시멘트 벤치에 앉았다가 깜짝 놀랐다.

남향이라 너무나 따뜻하게 데워져 있어서!

 

어느 새, 바람 한 점 없이 맑고 따뜻한 봄날이었다.

아버지 댁 수도관도 다시금 녹아 흐를 날이 멀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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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2-2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그곳은 봄이군요. 올해의 첫 소식입니다. ^^

miony 2008-02-22 10:49   좋아요 0 | URL
저도 예상치 못했는데 단 이틀만에 봄이 왔습니다.
물론 꽃샘추위란 녀석이 어딘가에 웅크리고서 기회를 노리고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