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유치원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병설유치원에선 해마다 수료식을 하고 입학식, 서류제출을 다시 한다.
가을학기에 집에서 실컷 논 미니는 잔뜩 기대를 하고 있다가 입학을 하였다.
이모가 사주신 꽃분홍 프릴달린 바바리코트가 어찌나 꼭 맞고 예쁜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학식장에 섰다.
태민이가 애국가를 맘에 들어해서 자장가로 들려주던 시절에 익힌 노래를 부르겠다고는 했지만
선생님들께 인사는 커녕 묻는 말씀에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엄마를 붙들고 섰길래
약 45명 가량의 전교생 중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우렁차게 불러낼 줄은 미처 몰랐다.
거의 고함을 치다시피하며 어린 여자아이의 새된 소리로 고래고래 불렀고,
엄마, 아빠를 닮아 음정과 박자가 가끔 독특했으며^^;;
엄마의 귀로 아이의 목소리를 듣다보니 거짓말 조금(?) 보태서 미니 노랫소리만 들렸다.
올해도 쌍계병설유치원에 등록을 하게 되었는데
1학년 신입생은 4명이고 유치원 친구들은 2명 뿐이다.
하은이는 이사를 가서 같이 놀지 못하니 아쉬워했고
작년에 같이 다니던 일곱살 서연이 언니와
스물 여섯 큰누나 아래로 군대가는 형이 있는 일곱살 용국이 오빠랑 일년을 지낸다.
입학식을 마치고 상주에 모임이 있는 아빠를 따라나서는 바람에 첫 수업일부터 결석을 했는데
오가는 차 안에서 입학식이 그렇게 힘들 줄은 미처 몰랐다고 혼잣말을 했다.
교장선생님께서 말씀을 아주 오래 하시는데 다리가 아파도 앉을 수도 없고 무척 힘들었지만
꾹 참고 잘 서 있었다고 스스로 대견해하는 모습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작년에는 뒤에 선 엄마를 자꾸 돌아보곤 하더니 올해는 앞만 쳐다보고 바르게 잘 서 있었다.
전통주와 반가음식을 같이 배우는 사람들이 상주의 장 담그는 집에 모여 앉았는데
이틀 동안 밑술이다 덧술이다 몇 말씩 담그느라고 새벽 서너 시까지 일하고
네 시간을 가끔 함박눈까지 뿌리는 엉성하기 그지없는 88고속도로를 타고 운전하다보니
지치고 빈 속에 알코올 함량이 높은 내린 소주를 마신 아빠는 무척 취하고 말았다.
술 좀 깨야겠다고 현관 밖으로 나서는 아빠를 내다보다가
다른 일행들에게 돌아와 한 사람 씩 붙잡고 일일이 알려주었다.
" 아빠가 술 먹어서 취했는데 갑자기 밖으로 나갔어요. 힘들텐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일 유치원가면 선생님께도 또 보고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리끼리 얘기했더니
잠든 줄 알았던 미니가 한 번 쯤 봐줄테니 걱정 말라는 듯
"유치원에는 비밀로 해줄께요!" 란다.
드디어 오늘 아침에 여섯 살로 첫 등원을 하였다.
좋아하는 치마와 바바리를 입고 엄마 맘엔 도무지 안 차는 직접 고른 알록달록 구두풍 운동화를 신고
배꼽에 손 올리고 역시 우렁차게 다녀오겠습니다를 외치고 씩씩하게 나섰다.
올해는 문제없이 적응하고 유치원 생활을 잘 해내리라 기대한다.